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참 예쁘다
막내 조카보다 좀 더 크려나. 또래 아이들 몇몇이 긴 탁상에 앉아 있다. 저마다 재미있게 한글 창제 원리를 듣고 있다. 하나같이 눈빛들이 반짝거리면서.
용산어린이정원 문화상회 반짝매장
한글주간을 맞아 용산어린이정원에서는 ‘문화상회 반짝매장(팝업스토어)’이 열렸다. 문화상회는 문체부 대표 인스타그램 브랜드 명칭이다. 누구나 좋아요를 눌러서 정책을 담을 수 있다는 곳(SNS)이다. 문화상회 반짝매장은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국민이 즐겨 찾는 장소에서 문화상품을 전시·판매한다.
이번 문화상회는 작년에 이은 2호점이다. 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해 ‘한글 원천 아이디어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에서 수상한 상품 전시와 발달장애 아동청소년 미술작품 전시가 함께 했다. 보다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색이 어쩜 저렇게 예쁘지?”
아이가 체험하는 동안, 함께 찾은 보호자들은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밀알복지재단에서 ‘봄 프로젝트’에 참여한 활동작가, 발달장애인 아동청소년 작품 24점이 전시돼 있다.
‘어떻게 저런 표현이 떠올랐을까.’ 나 역시 똑같이 감탄했다. 전시공간은 작았지만, 어떤 미술관보다 오랫동안 감상했다.
한 젊은 남녀가 문화상회로 들어왔다. 한글 목걸이를 살피던 두 사람은 “외국에선 한글이 디자인처럼 보인다잖아”, “글자라 의미까지 전달돼 더 멋진 거 같다”라며 소곤거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상품을 보니, 또 달리 보인다.
‘사랑옵다 테이블 린넨.’
제목까지 근사하다. ‘사랑옵다’는 생김새나 행동이 사랑을 느낄 정도로 귀엽다는 뜻이란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순수한 우리말이 있었다니.
상품은 이곳에서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QR코드를 이용, 온라인 구매가 가능했다. 직접 QR코드로 들어가 보니 가격도 괜찮았는데 할인까지 하고 있었다. 구매 욕구가 솟는다.
“한글날을 맞아서 어떤 체험을 진행할까 생각해봤어요. 문체부에서 하는 ‘한글 원천 아이디어 및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이 있어요. 공모전을 통해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사업이죠.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더 많은 분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를 진행했어요.” 문화상회 반짝매장에 있던 문체부 김도연 사무관(디지털소통팀)이 설명을 들려줬다.
“상품을 본 사람들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보통 한글 상품이라면 아이들 교재들만 생각했는데, 어른들도 좋아할 제품들이 많거든요.” 그가 덧붙였다.
한글 원천 아이디어 및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은 긴 이름 만큼 의미도 크다. 공모전을 개최해 한글 소재의 디자인 콘텐츠 또는 아이디어를 발굴하며 디자인 상품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솔직히 우아하고 예쁘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이 더 많이 볼 수 있었음 좋겠다.
용산어린이정원은 표지판이나 집 등에 옛 미국 분위기가 남아있다. 이국적인 장소에 놓인 한글 상품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용산어린이정원 후문에는 국립한글박물관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 대부분 순환버스를 타고 정문으로 돌아간다. 멀어 보여도 길게 난 길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 지금 딱 선선하고 걷기 좋은 가을이다.
국립한글박물관 ‘2023 한글주간’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10일까지 한글주간 행사 ‘2023 한글주간’이 열리고 있다. 내가 찾은 날은 휴일이라 더 붐볐다. 당일 체험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마감됐단다. 각 무대에서는 공연이 한창이다. 곳곳에 앉은 외국인들도 눈에 뜨인다.
자음과 모음이 모빌처럼 된 터널도 예쁘다. 공모전 전시도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했다. 한글 문자를 그린 공모전 작품에 눈길이 간다. ‘함박눈’이란 글자 속에 눈사람과 눈 덮인 지붕이 보인다. 초등학생 작품이란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건 ‘방울방울 방울꽃’이다. 방울들이 그려져 자세히 봐야 글자가 보인다. 터질 듯한 방울 속에 방울꽃의 느낌이 더 진해진다. 보면 볼수록 예쁘다.
한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한 함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글이 세계에서 우리 문화를 이끄는 바탕이라는 점이다. 이를 어떻게 지키고 가꿔 나갈지는 현재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문득 부스 안에서 한 아이가 수동 타자기를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어떤 한글을 열심히 눌러 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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