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전쟁에 요동치는 세계경제…사우디 “팔레스타인 편” 선언 [이·팔 전쟁]
국제유가 급등, 금값도 올라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시 확전...인질이 방패막
사우디 빈살만 “팔레스타인 국민 편에 서겠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로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안정을 찾아가던 국제 유가가 다시 뛰면서 물가를 자극해 긴축 강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국민 편에 서겠다고 선언하면서 중동 정세는 더욱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9일(이하 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8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2600명 이상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687명이 사망하고 372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으며 이스라엘은 곧바로 보복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24~48시간 안에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이스라엘은 예비군 30만명을 동원한 상태로, 다니엘 하가리 방위군(IDF) 소장은 “지상 작전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주변 아랍국가와 확전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다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외국인이 포함된 인질 약 150명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섣불리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하마스는 가자지구 민간인 주택에 대한 폭격이 이어질 경우 민간인 포로를 처형하겠다고 위협한 상태로, 자칫 지상군 투입과 그에 따른 대규모 인질 희생이 발생할 경우 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34% 오른 배럴당 86.38달러로 마쳤다. 12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4% 이상 오르며 배럴당 88.15달러를 기록했다.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는 원유 생산과는 무관하지만 시장은 이번 충돌이 중동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으며 원유 수송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트래터직 에너지 앤드 이코노믹 리서치의 마이클 인치 사장은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관건은 사우디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원유를 방출할지, 아니면 펀더멘털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시장에 원유가 넘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할지 여부”라고 마켓워치에 밝혔다.
이날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1% 이상 오르며 위험에 대비했다. 독일과 영국 국채 장기물 수익률이 하락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 채권시장은 연방 국경일인 ‘콜럼버스 데이’를 맞아 휴장했다.
증시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3%, 나스닥지수는 0.39% 소폭 상승 마감했다. 대표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이 9% 가까이 오르고 셰브론과 엑슨모빌 등 에너지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
하락 출발한 미 증시는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던 지역을 탈환했다는 소식과 하마스가 알자지라 통신과 인터뷰에서 “휴전 가능성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상승으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11일간 이어졌던 2000년 5월 전쟁처럼 단기 국지적 충돌로 끝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최대 변수는 이란이다. 이란은 일단 이번 사태에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끊임없이 배후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만큼 예단할 수 없다. 자칫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하마스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 간 대리전이 이 지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인이 최소 11명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며 이스라엘과 협력을 다짐했다. 이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했다.
같은 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에게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갈등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하마드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측에 “국제법을 살피고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그 대가로 방위협약을 맺는 안을 미국과 논의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협상 지연은 물론이고 중동발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 경제와 증시 역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비록 2000년대 이후 중동 분쟁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이번 충돌은 주요국이 직접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유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져 국내 경제를 강타할 수 있다. 또 유가가 미국 등 주요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긴축 강화 및 장기화에 따라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져 증시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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