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퇴행, 이대론 안 된다[시평]
갈수록 청문회 패싱 증가 추세
내부 검증 부실에다 정략 겹쳐
野 인신공격과 與 엄호 악순환
외부 청문위원 도입 검토할 때
학계에서 선정 땐 정파성 완화
국회 신뢰 높여야 대통령 견제
지난 7일 임명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1년 반 동안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18번째 케이스다. 문재인·박근혜 두 전 대통령이 전체 임기 중 경과보고서 없이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각각 34명과 1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인사청문회 패싱이 빈번한 편이다. 이전보다 정치 대립이 심해진 결과이며, 이로 인해 정치 대립이 더 격해진다.
윤 대통령은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장관 후보자들은 청문회 당일만 잘 넘기면 된다는 태도를 보인다. 야당 또한 이미 예상했다는 듯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강하게 반발하지 않는다. 어차피 야당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후보자의 인신 문제들을 공격해 대통령 명성을 깎아내리는 기회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이런 지경이니 생중계되는 청문회를 시청하는 것은 고역스럽기만 하다. 후보자의 인격 모독을 서슴지 않는 야당 의원들과 무조건 후보자들을 감싸는 여당 의원들의 균형 잃은 태도는 국민을 대신해서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한다는 청문회 취지를 무시한다. 그러니 언어폭력과 무질서로 얼룩진 인사청문회라면 폐지하는 게 낫겠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고위 임명직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독단적인 인사를 견제한다는 취지에 따른 제도다. 후보자 검증은 도덕적 자질 평가와 업무 능력 평가로 구분된다. 과거 행적에 관한 자질 평가는 우선 행정부 내부 검증기관의 몫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대신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검증을 수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별 국회의원들이 단 며칠이면 확인하는 후보자의 자질 관련 정보들을 내부 검증기관이 파악할 능력이 없진 않을 것이다.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는 본질적 이유는 아마도 내부에서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의견을 제시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일 수 있다. 이미 파악한 도덕적 자질 문제가 청문회에서 지적되지 않으면 다행이고, 혹시 문제로 제기된다 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도 내부 평가를 부실하게 만드는 원인일 수 있다.
그동안 청문회가 도덕성 검증에 치우쳤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행해야 할 주된 영역은 업무 능력 검증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위원들이, 후보자가 해당 부처 장관으로서 업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검증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졌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청문회 위원 13명은 의석수 비율에 따라 정당별로 배정된다. 그런데 청문회를 통해 자신을 알리려는 의원이 적지 않다. 과거 청문회를 통해 스타가 된 의원들 사례에서 보듯이 청문회는 국회의원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 지도부는 해당 부처의 전문성 외에 다른 요인들도 고려해서 위원들을 선정하게 된다.
위원들 간 지나친 정쟁을 막고 평가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해당 부처에 전문 지식을 가진 외부 청문위원 제도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정파성이 작아지고 객관성이 강해질 것이다. 아울러 청문회 진행에서 정치 과열 현상도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외부 청문위원 선정이 중요한데, 정당 추천보다 해당 학계 추천 방식을 사용하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청문회의 궁극적 목적은 후보자에 대한 검증 내용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위원들의 질의와 후보자의 답변을 통해 국민은 후보자 자질과 능력을 판단하고 여론이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여론은 최종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청문회가 객관적인 후보 평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그 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은 작아지게 되고 국회의 대통령 견제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청문회 검증을 통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형성되고 결과적으로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례가 생기게 되면 대통령은 후보 지명에 더욱 신중해지게 된다. 청문회는 국민이 직접 국회를 경험하는 귀한 기회다. 청문회가 지금처럼 운영된다면 대통령 견제는커녕 국회의 신뢰를 잃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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