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뀐 투기종목… 레슬링·유도 ‘지고’ 주짓수·쿠라시 ‘뜨고’

허종호 기자 2023. 10. 10. 11: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한민국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2, 은 67, 동 89개를 따내며 종합 3위로 마감했다.

레슬링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총 12개의 메달(금 3, 은 3, 동 6),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8개의 메달(금 2, 동 6)을 남겼으나 이번엔 2개의 메달(동 2)에 그쳤다.

유도, 레슬링과 같은 전문선수 육성 과정이 없기에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은 동호인 출신으로 생활 체육을 통해 성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아시안게임으로 본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上>
레슬링, 항저우서 銅 2개 그쳐
유도는 金 1개 포함 메달 9개
세대교체 실패로‘엘리트’한계
생활체육 기반 주짓수·쿠라시
대부분 동호인 출신 생업 병행
열악한 지원속 ‘메달밭’ 일궈
엘리트-생활 융합 시스템 필요
구본철이 지난 6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바레인의 압둘라 문파레디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주짓수 남자 77㎏급 결승전에서 가드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구본철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2, 은 67, 동 89개를 따내며 종합 3위로 마감했다. 많은 선수들이 5년간 흘린 땀의 성과가 소중한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응원하는 국민 모두 메달 개수나 순위보다는 뭔가 다른 기류를 감지했을 것이다. 바로 확 바뀐 메달 효자종목, 대표선수들의 분위기 등 한국 스포츠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인식이다. 특히 투기 종목의 변화가 컸다. 그동안엔 엘리트 체육의 활약이 돋보였으나, 이번 대회에선 생활 체육의 약진이 도드라졌다.

전통의 메달밭이었던 레슬링과 유도의 부진이 눈에 띈다. 레슬링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총 12개의 메달(금 3, 은 3, 동 6),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8개의 메달(금 2, 동 6)을 남겼으나 이번엔 2개의 메달(동 2)에 그쳤다. 또 유도는 인천에서 15개(금 5, 은 2, 동 8), 자카르타-팔렘방에서 13개(금 4, 은 6, 동 3)를 땄으나 항저우에선 9개(금 1, 은 2, 동 6)에 머물렀다.

반면 이름도 생소한 주짓수와 쿠라시 등은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박수를 받았다. 주짓수는 자카르타-팔렘방에서 메달 2개(금 1, 동 1)를 획득했는데 이번엔 6개(금 1, 은 2, 동 3)로 3배 늘었다. 쿠라시는 5년 전엔 ‘노메달’이었으나 이번엔 3개(은 1, 동 2)씩이나 따냈다. 주짓수와 쿠라시는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레슬링과 유도는 엘리트 체육의 대표 종목이다. 특출난 기량을 가진 학생 선수를 일찌감치 발굴, 실업팀을 통해 전문선수로 키운다. 레슬링에서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린 류한수,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이상 삼성생명), 유도에서 2연패에 도전한 안바울(남양주시청)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류한수와 김현우는 이번에 노메달, 안바울은 동메달에 그쳤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시대에서 30대 중반인 류한수, 김현우의 출전과 부진은 세대교체 실패라는 엘리트 체육의 한계를 보여줬다.

주짓수와 쿠라시 역시 투기 종목이지만 기반이 생활 체육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유도, 레슬링과 같은 전문선수 육성 과정이 없기에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은 동호인 출신으로 생활 체육을 통해 성장했다. 그런데 실업팀이 없는 탓에 주짓수, 쿠라시 선수들은 생계에 지장을 받으며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하루 훈련수당은 불과 8만 원. 주짓수와 쿠라시는 이런 지원이 전부나 다름없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지만 역설적으로 생활 체육 선수들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엘리트 체육은 생계를 보장받으나 전문선수의 길에서 낙오하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저출산·고령화 시대에선 선수 수급이 어렵다. 생활 체육은 취미로 시작하기에 선수 수급은 쉽지만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선수 발굴이 매우 어렵다. 또한 항저우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 출전 때엔 생업에 문제가 생긴다.

최근 한국의 큰 문제로 대두한 저출산·고령화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스포츠에서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존의 스포츠 정책은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교류와 융합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 새로운 발굴·성장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