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라이브] "배려의 언어 쓰자"...37년 방송인의 바른말 사용법

YTN 2023. 10. 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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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호준석 앵커

■ 출연 : 강성곤 건국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라이브]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글이 세계 최고의 글자라는 것은 저희가 학교 때 많이 배웠었지만 전 세계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렇게 우리 글, 우리 말을 배우는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어제가 한글날이었고 이제 바른 글, 바른 말 쓰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우리에게 또 전 세계에 중요한 그런 때가 왔습니다. 우리 말, 우리 글에 대해서 깊이 천착을 해왔고 37년 동안 KBS 아나운서로 재직을 했고요. 지금은 건국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인 강성곤 초빙교수에게 한글날 맞아서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평생을 언어, 특히 우리 말, 우리 글에 주목하면서 살아오셨는데 눈만 뜨면 그런 게 딱 보이시는 거죠?

[강성곤]

그렇죠. 저는 요즘도 하루에 20번 정도는 사전을 펴는 것 같아요. 배움이 끝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 말, 방송 언어 제가 이 분야에 아나운서 생활을 하면서 아나운서는 37년 그리고 이 분야 방송 언어, 한국어는 한 24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과거에 비하면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 글, 이제 21세기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말과 글이 됐는데 과거보다 바른 말과 바른 글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과거보다 더 나아지고 있습니까? 아니면 좀 걱정되는 게 많으십니까?

[강성곤]

양극단으로 가는 것 같아요. 우리 말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아졌는데 언어 파괴라든지 언어 오염 측면은 글쎄요. 제가 비관적으로 봐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마는 퇴보한 것 같아요.

[앵커]

우리 세종대왕께서 많이 가슴 아파하고 계신 것 같습니까?

[강성곤]

네, 그럴 것 같아요.

[앵커]

공공언어가 그래서 중요하다, 그걸 강조하신다면서요?

[강성곤]

공공언어라는 게 정부나 지자체, 교육청 등에서 온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거든요. 10여 년부터 국립국어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공공언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에서 바로 우리 언어 현실이 그대로 반영돼요. 그러니까 공공언어에 뭐가 아쉬운 점이 있느냐 하면 너무 어려운 한자가 많다. 그리고 외국어, 외래어 오남용이 많다. 길고 복잡한 문장이 많다.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표현이 많다.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바로 이게 그대로 우리 언어 현실이에요. 공공언어라는 것은 보통은 정부 문서라든지 민원 서류, 약관, 계약서, 안내문, 게시문, 또 우리가 지금 이렇게 나누고 있는 방송 언어, 이게 다 공공언어에 속하거든요. 공공언어가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국민들의 언어생활과 괴리가 있으면 국민들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답답함이라든지 불안감이라든지 상실감이라든지 무시받는 느낌. 그래서 공공언어를 개선하고 순화하는 작업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저도 오래 전에 법조 취재기자로 있을 때 판결문이라든가 공소장 이런 것 보면 해독하기 굉장히 어려운, 마치 암호 같은. 그리고 계약서나 약관 같은 것도 여전히 그런 것들이 많고. 그 얘기가 나온 지가 아마 제가 기억하는 것만 30년 전이니까 그전부터 계속 나왔을 텐데 왜 이렇게 안 바뀌는 겁니까?

[강성곤]

그러니까 언어 현상, 언어 현실에 대한 관쪽에서의 인식 부족이에요.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발신자, 공급자 위주의 언어를 쓴다는 거죠. 극명한 예가 쓰레기 분리수거였다가 분리배출이 됐잖아요. 분리수거라는 개념이 바로 공무원, 기업 입장이란 거죠. 그런 게 아직도 있어요. 며칠까지 접수를 받습니다. 이런 것도 그렇죠. 국민 입장에서는 신청하면 됩니다 이렇게 해야 되고요. 지금 전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경력 단절 여성. 이것도 공무원 입장인 거죠. 여성 입장에서는 경력 보유 여성이 되는 거예요. 또 임대료보다 임차료를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임대료를 받는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임차료를 내는 거죠. 그러니까 임차료를 내는 국민이 더 많잖아요. 임대료를 받는 사람보다. 수신자, 수용자 입장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폐단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어찌 보면 언어라는 것이 그 사회의 권력관계, 권력구조를 반영하는 것인데 지금 많이 시민들한테 권력이 넘어갔다고 합니다마는 그래도 언어를 보면 여전히 그렇지가 않다라는 게 나타나는 거군요?

