글로벌 E-지도가 급변한다
유럽, 러産 천연가스 공급 막혀
에너지 변두리 아프리카 급부상
알제리산, EU 파이프라인 확대
아제르바이잔은 공급량 2배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세계 에너지 지형까지 바꾸고 있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역학구도 재편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의 주요 공급처였던 러시아에 이어 원유의 최대 저장고인 중동지역까지 전화에 휩싸이면서 세계 에너지산업계의 변화는 한층 격렬하게 됐다. ▶관련기사 4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례없는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유럽이 대체 공급처 찾기에 나서면서 그동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두리’ 국가로 취급 받던 알제리·아제르바이잔·콩고 등이 신흥 자원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같은 제3의 자원강국들을 “세계 에너지 전쟁의 뜻밖의 승자들”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 역시 “아프리카가 유럽의 천연가스 사냥터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알제리는 한때 이탈리아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이었으나, 저렴한 가스를 앞세운 러시아의 공세에 밀려 지난 10년간 사실상 유럽시장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45%를 차지했던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이 막히자 알제리는 곧장 대유럽 가스 수출에 속도를 올리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알제리에서 생산된 가스는 지중해 아래 세개의 파이프라인을 따라 유럽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알제리산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거의 대체한 상황이다. 알제리는 당장 올해 유럽연합(EU)이 지난 2021년까지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던 천연가스의 65% 규모를 유럽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어 이탈리아 정부가 북부 지역에 건설하고 있는 새 파이프라인을 따라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으로 이어지는 유럽 전반으로 공급망을 확대한다는 게 알제리의 다음 목표다.
이같은 알제리의 야망은 전통적 동맹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마저 뒤흔드는 분위기다. 모하메드 아르캅 알제리 에너지부장관은 “우리는 (러시아와) 우정을 나누고 정치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지만 사업은 사업”이라며 선을 그었다.
콩고 공화국에서는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가 콩고 정부와 손잡고 5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콩고 연안에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를 인수한 에니는 올해 하반기 설비 가동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곳에서 생산된 LNG는 콩고의 전력 수요 충족을 위해 내수 및 해외 시장에 모두 공급될 예정이다. 브루노 장-리샤르 이투아 콩고 원유부 장관은 지난 4월 취임식에서 “콩고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석유와 가스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9월 마지막 수입을 끝으로 천연가스 자급자족국이 된 이집트도 천연가스 수출 강국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집트 역시 EU와 천연가스 수출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여기에 캅카스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역시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아제르바이잔은 지난해 7월 EU집행위원회와 오는 2027년까지 EU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한 바 있다.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는 3379㎞의 파이프라인을 따라 ‘힐 오브 이탈리아(Heel of Italy)’라 불리는 ‘풀리아 지역’으로 흘러가 유럽으로 공급된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영국 에너지기업 BP사가 꾸린 컨소시엄이 카스피해에서 가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샤 데니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유럽 일각에서는 알제리, 아제르바이잔 등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국가들 역시 러시아처럼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영향력을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베르토 싱골라니 전 이탈리아 환경장관은 “가능한 한 많은 공급자를 확보해야한다”면서 “그래야만 지정학적 싸움에서 누군가가 가스를 지렛대로 사용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제리의 경우 러시아와 여전히 긴밀한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알제리산 천연가스 판매 수익이 대거 러시아로 흘러들어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알제리는 세계에서 러시아산 군사 장비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7일 시작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이란·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산유국들이 분쟁에 개입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것으로 전망된다.
CNBC에 따르면 원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은 원유 생산지가 아니지만, 이번 전쟁으로 중동의 외교관계가 복잡해질 가능성과 그에 따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산유량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글로벌 원유수급이 타이트하고 미국 전략 비축유가 40년래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중동발 공급 충격이 가세하면 국제유가 강세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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