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에서 바이러스 저항성 높은 유산균 찾았다

김치연 연구진, 페디오코커스 이노피나투스 분석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저온에서 숙성한 묵은지에 바이러스 저항성이 높은 김치유산균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이같이 김치유산균을 발굴하고, 바이러스 유전자 등 외부 침입 유전자에 대한 방어 작용기전을 알아냈다고 10일 밝혔다.

세계김치연구소 실험실 내부 모습.(사진=세계김치연구소)

김치는 갓 담근 시기부터 발효를 통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묵은지는 특유의 향미로 기호도가 높은 별미김치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담금 직후부터 2~3개월 숙성한 김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오랜 기간 숙성된 묵은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김치연은 묵은지 속 유산균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저온에서 6개월 이상 발효시킨 묵은지 시료 34개를 수집해 김치 내 미생물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수집한 시료 중 88% 이상에서 김치유산균인 ‘페디오코커스 이노피나투스(Pediococcus inopinatus)’가 우점균(가장 수가 많거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균)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페디오코커스 이노피나투스가 매우 잘 발달한 크리스퍼(CRISPR)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크리스퍼 시스템은 세균의 유전체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염기서열이다. 세균에서 과거 자신에게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자신의 유전자 특정 부위에 저장해 앞으로 유사한 바이러스 침입자가 생기면 그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페디오코커스 이노피나투스는 크리스퍼 시스템의 유전자 구성 중 하나인 카스(cas) 유전자 외에 cas 전사 인자인 csa3 유전자를 지녀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에 대한 적응형 면역 방어를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김치 업계에서는 김치의 품질관리를 위해 종균(김치유산균)을 이용한 김치 생산을 하고 있다. 향후 김치유산균을 발효 종균으로 사용할때 바이러스에 대응할 면역 기능을 높이는데 연구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해춘 김치연 소장은 “페디오코커스 이노피나투스의 크리스퍼 시스템은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면역 스펙트럼을 가져 후속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기능을 다각도로 검증하겠다”며 “김치와 김치유산균의 우수한 항바이러스 기능은 식품뿐만 아니라 의약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식품과학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푸드 마이크로바이올로지(Food Microbiology)’의 지난 달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