[강성곤]

부지불식간에 교양 있는 시민들도 그런 실수를 하게 되는 거예요. 대표적인 말이 상당히 정착이 됐는데요. 대표적인 수신자, 수용자 중심의 언어가 바로 비장애인이라는 거죠. 정상인, 장애인 이렇게 안 하잖아요. 장애인을 기준으로 해서 비정상인 이렇게 표현하는 게 그 시발이었다고 봐요.

[앵커]

따뜻한 거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거죠.

[강성곤]

그렇죠. 친근한 대화, 가벼운 인사. 이런 걸 항상 기억해야 되겠습니다.

[앵커]

지금 들으면서 아까 방송도 공공언어라고 하시니까 가슴이 뜨끔한데 방송은 어떻습니까, 지금 실태가.

[강성곤]

방송, 심각하죠. 제가 볼 때는 비판적이에요. 방송언어 순화라는 것은 제가 이렇게 한 37년 근무하다 보니까 경영진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해요. 제작진에게 아무리 잘해보자, 좀 고치자, 쉽게 하자, 정확하게 하자, 이렇게 요구를 해도 경영진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항상 똑같더라고요. 그런데 예전에는 이렇게 한 3, 4년에 한 번씩 이런 운동이나 인식 개선 같은 게 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앵커]

방송을 보시면서 요새 제일 눈에 거슬리시거나 이건 정말 안 되는데, 이런 사례들이나 생각나시는 게 있습니까?

[강성곤]

우선 뉴스 시사 프로그램 같은 데서는 몇 가지 아주 많이 틀리는 게 있더라고요. 유명세 같은 건 유명세를 타다라고 그러는데 유명세의 세 자가 세금이에요. 유명해지면서 얻게 되는 불편이나 부담이거든요.

[앵커]

사람들이 세력 할 때 그 세 자로 오해하는 거죠.

[강성곤]

그렇죠. 유명세를 치르다 해야 되고요. 그다음에 회자되다 이거는 좋은 뜻에만 써야 돼요.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이기 때문에 칭찬받는 일을 하는 사람들한테나 회자되다. 마피아로 회자되다, 이런 건 안 되는 거죠. 그다음에 휘발성 높은 주제. 시사프로그램에서 시사평론가들이 자주 쓰던데요. 휘발성은 휘발유로 오인하는 것 같아요. 연소작용. 그런데 휘발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거잖아요. 금세 없어지는 거예요. 본인의 의도와 정반대의 뜻이 되는 거고요. 그다음에 제가 볼 때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서는 지나치게 높임법을 자주 써요. 가령 두세 살 차이 나는 연예계 선후배들끼리 뭐 하셨어요, 그러셨습니까? 하는데 저는 좀 보기 부담스러워요.

[앵커]

본인들끼리는 그렇게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거니까.

[강성곤]

그렇죠. 시청자 위주의 언어 생활을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거는 어떻게 보면 과도한 높임이고요. 지금 추구해야 될 것이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이거든요. 한두 살 차이나는데 그러셨어요, 그러셨습니까. 이거는 시청자를 오히려 무시하는 겁니다. 잘 모르는 거죠.

[앵커]

그게 문제가 우리 사회의 반영이기도 한 거죠. 한 살이라도 형, 깍듯하게 모시고 그런 거니까.

[강성곤]

지나친 서열화는 오히려 문제예요.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앵커]

언어를 고쳐나가는 것이 결국은 사회 전반적인 풍토와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그 전초병 같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알겠습니다. 저도 사실은 방송 보다가 교수님 느끼시는 것하고 비슷한 걸 느낄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때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이게 언어라는 것이 결국은 계속 변화하는 것이고 진화해 나가는 것이기도 하고 사용자가 쓰면 그것이 나중에 보면 결국 정답이 되기도 하하고 그런 것인데 너무 그렇게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저는.

[강성곤]

그러니까 지금 아주 제대로 지적하셨어요. 요즘에 제가 가장 문제로 느끼는 것은 이제는 하도 오염되고 함부로 말을 하니까 무엇이 옳고 무엇이 세련되고 무엇이 근사한 단어 구사냐, 언어 표현이냐 하는 것에 대한 인식조차 흐려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기도 해요.

[앵커]

그렇지만 누군가는 기준을 정해놓고 원칙을 지키는 . 특히 공공언어는 그런 역할을 해야 된다고 그렇게 보시는 것이죠.

[강성곤]

특히 방송은. 아나운서, 앵커 이런 분들이 솔선수범해야 된다고 봅니다.

[앵커]

저는 어떻습니까?

[강성곤]

호 국장님은 최고예요. 호 국장님은 정말 인터뷰를 잘하시고요. 부드럽게 대화에 임하는 것 아주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감사합니다. 외래어 오남용 아까 말씀하셨는데 외래어 오남용. 제일 심각한 것 기억나시는 사례가 있습니까?

