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면했지만 리스크는 여전” K-반도체 ‘중국 공장’ 美장비 허용에 안도 속 긴장 [비즈360]

2023. 10. 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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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중국 공장, 美 반도체 장비 반입 허용
삼성전자·SK하이닉스 “불확실성 해소”
웨이퍼 투입 제한 등 가드레일 조항 리스크 여전
[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선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조치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한다는 방침을 한국 정부에 최종 통보했다. 대중 반도체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 공장 보조금 수령에 따른 중국 생산에는 제한이 걸려 사업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이 중국 공장 반도체 반입을 허용한 것에 대해 10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국 정부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앞으로 각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협의해온 한미 양국 정부에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환영의 뜻을 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유예 연장 결정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환영한다”며 “이러한 결정이 나오기까지 기업과 긴밀히 소통하며 원활하게 협의해 온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각국의 법규를 성실히 준수하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미국 수출 관리 규정에 따른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하겠다고 최종 결정했다. VEU는 사전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이다. 미 상무부는 작년 10월 7일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 내 반도체 생산 기업에 미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시 1년간 이 규제의 유예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 중인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 생산공장 전경.[SK하이닉스 제공]

불확실성 해소에도 중국 공장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기조가 여전히 강경하고, 미 반도체 공장 보조금을 수령한 기업들이 준수해야 하는 ‘가드레일’ 조항으로 인해 투자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최대한 벌리는 것을 현재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중국 내 생산능력 확장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28나노 미만 시스템반도체(로직) 경우 10년 간 5% 이상 생산능력을 키우지 못한다. 생산능력이란 웨이퍼 투입량을 의미하는데, 10년 동안 웨이퍼 투입을 5% 이상 늘릴 수 없다는 의미다. 이와 별도로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반입 역시 여전히 제한돼 중국 내에서 첨단 D램 생산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경제안보 전문가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억제에 대한 미국의 강경 기조는 꽤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이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미국은 규제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기조가 유지되는 이상, 중국 공장에 투자를 늘리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과 SK 입장에서 중국 반도체 공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위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메모리 부문 수석부사장은 “(가드레일 조항은) 삼성과 SK하이닉스에게 매우 불리하고 불편한 사항”이라며 “(첨단 칩 관련) 5%로 제한하는 것은 앞으로 최소한의 양산 유지를 위한 신규 시설투자와 신규장비 등의 공장 개선을 위한 투자마저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웨이퍼 투입 5% 제한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문 닫으라는 얘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 공장의 경우 기술 업그레이드 위주로 진행하고, 양산 확대는 결국 다른 지역에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에선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켜 제품 수익성을 유지하고, 물량 확대는 한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 대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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