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만400원에 유명인 계정 만들어줘…머스크 ‘엑스’ 가짜뉴스로 도배
우크라전 등 주요사태 때마다 SNS 통해 혼란 부추겨
머스크, 엑스 인수 뒤 ‘표현 지상주의’로 논란
언론 기사를 링크할 때 기사 제목 등은 빼고
이미지만 올리면서 가짜뉴스 조작 더 쉬워져
콘텐츠 거름망 없애며 사실상 최대위협 지목
“하마스 공습으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병원으로 긴급이송! 예루살렘 포스트 보도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직후 소셜미디어 쏟아진 가짜 뉴스들이다. 지난 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헬리콥터 격추 영상은 수십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급속히 확산됐지만, 알고보니 ‘아르마 3’이라는 비디오 게임에서 연출된 장면이었다. 9일 올라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는 엑스 게시물은 무려 100만명이 조회하면서 가짜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퍼졌다.
최근 가짜뉴스의 최대 진원지는 엑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뒤 콘텐츠 규제를 대폭 완화했는데, 이후 무차별적인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퍼나르기로 많게는 수천만명이 가짜뉴스를 접하면서 전세계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 관련 게시물에는 그의 사진과 병원 이름이 포함돼 있었고 ‘예루살렘 포스트’라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사 출처도 명기돼 공신력이 있는 것처럼 속였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8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다는 백악관 문서도 퍼졌다. 하지만 이는 지난 7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4억달러를 지원한 문서를 짜깁기한 것이었다.
SNS 상 가짜뉴스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는 틱톡,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러시아의 거짓 정치 선동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최근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은 “‘표현의 자유’가 인간의 기본권이자 궁극적으로 공익”이라는 머스크의 신조에 따라 거짓 정보를 걸러낼 거름망 정책을 하나씩 제거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허위 정보 등을 모니터링하던 직원들을 해고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에게 붙이던 ‘블루 체크’ 마크를 유료로 판매하는 등 규제를 없애고 있다. 엑스 블루 서비스는 월 1만400원 또는 연 10만9000원을 내면 받을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가짜뉴스가 대부분 X의 ‘블루 체크’ 계정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머스크의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X에서 언론 기사를 링크할 때 기사 제목 등은 빼고 이미지만 올리고 있어 조작을 더 쉽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의 팩트체크 탐사보도팀 ‘BBC 베리파이’ 샤얀 사다리자데 기자는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서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가짜뉴스는 언제나 있어 왔지만, 지난 며칠 동안 X를 통해 퍼지고 있는 ‘거짓 정보의 홍수’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이라며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팩트체킹 노력만으로 이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고 적었다.
유럽연합 위원회는 최근 연구에서 X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 측의 정치 선전이 머스크의 인수 전인 지난해보다 더 많이 이용자들에게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 와중에 머스크는 검증되지 않은 계정을 “실시간 전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직접 추천했다가 취소하는 등 혼란을 더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8일 자신의 X 계정에서 “실시간 전쟁 정보를 보고 싶으면 아래 두 계정을 팔로우하라”며 ‘워 모니터스’(WarMonitors)와 ‘센트디펜터’(sentdefender)라는 X 계정을 추천했다가 최근 해당 포스팅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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