[강성곤]

외래어요? 역시 공공언어 쪽을 건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공무원들이 그린하고 스마트를 너무 좋아해요. 공공언어에 그린과 스마트를 빼면 도대체 뭐가 남나 할 정도로. 그런데 막상 그린, 스마트가 여기서 무슨 의미냐 물어보면 잘 몰라요. 이건 국민을 속이는 거예요.

[앵커]

그린을 뭐라고 그러면 바꾸면?

[강성곤]

그린은 녹색이라고 해야죠.

[앵커]

스마트가 좀 애매하네요.

[강성곤]

그렇죠. 스마트는 경우에 따라서 다른 거죠. 스마트폰을 한때 국립국어원에서 똑똑이전화라고 하자고 그랬어요.

[앵커]

북한말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강성곤]

그런데 국민들이 공감을 못 하는 거죠. 공감을 못 얻으면 자연히 도태되게 되어 있어요. 국민들의 공감을 얻은 아주 좋은 순화가 있죠. 제가 볼 때는 첫 번째가 엄지척이에요. 최고로 잘했다, 제일이다 하는 것은 엄지척이라는 것은 기계적으로 대체한 게 아니라 엄지와 척이라는 명사, 부사를 합한 거잖아요. 참 이런 건 재치있고 좋다고 보고요. 또 좀 오래 됐습니다마는 노견이 길어깨에서 갓길로 정착한 것, 이런 건 상당히 잘했고요. 하나만 더 한다면 우리 전철 탈 때 스크린도어 이것이 안전문으로 바뀌었잖아요. 길이가 우선 짧아져야 돼요, 순화하는. 그다음에 재치가 있어야 되고요. 그다음에 그 목적에 기반한 대체어가 좋아요. 안전이라는 목적에 방점을 찍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건 금세 정착이 됩니다.

[앵커]

SNS가 근황 공유소. 괜찮습니까, 저런 건?

[강성곤]

울산교육청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근황공유소는 좀... 그러니까 저런 게 좀 무리한 거죠. 더 무리한 것도 있었어요. 예전에 스캔을 장면 갈무리. 이것은 너무 길잖아요.

[앵커]

말이라는 게 사람이 써야지 되는 건데.

[강성곤]

순화해도 조심해야 되고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얼마나 얻을 것이냐. 이걸 좀 위원님들이 기억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최근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 트렌드라는 말을 쓰기도 제가 망설여지는데요. 어쨌건 젊은 사람들의 추세는.

[강성곤]

경향성.

[앵커]

짧게 하는 거거든요. 있는 다섯 자짜리 둘로 줄이고 SNS를 근황공유소 이렇게 늘리면 잘 안 써지게 되고. 젊은 세대들의 말이 때로는 보면 굉장히 기발하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그런데 어떨 때는 너무 줄이니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젊은 세대들의 언어 사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성곤]

젊은 사람들이 자꾸 줄임말을 쓰고 신조어 쓴다고 기성세대들이 뭐라고 그러는데 비판만 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결론은. 왜냐? 우리 기성세대들도 너무 많이 써요. 특히 국회에서 예타다, 추경이다, 주담대, 이러고 있잖아요.그러니까 줄임말 갖고 뭐라고 그럴 건 아니고요. 더 지독한 예도 있죠. 예전에 호 국장님 기억나실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옥떨메라고 있었잖아요.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요즘은 그런 얘기하면 안 되는데 바로 그런 걸 갖고 키득거렸던 세대가 우리 세대예요. 젊은 세대 보고 신조어 갖고, 줄임말 갖고 너무 뭐라고 하는 건 일단 안 되고요. 이런 말도 있구나. 이런 말을 이해하는 것과 자신이 쓰는 것은 다르거든요. 이해하는 선에서 그치게 돼요. 국장님 보배가 뭔 줄 아세요? 뭐의 줄임말인 줄 아세요? 보조배터리예요. 그런데 이걸 한심하다고 그냥 혀만 끌끌 차는 게 아니라 재미있구나, 유쾌하구나, 이런 것도 있구나. 그러면 된다고 생각해요.

[앵커]

말이라는 게 계속 바뀌어나가고 변화하고 그런 것이니까요. 한글이 이제는 세계 젊은이들이, 옛날에는 아주 극소수만 배우고 찌아찌아족인가요? 한글 쓴다고 신기해하고 그랬었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 지금은 전 세계 대세 중 하나로 많은 젊은이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마음이 어떠십니까?

