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무엇이 팀원을 머물게 하는가?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3. 10. 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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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면담

A사원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말하라고 하니까 회의실에서 면담을 요청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회의실로 갔다. 역시 퇴직하겠다고 한다. 이유는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를 더 하겠다고 한다. 다른 회사로 가는 것이냐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한 팀원이 퇴직하는 것을 좋아하는 팀장은 없다.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든다. 함께 생활한 기간 동안 잘해준 것보다 뭔가 힘들게 했거나 실망한 부분을 더 생각하게 한다. 혹시 근무하면서 부족했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A사원은 없다고 한다. 언제까지 근무할 수 있냐고 하니 가능하면 빨리 퇴직하면 좋겠다고 한다. 회사의 규정은 1달 전 공지이다. 팀장은 인사팀에 요청해 후임자를 빨리 선정하고, 인수인계를 하고 퇴직하면 좋겠다고 하고, 마지막까지 변함없이 일을 해주길 부탁했다.

‘대 퇴직 시대’라고 한다. 퇴직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여러 사유가 있다. 1980년대 이전 직장생활은 거의 평생 직장이었다. 퇴직을 한다는 것은 정년퇴직과 회사의 일방적 해고 통지가 대부분이었다. 중간에 자신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보를 얻기도 어려웠고, 받아 주는 회사나 떠나는 회사 모두 부정적 시각이 강했다. 오죽했으면 회사를 퇴직하게 되었을까 하는 분위기였다.

시대가 바뀌어 ‘한 직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하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퇴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한다. 5년 정도 일하면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그 회사 분위기에 젖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이 상태가 되면 연봉은 정해진 임금 인상율 수준이다. 하는 일도 익숙해 더 이상 성장 가능성도 없고,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 목표와 열정이 없다. 연봉의 획기적 상승은 기대할 수 없고, 주변에서 역량 있고 성과가 높았던 선배와 동기들이 좋은 회사, 높은 연봉으로 옮겼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이직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왜 이직을 하는가?

이직하는 직원에게 이직사유를 물으면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는다. 퇴직하는 마당에 남은 조직과 직원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굳이 자신이 부정적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회사, 상사와 선배, 여러 복지 등 제도, 회사 환경과 분위기 등 다 좋았지만, 다른 것을 하고 싶어 퇴직을 결심했다는 수준으로 말한다. 하지만, 퇴직을 한 후, 블라인드 또는 제 3자에게 말하는 퇴직 사유는 보다 구체적이다.

이직하는 직원들의 퇴직 사유는 무엇일까?

첫째, 일 그 자체이다. 입사 1~2년차 사원의 경우에는 자신이 생각한 일의 가치와 하고 있는 일의 가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실망해서 이직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에서 생각한 일은 무엇인가 큰 프로젝트를 맡아 도전하며 성취하는 수준의 일이었는데, 막상 하고 있는 일의 가치는 일상적이고 반복된 업무이다. 이런 일을 하려고 대학을 졸업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하나는 일에 치이는 경우이다. 소위 말하는 워라밸이다. 해야할 일이 많아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근무 규정 때문에 무슨 죄 지은 사람처럼 눈치까지 봐야 한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함께 놀아달라고 하는데, 일은 계속 쌓이고 있다.

둘째, 성장이다. 입사 전 가졌던 모습, 목표는 하고 싶은 일에 있어서 전문가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하여 개선하고, 강의하고, 진단과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도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고 있는 일의 수준은 너무나 차이가 크다.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상사와 선배를 보니 언제 책을 읽고, 외부 전문가들을 만났나 한심해 보인다. 이곳에 있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팀장에게 야간 대학원 가겠다고 하니, “거기 나와 뭐 하려고?” 한다.

셋째, 연봉과 복리후생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한다. 대학 동기들이 받는 연봉과 복리후생, 자신보다 좋은 회사의 연봉과 복리후생을 기준으로 자신의 연봉과 복리후생을 비교한다. 자신의 역량은 높은데 비해, 회사의 연봉과 복리후생 수준이 낮다고 생각한다. 각종 이직 관련 정보를 보면, 내 역량이라면 연봉과 복리후생이 좋은 회사로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직 정보를 검색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너무나 많고 쉽다. 연봉과 복리후생이 좋은 회사에 지원을 하게 된다.

기타 회사의 성장 가능성, 인간관계, 조직 문화, 업무 프로세스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어느 직장이나 불만 요인이 있고 이직 사유가 많다. 중요한 점은 직원들이 목표와 열정으로 성과를 내고, 회사가 지속 성장하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 가이다.

팀원을 머물게 하는 방안

왜 이 직장에서 근무하냐 물으면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모르긴 해도 퇴직 원인이 머무는 이유일 것이다. 일하는 것이 즐겁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성장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회사의 연봉이나 복리후생이 좋다. 상사가 인간적이고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배울 점이 많다. 선배와 동료들이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하다. 회사가 직원들은 위해 준다는 생각이 든다. 등등 퇴직 사유가 머무는 이유이다.

어떻게 장기 근무를 하며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인가?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지속 성장이다. 회사가 중장기 비전을 갖고, 성장과 이익을 내는 사업구조와 전략이 명확해야 한다. 성장하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튼튼한 회사가 1순위 아닐까? CEO와 경영진의 역량이다.

둘째, 조직장의 리더십이다. 조직장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알고 조직과 직원을 성장시키는데 있다. 좋은 조직장도 좋지만, 조직과 직원을 성장시키는 조직장이 되어야 한다.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도전과제를 부여하고 점검과 피드백으로 달성하게 하고 성취감을 심어주며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더 높은 도전을 하고 일을 통해 배우게 한다. 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게 하는 조직장이 되어야 한다.

셋째, 회사의 제도와 인프라이다. 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머무는 곳에서의 편안함과 직원들을 위해주고 있다는 안정감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회사의 근무 환경, 제도와 인프라가 직원들에게 만족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한다. 국내외 출장을 가는데, 일당은 없고, 식사는 매끼 1만원 내에서 반드시 증빙자료가 있어야 하며, 교통비는 대중교통만 가능하다면 누가 출장을 가려고 하겠는가? 회사를 위한 복리후생이 아닌 진정 직원을 위한 복리후생이 되어야 한다.

넷째, 열린 소통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자신이 하는 언행으로 자신이 피해를 보면 곤란하다. 회의 시,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당장 하라는 지시가 떨어지고, 개선 의견을 냈는데 상사와 생각이 다르다고 질책을 받는다면 누가 이야기를 하겠는가? 회사내 열린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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