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수술로 생존기간 연장··· “나이 많다고 수술 포기할 필요 없어”

김태훈 기자 2023. 10. 10. 10: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발생 위치에 다른 췌장암의 구분. 보건복지부 제공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췌장암 수술을 피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신상현 교수, 정혜정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9~2018년 췌장 두부(머리 부분)에 생긴 암으로 췌·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의 예후를 분석한 뒤 이런 내용이 담긴 논문을 ‘호주외과학지(ANZ Journal of Surgery)’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췌장암은 치료가 매우 어렵다. 특히 췌장의 두부에 생기는 암을 치료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과 함께 십이지장, 담도, 쓸개 등을 복합적으로 절제해야 하고 연결 과정도 복잡해 외과수술 분야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수술이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최대 40%에 이르고, 수술 중 췌장에서 누출(누공)이 생기거나 혈관이 파열되면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이 크다.

이 수술에 대한 기존의 해외 연구에선 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의 중앙 생존 기간은 3.5개월인 데, 수술 환자는 12.6개월로 4배 가량 더 길었다. 통계상으로는 수술의 이점이 분명했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이 나이를 이유로 수술을 포기해 의료진 역시 수술을 쉽사리 권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나이에 따른 췌장암 수술 여부를 분석한 결과, 연구를 진행한 췌장암 수술 환자 666명 중 80세 이상인 환자는 고작 3.6%(24명)에 그쳤다. 2019년 국내 암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 8099명 중 80세 이상은 1727명(21.3%)에 달했으나 수술을 택한 환자는 일부였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30% 정도가 수술을 받는다고 알려진 것과 견줘봐도 수술을 결심한 80대는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술 이후 예후가 좋아지는 장점이 있음에도 고령의 환자가 단지 나이 때문에 수술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인지를 살펴봤다. 환자 666명을 80세 미만(642명)과 80세 이상(24명)으로 나눠 두 집단에 대해 수술 다음의 예후를 비교했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ASA score)와 심뇌혈관, 심폐질환 등 수술 관련 조건을 토대로 성격이 다르게 나타나는 지점에 대해선 균질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통계적인 보정을 거쳤다.

그 결과 일반적 인식과 달리 췌장암 수술 예후에 나이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80대 미만 그룹의 평균 재원일수는 12.6일로, 80대 이상 그룹(13.7일)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전체 생존기간과 질병의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인 무진행 생존기간도 80대 미만에선 각각 18개월, 11개월이었고, 80세 이상에선 16개월, 8개월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80대 이상 환자 중 6명은 수술 후 24개월 이상 장기 생존했다고 밝혔다.

신상현 교수는 “췌장암에서도 건강상의 다른 요인 없이 단순히 나이만 갖고 수술이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기대 여명을 늘릴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환자에게 선택할 권리를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