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짜뉴스 다시 판친다…온상은 머스크의 '엑스'(종합)

임지우 2023. 10. 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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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등 주요사태 때마다 SNS 통해 혼란 부추겨
'네타냐후 응급실행' 가짜뉴스는 무려 100만명 조회
엑스 '표현 지상주의' 논란…콘텐츠 거름망 없애 최대위협 지목
X (옛 트위터)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서울 = 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직후 소셜미디어에서 다시 허위정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뒤 콘텐츠 규제가 대폭 완화한 '엑스'(X·옛 트위터)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로서 전 세계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습 직후 X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네타냐후 총리 사진과 함께 병원 이름까지 포함돼 있었고, '예루살렘 포스트'라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사 출처도 명기돼 공신력이 있는 것 같은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이는 가짜 뉴스로 드러났다. 이 글은 조회 수가 100만명에 육박해 허위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했을 가능성이 관측됐다.

지난 8일에는 X의 한 계정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영상이 게시됐다. 이 영상에는 "하마스에 더 많은 힘을"이라는 글도 담겼다.

이 영상은 수십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했지만, 비디오 게임 '아르마3'에서 연출된 장면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8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다는 백악관 문서도 퍼졌다. 하지만 이는 지난 7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4억달러를 지원한 문서를 짜깁기한 것이었다.

SNS 상의 이 같은 가짜뉴스는 국제적으로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문제가 되어 왔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는 틱톡,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러시아의 거짓 정치 선동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우크라 참상을 담은 사진을 두고 진실 공방이 오가거나, 관심을 얻으려는 이용자들이 과거 전쟁 영상을 현재 상황으로 왜곡해 올리는 등 가짜 뉴스의 심각성이 불거졌다.

이 같은 소셜미디어의 근본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콘텐츠 관리 방침을 대거 바꿈에 따라 급증했다.

美 뉴욕서 열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비판 시위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회담하는 사이 친민주주의 성향의 이스라엘인들과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이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한 참가자는 네타냐후 총리를 "이스라엘의 파괴자"라고 비난하는 팻말을 들었다. 2023.09.21 besthope@yna.co.kr

X는 표현의 자유가 인간의 기본권이자 궁극적으로 공익이라는 머스크의 신조를 따라 거짓 정보를 걸러낼 거름망 정책을 하나씩 제거했다.

머스크는 허위 정보 등을 모니터링하던 직원들을 해고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에게 붙이던 '블루 체크' 마크를 유료로 판매하는 등 본인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에 맞지 않는 규제를 손보고 있다.

이 같은 머스크 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사태에서 X는 가짜뉴스를 확대·재생산하는 온상으로 돌변했다.

페이스북과 틱톡 등 다른 SNS 계정에서도 가짜 뉴스가 눈에 띄지만, X에서 가장 많이 확산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X는 이용자 규모가 페이스북이나 틱톡보다는 작지만 현재 전세계 4억1천만명 정도가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소셜미디어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가짜뉴스가 대부분 X의 '블루 체크' 계정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정책이 가짜뉴스 확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X에서 언론 기사를 링크할 때 기사 제목 등은 빼고 이미지만 올리고 있어 조작을 더 쉽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의 팩트체크 탐사보도팀 'BBC 베리파이'에 소속된 샤얀 사다리자데 기자는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서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가짜뉴스는 언제나 있어 왔지만, 지난 며칠 동안 X를 통해 퍼지고 있는 '거짓 정보의 홍수'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이라며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팩트체킹 노력만으로 이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고 적었다.

유럽연합 위원회는 최근 연구에서 X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 측의 정치 선전이 머스크의 인수 전인 지난해보다 더 많이 이용자들에게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 와중에 머스크는 검증되지 않은 계정을 "실시간 전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직접 추천했다가 취소하는 등 혼란을 더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8일 자신의 X 계정에서 "실시간 전쟁 정보를 보고 싶으면 아래 두 계정을 팔로우하라"며 '워 모니터스'(WarMonitors)와 '센트디펜터'(sentdefender)라는 X 계정을 추천했다가 최근 해당 포스팅을 삭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워 모니터스'는 지난 5월 백악관 인근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가짜 뉴스를 올린 적이 있으며, '센트디펜더' 역시 주기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올려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머스크는 해당 추천 글을 지운 뒤 다시 글을 올려 '워모니터스'가 가자 지구 군인들을 '선교자들'이라고 표현한 게시글을 두고 "양측의 입장을 전하는 것은 좋지만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추천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X를 통해 이를 실현해가는 머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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