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 정상 “하마스 테러 규탄”...바이든표 중동전략 위기

2023. 10. 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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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어권 지지, 중동평화 협력”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구별
美의 이스라엘-아랍국가 화해정책 차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지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세계 각지에서는 각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① 이스라엘 군인들이 이날 가자지구와의 접경 지대에서 포탄을 세워두고 경계태세에 임하고 있다. ② 이날 미국 뉴욕 에마누-엘 사원에서 두 모녀가 이스라엘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③ 같은날 뉴욕의 또 다른 곳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AP·AFP·EPA]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으로 빠져들면서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세운 ‘바이든표 중동전략’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를 포함한 5개국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을 지지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강하게 규탄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5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하며 하마스의 지독한 테러 행위에 대해 분명한 규탄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하마스의 테러행위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적법성도 없으며 보편적으로 규탄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국가와 국민을 그런 만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동맹이자 친구로서 이스라엘이 자기방어를 하고 궁극적으로 평화롭고 통합된 중동을 만들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5개국 정상들은 이번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와 비교적 온건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구별하며 사태 확산을 경계했다. 성명은 “우리 모두는 팔레스타인 국민의 정당한 열망을 인정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그러한 열망을 대변하지 않으며 팔레스타인 국민들에게 더 큰 공포와 유혈사태만 제공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번 공격으로 자국인이 11명 사망했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사태로 미군 지상병력이 이스라엘에 주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 주도로 5개국이 서둘러 사태 진정에 나선 것은 이번 공격이 중동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전략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아랍국 간 화해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해왔다.

이스라엘은 2020년 미국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데 이어 사우디와도 외교 관계 수립을 모색중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 총회를 계기로 만나면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인정하는 등 양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인정은 사우디 측이 이스라엘에 관계 정상화를 위해 내세운 조건이었다.

하지만 하마스의 공격 직후 사우디 외교부는 하마스를 명시적으로 비난하는 대신 이스라엘에 대해 “점령을 지속하고 팔레스타인인의 법적 원리와 존엄을 겨냥한 도발을 반복하면 긴장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CBS 뉴스에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관의 관계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이라며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외교 정상화 협상이 이번 공격으로 중단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의 성명은 바이든 대통령과 그 보좌진을 놀라게 했고 협상을 지지한 미국 의원들을 화나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손잡고 중동 정세를 주도하는 것을 우려한 이란이 하마스를 부추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에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확고히 지지하지만 이번 공격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서방 측은 이란이 하마스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며 관련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이 매년 약 1억달러에 달하는 군사 원조를 하마스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 국무부는 하마스가 이란으로부터 자금과 무기, 훈련을 지원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하마스와 오랜 기간 협력을 해온 점도 이란과 하마스 간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CNN은 이번 공격이 있기 한달 전 살레 알-아루리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과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이 베이루트에서 회동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란의 배후 가능성을 제기했다.

코비 마이클 국가안보연구소(INSS)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 사회와 방위 역량을 소진시키는 것이 이란과 하마스의 전략적 공통분모”라면서 “이란은 하마스의 자산이고 하마스는 이란의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에 이란이 광범위하게 연루돼 있다고 믿지만 이번 공격을 이란과 연결하는 직접적인 정보는 계속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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