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KIA 153km 파이어볼러의 함박웃음…고개 젓고 통렬한 삼진 ‘자기주도 슬라이더’[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의리가 잘 한 거죠.”
결과적으로 투수의 생각이 옳았다.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젓고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였더니 결과는 삼진이었다. 그 장면만큼은 이의리(21, KIA)의 생각이 옳았다. 강민호(38, 삼성)를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삼진을 잡고 3루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9일 광주 삼성전. 0-0이던 5회초 2사 만루였다. 역투하던 이의리가 강준서와 호세 피렐라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챌린지’를 맞이했다. 매 경기 한 번 정도 찾아오는 제구 기복과 대량실점 위기. 심지어 볼카운트 1B2S라는 유리한 상황서 슬라이더에 이어 153km 패스트볼도 말을 듣지 않았다. 원 바운드 공이 됐지만 위협적이었다.
경기를 중계한 SPOTV 이대형 해설위원은 이의리의 패스트볼이 153km이 찍혔지만 힘이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본인도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풀카운트. 이후 이의리-한준수 배터리의 선택이 매우 중요했다. 경기 전체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1구.
결과적으로 이의리는 바깥쪽으로 슬라이더를 원 바운드로 떨어뜨렸고, 강민호가 배트를 참지 못하고 냈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빠른 볼을 보여줬기 때문에 지금의 슬라이더로 효과를 봤다”라고 했다. 이때 KIA가 실점하지 않으면서, 3-1 승리로 이어졌다.
알고 보니 이 선택은 포수 한준수가 아닌 이의리 본인이 한 것이었다. 자신의 선택이 맞아떨어졌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의리로선 뿌듯한 순간이었다. 그는 “준수 형은 직구 사인을 냈는데 내가 고개를 젓고 변화구 사인을 냈다. 타이트한 승부였는데 내가 선택해서 맞아떨어졌다”라고 했다.
이건 의미가 있었다. 이의리는 빠른 공을 즐긴다. 좌완이 150km을 뿌리고, 잘 들어가면 굳이 다른 공을 많이 섞지 않아도 주도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은 패스트볼보다 슬라이더 구사율이 두 배로 높았다. 스스로도 이날 패스트볼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이의리는 자신에게 냉정했다. 항상 빠른 볼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투수 주도 볼배합도 나쁜 건 절대 아니다. 이의리는 기본적으로 한준수나 김태군의 볼배합대로 가지만, 자신이 공 하나를 책임질 정도로 성장한 걸 보여줬다.
한준수도 인정했다. “의리와 호흡이 나쁘지 않았다. 당시 의리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강민호 선배님이 몸쪽 코스에 방망이가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직구 사인을 냈는데 의리가 슬라이더 사인을 냈다”라고 했다. 물론 한준수는 “의리가 평소에는 잘 따라와준다”라고 했다.
이의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탈락 과정에서 ‘마상’을 입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은 되돌릴 수 없다. 3년 뒤를 기약하면 되고, 이제 KIA의 대역전 5강을 향해 달린다. 실제로 이날 5⅔이닝 5피안타 10탈삼진 4볼넷 1실점으로 팀의 3연승을 견인했다. 물론 10개의 탈삼진 중 강민호에게 뽑아낸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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