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또 100달러 치솟나…금리 셈법 복잡해진 연준
"국채금리 급등, 경제에 제약 될 가능성 주시"
중동 사태에 연준 계획대로 가능할지 미지수
유가 폭등 주시…"사우디 감산 완화 못할수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예기치 못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로 금융시장이 ‘시계제로’ 상황에 봉착했다. 가뜩이나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마주한 연방준비제도(Fed)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연준 인사들은 향후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내놓았지만, 추후 국제유가가 폭등할 경우 긴축 강도를 더 높여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 인사들 ‘비둘기파 언급’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이날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최근 국채금리 상승이 경제에 잠재적인 추가 제약이 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며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 여건의 긴축 상황을 인식하고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평가하는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추가적인 통화정책의 범위를 주의 깊게 평가하고자 하는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순식간에 4.9%에 육박하면서 경제 전반을 짓누르면 연준이 추가 긴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현재 연준 금리 수준인 5.25~5.50%에서 더 올리는 대신 당분간 이를 유지하는 쪽에 기운 것이라는 해석이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역시 같은 회의에 나와 “최근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채금리 상승이 강한 경제 때문일 경우에는 추가 긴축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발언의 방점은 긴축 기조의 완화에 찍혔다.
갑작스러운 중동 전쟁 가능성에도 연준 고위 인사들이 시장을 달래자 주가는 오히려 뛰었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3% 오른 4335.66에 마감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39% 상승한 1만3484.2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 역시 장중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가 폭등 가능성 이목 집중
다만 연준의 계획대로 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연준이 비둘기 행보의 전제로 내건 국채금리 상승세가 꺾이고 있어서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624%까지 떨어지고 있다. 전거래일 대비 16bp(1bp=0.01%포인트) 가까이 폭락한 수치다(국채금리 하락·국채가격 상승). 최악의 경우 제5차 중동전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에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채금리가 다시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연준 입장에서는 이를 바로잡을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주목 받는 것은 국제유가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34% 폭등한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3일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12월물 브렌트유 가격 역시 4% 이상 오르며 배럴당 88.15달러에 마감했다.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원자재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나와 “이번 무력 충돌 때문에 (미국과 관계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기대와 달리 감산을 완화하지 못할 수 있다”며 “또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의심 받는 이란에 대해 미국이 더 엄격한 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모두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재료들이다. 그는 “이번 충돌은 국제유가에 장기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에게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 있다”며 “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우디 국영통신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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