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버는 중국인, 국경절 황금연휴에 1인당 20만원도 안 썼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10. 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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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경절 연휴 1인당 여행 소비액 1000위안 미만
장쥔 푸단대 경제학원장 “저임금이 수요 회복 발목”
”국력 대비 낮은 소득 높이는 내수 개혁안 설계해야”

최근 중국이 8일간의 국경절 황금 연휴를 맞이하면서 여행 수요가 폭증했지만, 정작 이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쓴 돈은 1인당 1000위안(약 18만원)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계의 재산 증식 수단이 사라진 만큼, 지속 가능한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가계 소득 지원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0일 중국일보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유부는 최근 중추절·국경절 황금연휴 8일동안 중국 내 관광객은 8억2600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로 인한 관광 수입은 7534억3000만위안(약 139조3800억원)으로, 4년 전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번 연휴엔 중국 전역의 관광지가 인파에 몸살을 앓을 정도로 여행 수요가 폭증했는데, 정작 관광객 한 명이 쓴 돈은 1000위안도 되지 않는 셈이다.

지난 1일 국경절 연휴 중국 산시성 시안을 찾은 관광객들./AP 연합뉴스

중국이 올해 최대 내수 활성화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낮은 가계 소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1만2608달러(약 1700만원)로, 한국(3만2661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역 간 소득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도시 주민의 올해 2분기 누적 1인당 가처분소득은 2만6357위안(약 490만원)으로, 농촌 주민(1인당 1만551위안)의 2.5배에 달한다.

이에 중국 정부가 가계 소득 증대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장쥔 상하이 푸단대 경제학원장은 지난 9일 현지 매체 ‘유식칼럼(有识栏目)’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는 추세에 따라 투자 예산을 줄이고, 약간의 지출을 더해 주민의 실질소득과 복지 증대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현재 (전체) 투자 규모가 65조~70조위안(약 1경2000조~1경2900조원)인데, 이 중에서 15조~20조위안(약 2800조~3700조원) 정도는 소득 향상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서방 경제계에서 중국 안팎의 경제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중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산업 개혁과 경제 구조 전환을 집중 연구해왔다. 장 원장은 “현재 6억명의 1인당 월평균 소득은 여전히 3000위안 미만이고, 월평균 가처분 소득은 1000위안 미만으로 국력에 맞지 않는다”며 “우리는 걸핏하면 수천억위안, 수조위안을 ‘생색내기용 행정’에 쓰는데, 왜 이 돈을 중·저소득 가구의 지출 부담 완화에 쓰지 않는가”라고 했다.

장쥔 상하이 푸단대 경제학원 원장./바이두 캡처

소득이 늘어나고 각종 복지 부담이 줄어든다면 고공행진하는 가계 저축률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다. 이는 가계 구매력을 높여 내수 시장의 확장을 가져온다는 것이 장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1980~1990년대까지는 저임금 모델에 문제가 없었지만, 오늘날 이 모델로 제조업과 수출을 촉진한다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저임금은 충분한 수요 창출을 저해하는 만큼 내수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개혁안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부동산 주도 성장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가계소득 향상이 시급한 이유다. 1998년 정부에 의한 ‘주택 분배’가 종료된 이후 부동산은 중국 가계가 재산을 증식하는 중요 수단으로 떠올랐지만, 최근 부동산 거품 붕괴가 시작되면서 낮은 임금만으로 버텨야 하는 시대가 왔다. 장 원장은 “부동산을 지금 구해내면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장 원장의 주장은 중국 경제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주민소득 향상이 시급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현지 매체는 “20조위안은 어디서 마련할 것이며, 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며 “주민 소득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정 투자에만 의존할 수 없고, 소득 분배 체계를 조정해 기존 패턴을 깨트려야 할 것”이라며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서는 “(장 원장의 소득 향상) 제안은 좋지만, 개인의 계좌에 직접 돈이 들어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20조위안의 99%가 다른 곳으로 샐 것”이라는 의견 등이 게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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