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북극해 기후변화 '시한폭탄' 구멍 확인

국내 연구팀이 북극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십 배 강한 메탄가스를 분출하는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극지연구소는 북극 동시베리아해 해저면에서 폭 10ｍ 내외의 메탄가스 원형 방출구를 다수 찾았다고 오늘(10일) 밝혔습니다.

북극해에서 고농도 메탄이 방출되는 현상은 이전에도 관측됐지만 실제 방출구의 모습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메탄가스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에서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으며, 이산화탄소와 비교하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21배, 온실효과는 80배인 것으로 각각 알려졌습니다.

극지연구소 홍종국 박사 연구팀은 해저면에 반사되는 음파를 기록하는 수중영상 촬영 장비를 활용해 북극 동시베리아해에서 수심 약 50ｍ의 대륙붕 해저면을 탐사했습니다.

메탄가스를 방출하는 구멍을 10개 이상 발견했는데 가장 큰 방출구는 폭이 최대 15ｍ에 달했습니다.

이와 같은 원형의 방출구는 북극해 대륙붕에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메탄가스가 해저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구팀은 북극해 동시베리아해역에서 연간 메탄 방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장기 관측장비도 해저에 설치했습니다.

이 장비는 1년 뒤에 회수해 북극 해저 메탄가스 방출 현상의 정량적인 변화를 파악하고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계획입니다.

북극 온난화의 증거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됐습니다.

북위 80도 부근 동시베리아해역에서 해빙(바다 얼음)은 예년과 확연히 다르게 녹아 있었고, 심해 카메라에는 난류성 어종으로 분류되는 오징어 등이 관찰됐습니다.

길이가 71㎝에 달하는 대게(Snow Crab)가 통발에 잡힌 것도 이례적인 현상이었습니다.

대게는 주로 베링해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베링해 수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추운 장소를 찾아서 북쪽을 향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극지연구소는 아라온호가 메탄 연구 외에도 이동 항해 중에 25㎞ 상공까지 대기 관측자료를 매일 두 차례에서 네 차례 수집해 기상청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세계기상기구의 전 지구 기상관측망에 제공했습니다.

대기 중 미세먼지 관측 연구도 수행했습니다.

아라온호는 90일간의 북극 연구 항해를 마치고 오늘 광양항에 도착했습니다.

(사진=극지연구소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