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사 액션'에 '산울림' 붙인 장기하‥"김혜수 선배님 촬영장서 덩실덩실"

임소정 with@mbc.co.kr 2023. 10. 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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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개성 넘치는 뮤지션으로 각인돼있는 장기하.

그가 영화 음악 감독으로 데뷔했습니다.

그의 첫 영화는 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녀들의 해양 범죄 활극 <밀수>.

첫 데뷔작으로 영평상 음악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는데…

류승완 감독은 시나리오 작성 단계부터 음악을 정해놓고, '장기하'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유는?

신선한 감각과 톡톡 튀는 개성.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감독님도 이제 커리어가 이제 오래 되셨잖아요. 그리고 아주 대한민국에 내로라하는 음악 감독님들이랑 다 작업하셨고 뭔가 좀 또 다른 쇄신을 좀 해야 되겠다고 느끼셨다고 하고 그렇기 때문에 노련한 음악 감독님들이랑 하려면 얼마든지 이제 하실 수 있는 입장이시지만 그래도 뭔가 조금 새로운 접근을 해줄 수 있는 오히려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랑 좀 해보고 싶었다. 뭐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70년대에 진심'인 뮤지션이기 때문이죠.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칠십 년대 실제 음악들이랑 잘 같은 결로 좀 밴드 사운드를 좀 만들고 싶은데 거기에는 이제 장기하 씨가 좀 적합할 것 같아가지고 연락을 했다."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제가 밴드 시작할 때 뭔가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고 가장 많이 본받으려고 했고 그랬던 음악들이 평균적으로 한 70년대 정도에 나온 우리나라 밴드 음악들이었거든요. 산울림이라든지 송골매 등등으로 대표되는 그래서 듣기도 정말 많이 들었고 저는 편안하게 만들면 그냥 70년대처럼 만들어요."

왜 70년대 음악일까?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저는 사실 원래부터 제가 음악 시작할 때 70년대 우리나라 음악들의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우리 말을 이제 우리 말스럽게 다룬다는 점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듣고 자란 실시간으로 듣던 가요들에 비해서 훨씬 더 평소에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이미 있는 은유를 활용하는 그런 측면이 더 많다고 느꼈어요. 사람들이 그냥 습관적으로 오래된 음악은 촌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은 저는 그렇게 오히려 평소에 쓰는 말을 그대로 음악으로 만드는 그 방식이 오히려 더 세련된 방식이라고 느꼈고 그걸 좀 본받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런 식으로까지 생각하면서 듣는 분들은 많지 않겠지만 뭔가 되게 직관적으로 노래가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으시는 경우는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장기하 효과였을까요.

그때 그 시절의 음악, 젊은 세대들에게도 통했습니다!

유튜브, 틱톡, 70년대 가요 조회수 10배 증가!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이제는 미디어 환경 자체가 예전과 다르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켜보면 모든 시대에 음악이 다 있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제 나온 곡을 듣는 거나 한 40년 전에 나온 곡을 듣는 거나 쉽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거의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요즘 최근에 나오고 있는 가요들 같은 경우에도 어떤 예전에 음악들의 어떤 요소를 차용해가지고 만드는 경우도 되게 많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장르는 뭐 어느 세대에 속한다 이런 개념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고요."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영상이 중요한 시대다 보니까 영화가 재미있고 그 거기에 나오는 음악이 영화랑 어울리면 그게 옛날 거다 요즘 거다 이런 개념보다는 보시는 분들이 그냥 좋다 안 좋다 그러면 내 취향에 맞다 안 맞다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그렇게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제 생각에는 세대가 젊을수록 경계 경계를 좀 흐릿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장기하 음악감독이 꼽는 밀수 명장면은?

(1) 권 상사의 액션씬 (feat. 산울림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그려봤을 때 너무 멋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쓰시려고 하는 장면의 길이가 그 곡 길이보다도 긴 거예요. 그래서 실제 원래도 전주가 엄청 긴 곡인데 더 길게 만든 거죠."

(2) 해녀들의 수중 격투씬 (feat. 장기하 '밀수2' )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이 수중신이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뭐 본 적이 없는 그림이니까 일단 해녀분들이 바닷속에서 악당을 무찌른다는 게 이게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잖아요. 음악이 사실 멱살을 잡고 끌고 가야 되는 장면들이라 같은 테마를 악기를 바꾸고 분위기를 바꾸고 하면서 일관성도 가져가되 어떤 장면의 다이나믹이랑 완전히 싱크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게끔 이렇게 만드는 그 작업이 되게 힘들었는데 이제 그걸 완성하고 나서 영화관에서 봤을 때 너무 좋았죠."

(3) 진숙의 감옥씬 (feat. 김추자 '무인도')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감옥 신에서 나오는 무인도는 제가 이제 편곡을 한 버전이고 연주곡 버전이고, 영화 끄트머리에 나오는 무인도는 원곡이죠. 염정아 배우님께서 연기하신 진숙이 가장 뭔가 그 스토리 중에서 가장 큰 곤경에 처해 있는 쓸쓸하고 슬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그런 상황이라서 더 조금 이렇게 차분하고 하지만 장중하고 좀 약간은 한이 맺히는 상황이니까 좀 비장하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를 이제 내기 위해서 좀 관악기도 사용을 하고…"

장기하,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자유로움'.

그런 그가 영화음악감독으로서 느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요?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누군가한테 의뢰를 받아가지고 음악을 만들어 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 늘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었거든요. 쉽게 갈 수 있는 길로 가는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은데 의뢰를 받아서 하면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이 영화라는 이 영상이 전제가 되어 있고 거기에다가 음악을 입혀야 되는 거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처음이다 보니, 류승완 감독에게 '속은 것(?)'도 있었다는데요.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보통 영화 음악 감독님들은 촬영이 끝나고 가편집본이라도 나온 다음에 작업을 시작하시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저는 뭐 일반적인 그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그냥 촬영 전부터 이런 건 어떠세요. 이런 건 어떠세요 하고 데모를 그냥 쓱쓱 만들어서 좀 던져드렸어요. 몇몇 곡은 이제 촬영을 할 때 현장에다가 틀어놓으셨다고도 하고 김혜수 선배님이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덩실덩실…"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정기 음반보다도 더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첫 영화 음악.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분량으로 따지면 제 정기 음반 하나 정도 음반보다 더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제 음반 만들 때보다 저 관악기 이번에 처음 써봤어요. 그동안 전혀 쓰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관악기를 사용하게 되고 그러면서 관악기를 다루는 방법을 약간 더 알게 되고 한마디로 레벨 업이 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음악적인 기능이 나한테 없었던 기능이 어쩔 수 없이 내가 공부를 해야 되니까…"

류승완 감독의 다음 작품 <베테랑2>에서도 그의 영화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장기하/영화 <밀수> 음악감독] "인간이 어리석어서 과거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하하…"

임소정 기자(wit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531868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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