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 앞두고 9일 만에 등판…재충전 마친 페디, 21세기 최초 '20승+200K' 등정 다시 나선다
[OSEN=조형래 기자] 대기록의 고지가 코앞이었다. 그러나 재충전이 우선이었다. NC 다이노스의 생태계 교란종 에이스 에릭 페디(30)가 20승 200탈삼진을 위해 9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다.
페디는 1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10월1일 한화전 이후 9일 만의 선발 등판이다.
페디는 이날 역사적인 등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선수가 KBO리그로 건너와서 리그를 폭격했다. 28경기 19승6패 평균자책점 2.13(168⅔이닝 40자책점) 198탈삼진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승과 탈삼진 2개만 더하면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기록하게 된다. 20승 200탈삼진은 KBO리그 역사에서 단 4번 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사실 모두 투수 분업화가 정착되지 않았고 혹사에 대한 개념이 전무할 때 나온 기록들이다.
1983년 삼미 장명부가 30승 220탈삼진으로 최초 기록을 썼다. 60경기(36선발) 427⅓이닝을 던지며 만든 기록이다. 1984년 롯데 최동원이 27승 223탈삼진, 1985년 삼성 김시진이 25승 201탈삼진을 거두며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해태 선동열이 1986년 24승 214탈삼진을 기록했다. 선동열 이후 21세에는 아직 누구도 밟지 못한 20승 200탈삼진 대기록이다.
만약 페디가 달성하게 되면 역대 5번째, 그리고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작성하게 된다. 페디가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앞서 두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페디는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KIA전 6이닝 3피안타 8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노디시전, 1일 한화전 6이닝 6피안타 1사구 9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다시 한 번 호투를 펼쳤지만 또 노디시전으로 물러났다. 20승 200탈삼진에 3번째 도전한다.
아울러 다승, 탈삼진 그리고 평균자책점까지 1위에 올라 있는 페디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눈앞이다. 탈삼진이 정식 시상 부분이 된 이후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것은 역대 5번, 선수로는 3명 뿐이었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선동열이 3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 고지를 밟았고 2006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 2011년 KIA 윤석민이 기록했다. 페디는 역대 6번째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고 있다.
다승 2위 KT 웨스 벤자민(15승), 탈삼진 2위 키움 안우진(164개) 모두 격차가 벌어져 있다. 다승과 탈삼진은 타이틀이 기정사실이다. 평균자책점 2위 안우진(2.39)이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엄청난 대량 실점만 없다면 평균자책점 타이틀도 유력하다.
여러모로 고지를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또한 팀 역시도 포스트시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상위 순위를 확정짓지 못했다.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6연패를 당하면서 3위 자리를 안심할 수 없게 됐고 지난 8일 순위경쟁을 펼치던 창원 SSG전에서 8-3으로 앞서다가 8-10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5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최근 10경기 3승7패. 6연패 전까지는 2위도 노려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포스트시즌 직전까지 대혼돈의 순위 경쟁을 펼쳐야 한다. 두산 SSG와 함께 3위부터 5위까지 승차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순위경쟁 중이다.
이 과정에서 페디가 8일을 쉬었다.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던 8일 SSG전 정도에는 등판이 가능할 법 했지만 추가적으로 휴식을 취했다. 이미 누적된 피로를 다스리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강인권 감독은 잔여경기 페디의 등판 간격에 고민이 많았다. 팀은 앞으로 나아가야 했지만 페디의 몸 상태와 루틴, 피로도까지 고려해서 등판일을 정해야 했다.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을 경신했다. 메이저리그 시절 최다 이닝은 2021년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으로 133⅓이닝을 던진 바 있다. 올해 한국에서 포스트시즌 등판까지 생각하면 190이닝까지도 초과할 수 있다.
8일이라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것은 어쩌면 대기록, 그리고 포스트시즌 여정까지 고려한 포석일 수도 있다. 과연 페디는 모두가 기다린 대기록을 달성하고 3위로 다시 올라설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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