[강성곤]

제가 아주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한국어세계화재단이라는 곳에서 1년에 한 번씩 세계 유수 대학에 있는 한국어과 학생들을 초빙해서 교육도 하고 소풍도 가고 그러는데요. 그중에 체코 여학생이었어요. 제가 왜 한국어를 공부하니? 물어봤더니 대답이 재미있었어요. 중국어는 듣기에 좀 이상했대요. 일본어는 들으니까 우스꽝스러웠대요. 그런데 한국어는 들어보니까 참 아름다웠대요. 상당히 똑똑한 여학생이었거든요. 한국어에 분명 강점이 있는 것이고요. 그다음에 우리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진 건 아무래도 K팝, K드라마의 성공이라고 봐야 되겠죠. 얼마 전에 독일에서 온 지인과 제가 대화를 나눴는데요. 한 5~6년 전만 하더라도 독일에 있는 유수 대학에 한국어과에 20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150명 정도랍니다. 그 정도로 한류가 대세죠.

[앵커]

TV에 예능 프로그램에 외국인들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사는 대한외국인들. 한국말 하는 것 들어보면 깜짝 놀라거든요. 한국에 오래 산 사람은 10년 넘게도 살았지만 한 5, 6년 산 사람도 그냥 말만 들어서는 한국인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말을 잘하는데 이게 한국말이 우수해서 그렇습니까? 어떤 요인,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강성곤]

제가 볼 때는 아까 그 체코 여학생 말이 상당히 시사적인데요. 우리 말이 제가 볼 때는 울림이 확실히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다음에 문자. 우리 문자, 한글이 상당히 과학적이잖아요. 창의적이고. 그러니까 외국 사람들한테 소구력이 상당히 높아요. 그리고 배우기 쉽고. 중국어는 어렵잖아요. 한자라는 일단 문자가 큰 장벽이고요. 일본말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한국어는 분명히 강점이 있습니다.

[앵커]

교수님 이렇게 아까 젊은이들의 언어 사용을 뭐라고 할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젊은이들한테 이런 것만은, 이건 아닌 것 같다. 이건 좀 고쳤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하시는 게 있습니까?

[강성곤]

네, 요즘 문자를 잘 보내잖아요. 카톡이라든지. 이런 데 일부러 표준어나 맞춤법을 틀려서 보내는 경향이 있죠.

[앵커]

예컨대?

[강성곤]

그게 재미있으라고. 뭐뭐 하면 안 돼 하는데 되만 한다든지 보이지 않아 하는데 안아 한다든지. 비근한 예가 빨리 나으세요 하는데 그것은 역전이. 히읗을 빼야 되는데 히읗을 붙였다는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스꽝스러운 경향이 발생하는데 이게 바로 너무 글자를 갖고 희화화하고 장난치다 보면 본래 무엇이 맞는지 틀리는지조차 잊어버린다는 거죠. 대표적인 경우가 왠지와 웬일 같은 게 있는데 왠지, 웬일. 이거를 물어보면 맞히는 사람이 드물어요. 그러니까 자꾸만 맞춤법 갖고, 표준어 갖고 소위 말해서 장난을 너무 많이 치면 본인의 국어 실력이 퇴보하는 것을 느끼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문자도 중요하지만 발음에 너무 신경을 안 써요, 요즘 젊은이들이.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목소리가 좋아지나요? 질문을 자주 받는데요.

제가 최고의 대답을 드릴게요. 목소리라는 건 선천적인 게 많거든요. 내 발음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하는 버릇을 키우면 목소리가 좋은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분명해요.

[앵커]

발음을 어떻게 하면 그러면 명료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지 비결을 알려주십시오.

[강성곤]

그러니까 우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발음 교육을 배워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앵커]

없는 것 같습니다.

[강성곤]

그러니까 우리 한글이 우수하다 그러면서 24개 자모음을 제대로 음가를 내는 법을 과연 배웠느냐? 배운 적이 없잖아요. 표준어라는 것은 표준 문자와 표준 발음으로 구성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발음, 음성 교육이 너무 부실해요. 우리 국어 교육은. 그래서 가장 비근한 예로 에와 애 발음을 구분하는 젊은이를 본 적이 별로 없어요. 애국가, 대통령, 개고기, 제주도, 에누리, 이게 에와 애의 구별이거든요. 며칠 전에 조그마한 방송국 라디오 뉴스를 들으니까 우리 무역업체에 애로사항이 많대요. 에로? 에로는 이상한 거잖아요. 애로사항이 많은 거죠. 힘든 일. 에로는 에로틱의. 그러니까 아주 이상해지는 거죠.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언어의 내공이 깊은 강 교수님 말씀을 들으면서 물론 언어는 유연한 것이지만 정통과 기준은 정확하게 지키고 있어야 품격이 높아지는 것이고 사회도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됐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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