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뛰는데 긴축 고삐 더 조이나… 이·팔 전쟁에 고금리 쇼크 장기화

박슬기 기자 2023. 10. 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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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연말까지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져 대출자들의 이자부담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은행채 금리가 이미 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른 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로 국제유가가 4% 이상 치솟으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4일 4.795%를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다. 올 5월4일까지만 해도 해당 금리는 3.840%에 그쳤지만 5개월여만에 0.955%포인트 치솟은 것이다.

이어 지난 6일에는 4.664%로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4%대 중후반을 유지했다. 이처럼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는 이유는 미 국채 금리 상승세 영향이 컸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81%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미 국채금리는 은행채를 포함한 전 세계 회사채의 기준 역할을 하는 만큼 미 국채 금리가 오를 수록 은행 대출금리는 추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격화해 국제유가가 더 치솟을 경우 연준은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긴축 강도를 예상보다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국제유가 급등이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국민 편에 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주요 산유국들이 분쟁에 휘말릴 경우 국제유가는 급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융권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이어온 연준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연준은 연내 한차례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해왔다. 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연말 최종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5.6%(5.50∼5.75%)로 6월 전망치를 유지한 바 있다. 이는 11, 12월 두 차례 남은 회의에서 최소 한 번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복잡해진 한은의 셈법… 한미 금리차 확대·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연준이 실제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진다. 현재 2.00%포인트로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치를 넘겨 2.2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달까지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은 15개월가량 지속되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차가 확대될 경우 자본유출 우려 등 원화가치 하락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뿐만 아니라 치솟는 유가도 한은에 부담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두바이유 가격이 연말까지 90달러 대에 머문다면 물가상승률이 전제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게 한은의 관측이다. 한은은 다음 달부터 물가 상승폭이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유가 변수가 생길 수 있단 얘기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목표하는 물가 안정치에 도달하려면 금리 인상 이외엔 해법이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더군다나 은행채 발행량도 늘고 있다. 은행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는 구조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들은 은행채를 순상환 해오다 올 8월 순발행(3조7794억원)으로 전환한 이후 9월에는 약 4조7000억원으로 순발행 규모를 확대했다.

이같은 추세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7%대로 올라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으로 주요국들의 긴축 기조가 더 강해지면 향후 대출 금리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짙다"며 "은행채뿐만 아니라 정기예금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어 조달비용 역시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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