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팔 전쟁 첫 보도…“이스라엘의 범죄 행위 결과”

박광연 기자 2023. 10. 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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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공훈국가합창단, 왕재산예술단, 만수대예술단 예술인들이 출연하는 노동당 창건 78주년 경축공연이 지난 9일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장 충돌에 대해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범죄 행위의 결과”라며 팔레스타인을 두둔했다. 반미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6면에 ‘팔레스티나와 이스라엘 사이의 대규모 무장 충돌 발생’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전쟁으로 비화한 이후 북한이 관련 소식을 처음 보도한 것이다. 같은 내용이 전날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바 있다.

신문은 “쌍방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수천 발의 로케트탄들이 발사되였으며 무차별적인 공습이 감행되였다”며 “외신들에 의하면 8일 현재 량측에서 각각 수백 명의 사망자와 1000여명의 부상자들이 발생하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이번 충돌 사태가 팔레스티나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범죄 행위의 결과라고 하면서 유혈적인 충돌을 종식시킬 수 있는 근본 출로는 독립적인 팔레스티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주장을 인용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을 두둔한 것이다. 북한과 팔레스타인은 그간 밀접한 외교 관계를 유지해왔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5일 노동당 창건 78주년을 기념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꽃바구니를 보냈다. 팔레스타인은 주요 행사 등 계기마다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그간 북한은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글을 공식매체에 빈번히 올려왔다. 지난 7월엔 ‘팔레스티나 인민을 지지하는 연대성 모임’을 열어 “팔레스티나 인민의 독립국가 창건 의지를 꺾어버리고 국가 존재 자체를 영영 없애버리려는 이스라엘의 만행은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진보적 인민들의 지향과 염원에 배치되며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난폭하게 위반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 외무상에게 “강점된 영토를 되찾고 독립국가를 창설하기 위한 팔레스티나 인민의 정의의 위업 수행에서 보다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축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이 최근 반미 외교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전쟁 상황을 지켜보며 팔레스타인을 지지 입장을 낼 수 있어 보인다. 러시아가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조만간 러시아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 주목된다.

북한이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는 국면에서 러시아를 매개로 팔레스타인과 연대를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전쟁을 ‘반미’로 규정하며 그간 주창해온 ‘신냉전·다극화’ 국제정세 인식을 더욱 선전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큰 틀에서 보면 반미연대 측면은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 사안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향후 면밀하게 주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하마스의 북한 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드릴 건 없다”며 “북한이 무기를 수출하거나 지원하는 자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만큼 어떤 국가나 단체도 북한과 무기거래를 시도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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