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가 불 지핀 ‘3만원 5G 요금제’…KT·SKT의 선택은?
경쟁업체들도 ‘혁신’ 평가 “그래서 조심스럽다”
지난 5일 출시된 엘지유플러스(LGU+)의 새 온라인 요금제 ‘너겟’을 두고 이용자가 요금제를 직접 설계해 쓸 수 있게 해 논란이 돼온 ‘통신사 데이터 낙전 폭리’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한 혁신적인 요금제라는 호평이 쏟아지자, 경쟁업체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가 고민에 빠졌다. 같은 모양으로 뒤따라 내놓자니 ‘꼴찌 사업자 따라하기’ 조롱과 함께 기존 유통채널 쪽 반발을 피할 수 없고, 눙치자니 총선을 앞둔 정치권 쪽의 눈총이 따갑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엘지유플러스의 너겟 요금제 출시 당일 따로 보도자료를 내어 “엘지유플러스가 월 단위로 사용할 데이터양을 예상해 요금 선결제 뒤 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전용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내놨다”며 “앱을 통해 쉽게 가입 및 요금제 변경이 가능한 무약정 온라인 요금제 16종으로, 최저 3만원부터 시작한다”고 치켜세웠다.
경쟁업체들도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의 월정액요금을 3만원까지 끌어내리고, 1GB부터 2GB 단위로 기본제공 데이터를 세분화해 ‘데이터 낙전’ 논란을 상당부분 해소했다는 혁신적인 요금제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너겟 같은 요금제 출시 여부와 관련해 한겨레에 “새 요금제 출시는 늘 준비하고 있다”라면서도 “다만, 너겟 형태의 요금제를 내놓을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일축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요금제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어떤 요금제를 내놓게 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속내를 들어봤다. 우선 ‘입김 센’ 유통점 쪽의 반발이 두렵다고 했다. 한 통신사 임원은 “엘지유플러스의 유통점 수는 많지 않고, 그나마 대부분 직영이다. 본사가 어떤 요금·마케팅 정책을 펴도 반발이 크지 않다”며 “반면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에는 월 수천에서 수만명의 가입자를 모아오거나 거꾸로 이탈시킬 수도 있는 대형 유통점이 즐비하다.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너겟처럼 온라인 요금제에 힘을 싣는 요금제을 내놨다가 대형 유통점들이 반발해 ‘어디 해볼 테면 해봐’ 식으로 등을 돌리기라도 하면, 신규 가입자 유치와 가입자 점유율 유지 등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출 하락 부담도 크다. 통신사들은 제조사에서 받아 같은 값에 유통점에 넘겨주기만 하는 단말기 거래액까지 매출로 잡는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0만원짜리 단말기를 받아 그 값에 유통점에 넘긴 경우, 100만원을 비용과 매출로 함께 잡는다. 너겟 요금제는 자급제(가입자가 단말기를 따로 사서 쓰는) 단말기를 쓰게 하는데, 이 요금제로 전환하는 가입자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해당 사업부문의 실적과 회사 전체 매출이 흔들릴 수 있다.
너넷 요금제의 월정액요금 구간이 3만(기본 제공 데이터 1GB)~5만9천원(데이터 무제한)으로, 기존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의 절반 수준인 것도 부담스럽다. 사실 월정액요금을 낮췄지만, 유통점에 주는 가입자 유치 수수료와 단말기 지원금, 약정할인 등이 없어 수익성 측면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매출은 빠질 수밖에 없다. 매출 하락 폭은 가입자 수가 많은 사업자일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들도 너겟 요금제 준비 과정에서 기존 조직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음을 토로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쪽에서 제기될 요금인하 요구에 물타기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짚었던데, 충분히 오해를 살 만했다. 애초 더 일찍 내놓으려고 했는데, 기존 요금·마케팅·영업 쪽과 내부 조율을 하느라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너겟 요금제 출시는 카카오 출신의 정현주 인피니스타(infiniSTAR)센터장(전무)이 있어 가능했다. 무엇보다 외부 출신이라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며 “일단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해본 뒤 다시 검토해보자고 한 것도, 기존 조직의 문제 제기가 얼마나 거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도 결국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정치권 쪽으로부터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다시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정책당국과 소비자단체들도 ‘물 들어온 틈’(총선 분위기)을 이용해 ‘노 젓기’(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나서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틈새 수준인 온라인 요금제 혁신을 거부하면, 몸통인 기존 요금제에 칼질이 가해질 수도 있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지난 5일 박윤규 2차관 주재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너겟 요금제에 대해 “사용량에 부합하는 요금제 출시를 지향했는데, 딱 맞아떨어진다. 데이터를 필요한 만큼씩만 사서 쓰게 하는 방식으로, 사업자들의 데이터 낙전 수익 효과를 없앴다”며 “특정 사업자가 나서서 나머지 사업자를 자극하는 모범 사례이자, 혁신적 요금제 모델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도 엘지유플러스 너겟 같은 혁신 요금제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꼴이라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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