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개입해 확전?…이란과 하마스는 어떻게 얽혀있나

김예슬 기자 2023. 10. 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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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 두려워해"
"이스라엘 정치 혼란 등도 영향…하마스 독립 결정일 듯"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공격을 감행한 후 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이란 국민들이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표명했다. 23.10.07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란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에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이란과 하마스 간 연결 고리만으로는 이번 공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양측이 밝힌 사망자 수는 최소 15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900명으로 늘었다고 전했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최소 68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을 상대로 기습 공격을 벌였고, 이에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2014년 이후 근 10년 만에 가자지구를 상대로 지상군 투입 초읽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스라엘은 30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한 데다 가자지구에 전면 봉쇄령을 내린 상태다.

하마스는 이슬람 무장단체이자 팔레스타인 영토의 양대 정당 중 하나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한 뒤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또 다른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서안지구는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온건파 파타당이 장악하고 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스라엘과 척을 져 온 이란은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반(反)이스라엘 단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이란이 하마스에 연간 1억 달러(약 1352억원)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 국무부도 하마스가 이란으로부터 자금, 무기, 훈련을 지원받고, 걸프 아랍 국가에서 일부 자금을 조달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산 무기들은 수단과 이집트를 거쳐 가자지구로 밀수입되고 있다는 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주장이다.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접경인 아슈켈론에서 ‘아이언 돔’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2023.10.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 때문에 이란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를 의식해 이를 흔들기 위해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승인했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중동분석가 알리레자 누리자데는 미국의소리(VOA)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과 하마스의 관계만으로는 이번 공격 시기를 설명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전직 고위 간부였던 하임 토메르는 BBC에 "하마스는 이스라엘 내부 갈등에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란은 모든 병참과 군사적 측면을 지지하고 있지만 내 생각에 이 결정은 적어도 75%는 하마스 지도부의 독립적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반이란 시민단체 이란핵반대연합(UANI)의 제이슨 브로드스키 정책 이사도 이스라엘의 정치적 혼란을 공격 개시 요인으로 지목했다. 브로드스키 이사는 VOA에 "이란은 네타냐후 정부가 시도한 사법 개혁 제안으로 생긴 이스라엘 내부의 깊은 분열로 이번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계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하나드 하게 알리 카네기 중동센터 연구원도 "하마스는 이란의 주머니에 있지 않고, 카타르, 튀르키예 등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란과의 새로운 동맹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보답을 받고 하마스를 지지할 경우에만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등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표명해 왔다.

카타르 역시 하마스의 가장 중요한 재정적 후원자이자 외국 동맹국으로, 카타르 국왕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는 지난 2012년 국가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하마스 정부를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 성조기(우)와 이란 국기 일러스트레이션.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이란 측에서도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한편, 미국도 '이란 개입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의 역할과 관련된 비난은 정치적 이유에 근거한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란 정부의 어떠한 도움 없이도 자국을 방어하고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이란이 이번 공격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오랫동안 자원 역량 훈련을 통해 지역 전역에서 하마스와 기타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지원해 왔다"며 "그런 점에서 이란은 분명히 여기에 연루돼 있지만, 이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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