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진의 돌 조각[오후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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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의 본성이 가장 잘 나타났다고 생각할 때, 돌을 쪼던 정을 멈춘다. 눈으로 때리는 돌과 심성으로 때리는 돌은 그 결도 느낌도 다르다." 한국 1세대 추상조각가로, 미국 뉴욕과 유럽과 제주도를 오가며 '돌 작품'을 빚던 한용진(1934∼2019)이 한 말이다.
"그는 종말과 시작이 어디에선가 다시 만난다는 것을 통찰하고 있다. 특히, 세월의 심연에서 오는 형태를 즐겨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이들 형태는 미확정·미완결과 이웃한다. 비정형의 구조는 암시된 자연주의가 된다"고 한 어느 평론가의 말도 공감하게 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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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의 본성이 가장 잘 나타났다고 생각할 때, 돌을 쪼던 정을 멈춘다. 눈으로 때리는 돌과 심성으로 때리는 돌은 그 결도 느낌도 다르다.” 한국 1세대 추상조각가로, 미국 뉴욕과 유럽과 제주도를 오가며 ‘돌 작품’을 빚던 한용진(1934∼2019)이 한 말이다. 이런 말도 했다. “돌은 침묵이다. 모든 시대를 담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이 없다. 나는 시간의 흐름에 멈춰 서서 돌과 논다. 잃어버린 자아(自我), 아직 찾지 못한 자아를 찾아보려고 돌과 함께 유희(遊戱)를 한다. 돌에서 마음의 평화를 갈구한다.” 그는 쓸모없이 아무렇게나 생긴 돌인 잡석(雜石)을 일컫는 순우리말 ‘막돌’을 호로 삼기도 했다.
경기고 재학 중에 6·25전쟁에 참전한 그는 서울대 미술대 조소과에 진학했다. 회화과에 입학한 후배와 1962년 결혼했다. 배우자는 서울예술고등학교 학생 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천재 소녀’로, “격정 소나타를 연주하듯이 유화물감을 집은 손가락으로 온몸을 던져 그린다”는 평가도 듣게 된 한국 1세대 추상화가 문미애(1937∼2004)다. 한용진은 1963년 제7회 브라질 상파울루비엔날레에 김환기 화백과 함께 초청받아 갔다. 그의 출품작은 ‘무제’였다. 김환기는 곧바로 미국 뉴욕 정착을 감행했고, 한용진은 1967년에 뉴욕으로 이사했다. 외로움과 고단함 속에 동고동락하는 한용진-문미애 부부와 김환기-김향안 부부의 각별한 사이는 김환기가 1974년 타계할 때까지 이어졌다. 뉴욕 켄시코 공원묘지의 김환기 부부 묘비를 한용진이 조각한 배경이다.
그 묘비도 그렇듯이, 한용진 작품 대부분은 화강암 등 자연석에 최소한의 인위적 손질을 더했다.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과 1989년 파리에서 가진 2인전 ‘시계와 바위’,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도 현무암으로 작업한 ‘토산과 섬’ 시리즈 등도 그랬다. 그의 돌 조각 14점, 판화·드로잉 11점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서울 성북동 최순우옛집에서 지난 9월 1일 시작됐다. 오는 28일까지다. “그는 종말과 시작이 어디에선가 다시 만난다는 것을 통찰하고 있다. 특히, 세월의 심연에서 오는 형태를 즐겨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이들 형태는 미확정·미완결과 이웃한다. 비정형의 구조는 암시된 자연주의가 된다”고 한 어느 평론가의 말도 공감하게 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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