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오송참사, '각자도생' 해야 살 수 있는 나라
7월 15일 충북 청중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폭우로 물에 잠겼다. 10명이 상해를 입었고 14명이 사망했다.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숨어지내던 생존자들은 참사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7월 15일 오전 8시 32분, 청주와 세종을 잇는 도로 바닥이 살짝 젖어있다. 잠시 후 궁평2지하차도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흙탕물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차가 물살에 막혀 앞으로 가기 어렵다. 간신히 출구로 나왔지만 강이 폭포수처럼 밀려오는 바람에 차량이 떠밀려 엉키기 시작한다.
8시 36분 차로를 이용하던 747번 버스가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고 뒷걸음질 친다. 강물이 차 위로 들이닥치고 앞에 있던 차량이 밀려 뒤에 있던 차량을 덮친다. 불과 몇 분 만에 지하차도 안은 성인의 키만큼 물이 차올랐다. 사람도 차량도 물에 둥둥 떠다닌다. 현장 상황은 말 그대로 공포스러운 아비규환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자연재해라 막을 수 없었다'는 변명이 무색할 정도로 재난에 대비할 수 있었다는 정황은 차고 넘쳤다. 우선, 임시제방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참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사업 시행 주체인 오송~청주 연결도로 사업 공사 중에 발생했다. 기존 제방을 철거하고 쌓은 모래성 수준의 임시제방이 화근이었다.
'미호천 임시제방 축조 실정보고' 자료에는 감리사가 1년 전 행복청에 30m 이상 제방이 필요하다고 경고한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우기 시 미호강 범람으로 공사 구간 침수가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침수 시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는 물론이고 강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궁평1교차로까지 하천수가 유입돼 도로침수 및 이용자들의 통행제한이 예상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 궁평1교차로와 궁평2지하차도는 도보로 9분 차이에 불과하다.
아울러 침수를 막기 위해서는 '설계 홍수위(29.05m)에 1m를 더한 30.05m까지 임시제방 축조가 필수적'이라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설치된 임시제방의 높이는 29.74m에 불과했다. 참사 당일 수위가 29.87m까지 올라가 범람했던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부분이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도 참사를 불렀다. 이상래 전 행복청장은 뉴라이트 단체로 분류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사회통합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경력 어디를 보더라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을 총괄·조정하고 개발 계획 수립과 변경, 실시 계획의 승인 등을 담당할 적임자로 보기 어렵다. 특히 이 전 청장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경선 후보를 도왔고 곧이어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현재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던 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원 장관과는 서울대 법학과 82학번 동기로 막역한 사이로도 알려졌다. 경력도 능력도 없지만 대통령과 장관과 연이 있다는 이유로 자리에 꽂힌 것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지는 이유다. 게다가 이 전 청장은 참사 발생 달포 전, 미호강 인근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참사 발생 막전막후 당국의 대처는 어떠했는가. 사실상 재앙에 가까웠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발생 전 미호천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격상하고 충청북도, 청주시, 각 구청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흥덕구청과 청주시청 그리고 충청북도가 서로 상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재난 방지를 위해 공조해야 했지만 경찰과 소방간 소통 오류 등 부실한 대응으로 피해가 더 컸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기록적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하천홍수·도심침수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기상이변에 대비한 근본 대책을 언급하며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국가·지방하천, 본류·지류를 아우르는 종합적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재난은 또 다시 반복됐다. 지난 1년 바뀐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도 전 정부 탓을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한 '물관리 일원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틀렸다. 이번 침수 원인이 된 하천관리 업무는 물관리 일원화 전이나 후나 지자체에 위임돼 있었다. 결국 문제는 물관리의 일원화가 아니라 물 관리에 소홀했던 현 정부다. 재난 관리 매뉴얼과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부재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집중호우 피해 지역인 공주와 예천을 방문했지만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잃은 참사의 현장인 오송은 철저히 외면했다.서울 반지하 침수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난과 윤석열 정권의 무능·무책임·무대책 등은 '각자도생해야 살 수 있는 나라', '자고 나니 후진국'이란 국민의 자조 섞인 한 숨소리만 키우고 있다.
책임지지 않으니 세울 대책도 없고 취임한지 2년 차가 되어서도 전 정부 탓만 하는 윤석열 정부다. 3년 넘게 어떻게 더 견뎌낼 수 있을까.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hana-king@hanmail.net
〈필자〉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총선 광주북구갑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체득했고, 가치 실현을 위해 노동운동과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2010년 제6대 광주시의원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재선됐다. 문재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소통기획관·대변인을 지냈으며, 국가균형발전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21대 국회에선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원내대변인과 대변인을 역임하는 등 차세대 민주당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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