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죠" 갈 곳 잃은 가자지구 230만 팔레스타인 주민들

이유진 기자 2023. 10. 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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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30만 예비군 동원 가자지구 '전면 봉쇄령'
세계 최고 인구 밀도…무력 분쟁에 터전 잃은 주민들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스라엘 측의 반격을 피해 집을 떠나고 있다. 2023.10.09/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우리는 전쟁이 두렵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양측의 사망자가 현재까지 1500명을 넘어서고, 이스라엘이 반격에 나선 가운데 가자지구에 살던 2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들은 집을 떠나 갈 곳을 잃고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가자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갑작스러운 분쟁으로 인해 두려워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을 생생히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맞서 가자지구에 전면 봉쇄령을 내리자 이곳에 살던 모하마드 브레이스(55)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고 혼란스러워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는 한 남성이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에 올라가 잔해 속에서 갓난아기의 시신을 끌어내는 장면이 언론에 의해 포착되기도 했다.

가자지구는 길이 약 50km, 폭 5~8km로 총면적 362㎢로 서울시 면적의 절반보다 조금 큰 수준에 불과하다. 이 좁은 땅에 약 230만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어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자지구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전면 봉쇄령을 내린 이스라엘의 반격 예고에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동부 이스라엘 국경 인근에 살고 있는 베이트 하눈은 이번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역사상 가장 큰 손실을 입었기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을 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의 반격을 두려워했다.

그는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전화와 음성 메시지를 통해 그들이 작전을 펼칠 것이니 떠나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해가 뜰 때 가족들을 데리고 나왔고, 수십 명의 다른 주민들도 그렇게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벌어진 뒤, 생필품과 식량을 비축해왔다고도 덧붙였다.

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이 포격을 하고 있다. 2023.10.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스라 알 키샤위(13)는 집에서 대피해 가자지구 내의 한 학교에서 30여명의 다른 학생들과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반격이 무서워서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 하고 물도 없는 상황이라며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전쟁은 갑자기 일어났고 우리는 전쟁이 두렵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무력 분쟁으로 인해 가자기구 도로 곳곳이 파괴돼 의료진들의 진입 조차 힘든 상황으로 알려졌다. 폭탄이 떨어진 잔해 속에 갇힌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한 구조 요청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다.

2008년과 2014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목격했다는 가자지구 주민 베이트 하눈은 이스라엘이 지상군 공격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분쟁으로 세 가족을 잃었다는 브레이스는 폐허가 된 집 잔해 근처에서 "끝없는 파괴의 순환이 끝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 동안 이어진 전쟁으로 저의 집은 두 번이나 파괴됐다"며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갈 곳을 잃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의 이번 대규모 공습이 자랑스럽다며 지지를 표한 팔레스타인 주민도 있었다.

이스라엘의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한 한 45세 남성은 "우리는 두렵지만 여전히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대대 전체를 전멸시켰다. 비스킷처럼 뭉개버렸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네티봇 상공에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탄이 포착됐다. 2023.10.08/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앞서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에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감행, 이스라엘이 반격하며 양측의 교전으로 현재까지 1500명 이상이 숨지고 6000여명이 부상하는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30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해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선언한 상황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며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는 "우리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human animal)과 싸우고 있다. 따라서 그것에 맞게 행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한 뒤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있다.

re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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