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단지 메모 한 장으로 해고? 피해자 말은 누가 들어주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한 보육교사가 있다.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신고자는 어린이집의 원장이다. 아무래도 원장은 많이 바쁘다. 스트레스도 많을 것이다. 한 원에 수십 명의 아이들이 있고, 한 어린이가 인생을 즐겁게 여기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를 지키고 돕는 주체로 성장하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다. 부모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린이집에서 사회생활을 익히고, 유치원과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밟고, 이 과정은 무상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에서는 무료와 무가치를 등가로 여기는 경우가 있지만, 실은 소중하게 조성한 세금으로 모든 이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려는 공화국의 결실이다.
공화국은 우리 서로가 주인으로 깊은 논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어른으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첫걸음을 어린이집에서 딛는다. 그 아이는 첫 선생님을 만나고, 하루의 1/4을 함께하는 그 보육교사는 학부모에게도 내 아이의 첫 선생님이 된다. 거기에는 바빠도 관계를 잘 풀어야 하는 원장(사용자)도 있다.
부모에게 아이는 긴 하루를 지나 퇴근해 집으로 가면 기다리는 존재다. 아이가 배시시 던지는 미소는 하루를 가치롭게 만드는 영험함이 있다. 방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하는 사춘기부터 이 영험함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방문을 닫기는커녕 아플 때 우는 게 전부인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는 하나부터 끝까지 다 보고 싶게 마련이다.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은 눈 밖에 둔 시간이다. 아이 몸에 생채기가 나면 애들끼리 그럴 수 있겠거니 하는 사람이 있고, 뉴스에서 본 보육교사의 학대부터 상상이 밀물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아이의 다듬지 못한 손톱에 긁힌 것일 텐데, 다른 아이한테서 물려 생긴 이 자국과 서로 밀어서 다친 찰과상에 터지는 속을 토해낼 데는 보육교사다. 우리 아이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았냐며 말이다.
과거 한 보육교사는 아이의 볼에 긁힌 상처를 발견한 뒤 내내 민원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양육자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차라리 내가 돈을 내고 믿을 만한 사람을 썼어야지"라는 차가운 말을 들었다.
최근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긁힌 상처가 난 아이가 있었다. 생채기를 (예방? 방지? 방어? 회복? 하지 못했다며) 사과하러 간 보육교사에게 학부모는 똥 기저귀로 얼굴을 내리치기까지 했다.
원장이 신고 부추겨…메모 하나 때문에 해고?
원장은 후에 밝히길 수사한 경찰이 '결과는 걱정하지 말고, 보완수사는 도장 찍는 것과 다른 영상 포렌식이다'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원장은 경찰의 말에 아동학대 유죄라는 확신을 얻은 것 같다. 그런데 법원이 유죄라고 하기 전까지 우리 모두는 죄가 없는 사람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은 오간 데 없이 해고를 당한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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