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끓여주신 김치찌개, 우족탕 맛. 지금도 못잊습니다.” 70년 축구인으로 살아온 박종환 감독 영결식
“마크스를 쓰고 고통스러운 체력 훈련을 할 때, 한 골을 먹을 때마다 운동장을 열 바퀴 뛰어야할 때 그때는 정말 감독님이 야속하고 미웠습니다. 겉으로는 호랑이처럼 무서웠지만 정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외국에서 선수들이 음식 적응을 못할 때 호텔 주방으로 직접 들어가 끓여주신 김치찌개, 우족탕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고 박종환 감독 아래 4강 신화를 쓴 신연호 대한축구협회 이사(고려대 감독)는 스승의 마지막 길에서 고인을 이렇게 회고했다.
10일 오전 9시 대한축구협회에서는 고 박종환 감독 영결식이 열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이회택 OB축구회장, 황선홍 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 등 많은 축구인들과 평소 고인과 가까이 지낸 개그맨 엄영수, 배우 이순재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은 1938년 2월9일 황해도 옹진군에서 5남 5녀 중 일곱 번째로 태어났다. 1945년 남으로 내려와 춘천에서 정착했다. 춘천중학교 2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고 춘천고, 경희대를 나왔다. 1964년 대한석탄공사에서 실업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1966년 지도자 길로 들어섰다. 성남고, 유신고 감독을 지냈고 1975년에는 전남기계공고 감독으로 대통령금배 고교 축구대회 우승도 지휘했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에서는 한국을 4강에 올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4강에 오른 대회였다. 신연호 이사는 8강전 우루과이전 2골 등 총 3골을 넣었다. 신 이사는 “한국축구가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그런 자신감이 2002년 월드컵 4강 등 현재 많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1989년 일화 천마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정규리그 3연패(1993∼1995년)를 이뤘다. 1996년에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됐지만, 아시안컵 부진으로 경질됐다. 2001년 창립한 한국여자축구연맹 초대 회장을 맡았고, 2003년 대구 FC 창단 감독도 했다. 2018년에는 K3 여주 FC 창단 총감독으로 부임해 2020년까지 활동하는 등 칠십 년 동안 축구판을 지켰다. 신 이사는 “고등학교, 실업, 프로, 여자축구, 풀뿌리 축구 등 축구를 너무 사랑하셨기에 낯선 길도 흔쾌히 수락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성남 일화 시절 고인의 애제자였던 이상윤 해설위원은 “카리스마가 너무 넘쳐 처음에는 일화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가기를 바랐던 마음이 있었다”며 “그러나 직접 경험한 감독님은 잔정이 많으셨다”고 기억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983년에 이미 벌떼 축구, 토털 축구를 실현하신 감독님은 한국 축구의 기준을 제시해주셨다”며 “고인이 이끈 청소년대회 4강은 우리 연령별 대표팀이 최근 좋은 성과를 내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추도했다.
고인은 85세를 일기로 지난 7일 별세했다. 1년여 동안 치매로 인해 요양병원에서 생활한 고인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호흡곤란, 패혈증이 겹쳐 건강이 급속하게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슬하에 1남 1녀가 있고 아내는 2016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들 박재훈씨는 “대한축구협회가 축구협회장으로 장례를 모셔주셔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인은 경기도 남양주 에덴공원에 안치됐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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