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엉터리 통계" 지적 무시한 국토부...'6개월' 벼르는 감사원

김성진 기자 2023. 10. 10. 10: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년 레미콘 트럭 묶은 통계 분석, "과소 추정" 지적한 감사원
지적받고도 올해도 같은 통계로 트럭 묶은 국토부..."문제 없다"
감사원 "국토부, 지적 사항에 이견 없었는데...불수용에 놀라"
현재는 감사 '이행 기간'..."6개월 지나면 엄격히 이행 관리할것"


국토교통부가 14년 동안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를 막은 통계 분석이 '엉터리'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불수용하고 올해 같은 분석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감사원이 시정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통계 분석에 문제가 많다는 게 감사원 내외부 통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감사 당시 국토부도 지적에 이견은 없었는데 딴소리하고 있다는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10일 "지금 국토부는 지적 사항 '이행 기간'이기 때문에 절차상 국토부에 문제제기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감사 당시 국토부 담당자를 대면했을 때 지적 사항에 아무 이견이 없고, 문제가 시정될 것이라 기대해 책임을 묻지는 않았는데 반년 가량 이행 기한을 부여하고 이후에 문제가 반복되면 문제를 저지른 사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 7월까지 국토부를 감사하고 산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가 수급 조절 제도로 증감이 통제된 레미콘 믹서트럭 등록대수를 '시장 수요'가 가정하고 2년 단위 레미콘 트럭 수요량을 예측한 것은 "수요를 과소 추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레미콘트럭은 레미콘 회사가 운영하는 '자가용' 차량과 차주가 면허를 취득해 레미콘 운반업을 하는 개인 소유 '영업용' 차량으로 나뉜다. 국토부는 전국에 믹서트럭이 과하게 늘면 운반업을 하는 차주들 생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2009년부터 증차를 정책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2년마다 수급조절위를 소집해 증차 금지를 결정하는데 그전에 앞으로 2년 레미콘트럭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연구기관에 통계로 수급 상황을 예측해달라고 의뢰한다.

연구기관은 전국의 레미콘 트럭 '등록대수'를 시장 수요라 가정하고 연도별 데이터를 모아 같은 해 건설투자 등 데이터와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한 뒤 향후 2년 건설투자가 1%, 2% 늘어나면 레미콘트럭 수요는 몇 % 늘어날 것이란 통계적인 수요 예측 모형을 만들어냈다. 공급 예측 모형은 따로 만드는데, 예측한 믹서트럭 수요량과 비교해 향후 2년간 레미콘트럭의 과잉 여부를 판단해 왔다.

감사원은 '등록대수'가 수급 조절 제도로 증감이 통제된 수치이기 때문에 믹서트럭 수요 증가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019년에서 2020년 건설투자 규모는 4조원 증가했는데, 레미콘트럭 등록대수는 오히려 300대 줄었다. 상식적으론 레미콘트럭 수요가 늘어야 하지만 정부에 의해 증차가 금지된 상황에서 일부 차주가 은퇴하는 등의 영향이었다.

서울의 모 대학 통계학과 교수는 믹서트럭 수급이 2년마다 새로 제한됐으니 과소 추정이 "누적됐다"고 했다. 감사원은 해당 문제를 보고서에 적시해 7월말 국토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8월 문제로 지적된 등록대수로 또다시 수요를 예측해 앞으로 2년도 레미콘트럭이 부족하지 않다며 증차를 2년 더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토부는 건설투자 규모와 등록대수 사이 상관관계가 높아 "과소 추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부 통계 전공자와 한국은행 통계 전문가를 차출해 국토부를 감사한 결과 국토부 수급 예측에 통계학적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국토부 담당자를 대면해 구두로 지적한 결과 전부 이견 없이 수용했기 때문에 보고서는 극히 일부만 적시한 것인데, 이제와 지적을 불수용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국토부 의뢰로 민간 연구기관이 수급 예측에 착수한 게 감사보고서가 전달(7월)되기 전인 올해 초이지만 통계 예측의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지적했으니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통계학계는 국토부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통계 예측은 '모형(model)'이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올해를 포함해 14년 동안 연구기관들은 믹서트럭 수요 예측 모형과 공급 예측 모형 모두 등록대수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통계학과 교수는 "둘다 등록대수(공급량)를 예측하는 모형이지, 하나가 수요 예측, 또 하나가 공급 예측 모형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토부 해명대로 레미콘트럭 등록대수와 건설투자 규모는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투자가 늘 때 자가용 차량도 늘었지만 '부정등록'으로 영업용 차량은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부정등록이 발생하는 이유가 믹서트럭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는데, 앞으로 믹서트럭 수요를 감당하려면 영업용 차량을 늘려주거나 부정등록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국토부는 지난 7월 2개월의 감사 이행 계획 수립 기간을 부여받았는데, 아직 이행계획을 감사원에 제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토부가 기한을 지키지 않았지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토부에 6개월 가량 이행 기간을 부여한 후에는 지적 사항이 시정됐는지 엄격하게 이행 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