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채 팔고 금 모으고 있지만…"탈달러 대안이 없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 10. 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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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국채 보유액 14년 만에 최저치
금융영향권 벗어나기 위한 의도 평가
중국 내에선 "이미 인질로 잡혔다"
(맥클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이 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맥클린의 국세청을 방문해 연설을 갖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피치의 결정으로 미국 국채가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이고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강력하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2023.8.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1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미국채 매도가 채권금리 상승과 미국채 가치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채를 줄이는 대신 금 사모으기엔 여전히 혈안이다. 미국 금융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10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 평가액은 7월 말 기준 14년 만에 최저치인 8218억달러(1106조원)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초 대비 25%나 감소했다. 일본에 이어 여전히 2대 미국채 보유국 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가치만 놓고 보면 뚜렷한 축소세다.

서방언론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중국이 미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기관채 지분증가분까지 포함하면 아직 순매수 상태라는 입장이다. 미 재무부는 2013년 11월부터 올해 7월말까지 중국이 사들인 기관채가 5435억달러(약 734조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최근 보유액 감소는 미국채 가치가 일시 하락한 탓이라는 거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채 보유량을 줄이면서 가치가 떨어지고, 보유액도 함께 줄었다. 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은 2021년 이후 7월까지 거의 매분기 줄어들었다. 중국은 대신 금을 사모은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금 보유고가 11개월 연속 늘어나 9월 말 기준 전월 대비 84만 트로이온스(31.1034768g) 늘어난 7046만 트로이온스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미국채 보유 축소는 미국 달러패권에 대한 저항이다. 중국 내에서 미국채 비율을 더 줄여야 한다는 매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인민은행 전 고문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위원은 "연준의 금리인상을 포함해 정치적 영향력을 완화하고 미국과 무역관계를 원활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국채를 계속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미국채 매도는 실제 미국엔 단기 악재다. 블룸버그는 지난 6일 "중국이 미국과 불화 탓에 미국 채권을 던지면, 전반적인 채권 매도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채 값이 하락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

채권값이 낮아지면 금리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 손실이 커진다. 블룸버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가정과 기업, 정부는 사실상 공짜 돈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며 "이제는 모든 것이 바뀔 것이며 자동차 대출부터 공공 차입, M&A(인수합병) 조달비용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국제 금값이 미국 달러화 약세, 국채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온스당 2천 달러를 돌파했다. 3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8%(14.20달러) 오른 2,000.40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0일 이후 최고가다.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금 관련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2023.4.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탈달러가 미국에 결정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특수관계인 일본을 제외하면 여전히 미국 채권 최대 보유국이다. 확 털고 나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대안이 없어서다.

중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 입장에서도 달러만큼 활용이 유연하고 가치가 안정적인 자산은 없다. 금 보유가 대안이 될수도 있겠지만 이미 미국 등 서방이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원유 등 핵심 에너지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만 달러를 포기하기도 어렵다.

중국의 탈달러는 그래서 외려 '대안부재'를 부각시킨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한 대학 행정학 교수는 SCMP에 "가장 강경하게 미국채 매도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외환을 러시아 루블화나 이란의 리알화, 사우디의 리얄화로 바꾸자고는 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미국 재무부에 인질로 잡혀있으며,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중국의 역외 자본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희토류 등 주요 수출자원과 위안화를 연계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적 펀더멘털에 기반한 위안화 가치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거다. 중국은 실제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BRICS) 회원국을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늘리고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오랜 탈달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화포트폴리오 상당부분을 달러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다각화를 위한 좋은 옵션을 갖고있지 않다는 의미"라며 "달러가 아닌 다른 자산을 보유한다고 해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거나 더 안정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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