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댓글, ‘대깨문’ 가리고 ‘쥐박이’ 허용, 왜?

‘대깨’는 ‘대가리’ 의미 포함돼 비속어
닭근혜·문죄인·찢재명 등 그대로 노출
카카오 “정치적 판단 고려한 것 아냐”

다음 뉴스 새 댓글 서비스 타임톡.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기사 댓글에 맹목적인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비난하는 표현인 ‘대깨문’을 인공지능(AI) 기반의 댓글 필터링 기능(세이프봇)을 통해 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는 ‘대가리’가 들어간 대깨(‘대가리가 깨져도’의 줄임말)가 비속어인 만큼 해당 어휘가 포함된 경우 가리기 대상이라고 밝혔다. 반면 ‘닭근혜’ ‘쥐박이’는 동물 표현이 들어가서 비속어가 아니라고 봤다. ‘문죄인’ ‘문재앙’도 정치적 표현이어서 가려지지 않는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다음의 기사 댓글(타임톡)에 대깨, 대깨문이 포함된 표현을 쓰면 세이프봇에 의해 자동으로 가림 처리된다.

2020년 12월 다음 댓글에 처음 적용된 세이프봇은 욕설과 비속어를 포함하거나 게시물 운영 정책을 위반한 댓글을 AI 기술로 분석해 자동으로 필터링하는 기능이다. 세이프봇은 욕설·비속어가 포함된 댓글 전체를 삭제해 음표 치환하거나 가림 처리한다.

앞서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은 댓글 어뷰징(의도적 조작 행위)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기사 댓글에 어떤 단어를 삭제·가림 처리하는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뜻의 준말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강성 지지층을 비하하는 표현이자, 문재인 정권에 대한 극단적 지지를 비난하는 정치적 표현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반면 네이버는 대깨문을 ‘정치적 표현’으로 간주해 AI로 관련 댓글을 자동 삭제·가림 처리하지 않는다.

카카오도 정치 관련 댓글은 규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의원은 카카오가 동물로 사람을 비하한 쥐박이(이명박 전 대통령 비하), 닭근혜(박근혜 전 대통령 비하) 등의 표현은 비속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에서는 쥐박이, 닭근혜가 포함된 댓글은 삭제나 가림 처리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하·비판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굥’도 삭제·가림 처리되지 않는다. 굥은 윤석열 정부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의미로 윤 대통령의 성인 ‘윤’을 뒤집은 것으로 비판적 뜻을 담고 있다.

카카오는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의미하는 동시에 사람에 대한 비속어로 사용된다”며 “대가리가 포함된 대깨는 비속어로 판단해 해당 어휘가 포함된 경우 가리기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키워드 분류시 정치적 해석을 포함한 어떤 임의적 해석이나 판단은 포함되지 않는다. 문죄인 문재앙 찢재명 개딸 이죄명 등의 키워드도 가려지지 않는다”며 “키워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내용등급 서비스’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