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잼버리’ 덮으려고 불법도 불사?…‘K팝 콘서트’에 장관 과태료 낼 판[국감2023]
공연법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셀프 위반’
“사고 났으면 어쩔 뻔…안전감수성 심각”
정부가 지난 8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파행에 이르자 ‘K팝 콘서트’를 급히 추진하면서 재해대처계획을 규정한 공연법 조항까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대로라면 박보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과 서울시·마포구청 등에서 받은 문체부의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재해대처계획서’를 보면, 문체부는 콘서트 이틀 전인 지난 8월9일 서울 마포구청에 관객 4만3000명 규모의 공연을 신고하면서 재해대처계획서를 냈다. 공연 주최자는 잼버리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인 박 전 장관으로 적혀 있다.
문체부는 공연법이 규정한 기간을 어겨가며 급히 재해대처계획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연법 시행령 9조는 1000명 이상 관객이 예상되는 공연은 공연일 14일 전까지 재해대처계획서를 관할 시장·구청장 등에게 보고해야 한다. 일정 변동이 생기더라도 최소한 7일 전에는 재해대처계획서를 내야 한다. 행사 전 안전조치 등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라는 취지다. 이를 어기면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가 잼버리 파행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K팝 콘서트’를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 애초 콘서트는 지난 8월6일 새만금 영지 내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 콘서트 장소는 지난 8월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무대 설치를 서둘러 진행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도 발생했다. 행사 사흘 전인 8월8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찍힌 무대 설치작업 사진을 보면, 고소작업임에도 무대 최상부에 안전난간이나 생명줄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일부 작업자들은 고소작업 중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고, 모든 층에 작업 발판이 설치되지도 않았다. 한 시민이 박 전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등 잼버리조직위 공동조직위원장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810193800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월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에 “국가적 사업이 안전하게 잘 마무리되도록 고용노동지청,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현장에) 가서 법령 위반이 없도록 지도했는데 몇 가지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며 “작업 발판이 없고, 안전고리를 체결하지 않은 것 등 서너 가지를 봤다. 지금 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임 의원은 “‘잼버리 파행 사태’를 수습하려다 공연법 주무 부처인 문체부가 공연법을 위반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인명사고가 안 났기에 망정이지, 사고라도 났으면 어떻게 하려 했나. 정부의 부족한 안전감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검찰, 출소 뒤 또 직장 동료 살인 40대에 사형 구형…“영구 격리 필요”
- 국방장관 “윤 대통령, 군 골프장서 골프는 사실…노무현도 거의 매주 운동”…야당 ‘발끈’
- [전문] 서인영, 합의 이혼 “귀책사유 없다”
- 이재명 “정치보복, 내 단계에서 끊을 것…윤 대통령도 그만해야”
- 김민전 “‘당이 고발’ 기사 찾았다, 난 책임 못 져”…한동훈 ‘헛웃음’
- 친한 신지호 “김건희 고모가 한동훈 가족에 ‘벼락 맞을 집안’ 저주”
- [속보]‘체육계 비리 수사’ 검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압수수색
- 심사숙고 정몽규 4선 결심, 축구계 심판 받겠다
- 머스크, 공무원 4명 ‘좌표’ 찍고 “가짜 일자리 너무 많다”
- [속보] 롯데, CEO ‘3분의 1’ 날렸다…신유열 부사장 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