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써준 대로 냈다간 손해"…모두채움 안내 납부세액 오류 많아

정진욱 기자 2023. 10. 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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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의원 “실제 납부할 세액보다 많이 안내한 사례 허다...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반영 안 돼 있어”
국세청 "납세자가 소득금액 확인 후 수정·공제사항 반영해 신고해야"
모두채움 안내문의 ‘납부할 세액’이 실제 납부세액과 달랐던 A씨 사례(김주영 의원실 제공) / 뉴스1

(김포=뉴스1) 정진욱 기자 = 올해부터 종합소득세 모두채움 서비스 적용 대상이 640만명으로 대폭 확대돼 시행중인 가운데, 국세청이 보내는 모두채움 안내문 납부세액이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종합소득세 신고자들의 모두채움 안내문 상의 '납부할 세액'과, 실제 세무사를 통해 계산한 납부 세액에 차이가 있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모두채움 서비스는 국세청에서 납부(환급) 세액을 미리 계산해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단순경비율이 적용되는 소규모 사업자와 사업소득이 아닌 다른 소득(근로, 연금, 기타소득 등)이 발생한 납세자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국세청은 올해부터 소규모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근로소득 이외 다른 소득이 있는 직장인, 주택임대소득자, 연금 생활자, 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간병인등 총 640만 명의 납세자에게 모두채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중 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간병인 등 인적용역 소득자도 400만명에 달한다.

모두채움 안내 대상자는 2015년 귀속 기준 157만명 수준이었지만, 노동환경의 변화로 인적용역 사업자 등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가 늘어나 2021년도 귀속만 해도 497만명 수준으로 6년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모두채움 안내서상 금액은 확정이 아닌 예측 금액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세액 추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안내서를 보면 '납부할 세액'이 이미 확정된 금액처럼 명시돼 있어, 추가 확인을 하지 않고 그대로 신고 및 납부하는 납세자가 많다는 의견이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주영 의원이 다수 사례를 비교한 결과,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보장성 보험, 의료비 세액공제, 연금 세액공제 등 일부 소득·세액공제 금액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경기도에 사는 A씨는 올해 5월 초 국세청으로부터 모두채움 서면 안내서를 수령한 뒤, 기존에 거래하던 세무사를 통해 납부세액을 계산했다. 하지만 모두채움 안내문 상의 종합소득세 ‘납부할 세액’은 세무사를 통한 납부세액과 차이가 났다.

모두채움 안내문의 ‘납부할 세액’이 실제 납부세액과 달랐던 A씨 사례, A씨가 세무사를 통해 낸 고지서에는 모두채움 서비스 안내문보다 적은 금액을 내도록 돼 있다. (김주영 의원실 제공) / 뉴스1

서면 안내문에는 2022년 귀속 종합소득세(세무서)에 대해 '납부할 세액'으로 49만8810원이 명시됐지만, 세무사를 통해 계산한 납부세액은 42만6455원으로 7만2355원의 차이가 났다. 신고금액을 재확인하지 않고 국세청이 안내한 그대로 확정신고하고 납부했다면, 7만원의 세금을 더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차이는 모두채움이 기타소득에 대해 합산과세를 하지 않고 분리과세로 더 높은 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납세자가 모두채움의 잘못된 안내로 인해 세금을 더 낼경우 , 납세자가 구제를 받는 방법은 추후 스스로 수정신고를 통해 더 낸 세금을 돌려받는 방법밖에 없다.

김 의원은 이 외에도 사례를 통해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모두채움은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보장성 보험, 의료비 세액공제, 연금 세액공제 등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 소득공제·세액공제가 다수 누락됐다. 이로 인한 납부세액 차이는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모두채움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이 게시됐다.

김의원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에 대해 "일선 세무서에서는 모두채움에 소득공제 반영이 제대로 안됐다는 민원전화가 종종 걸려온다"며 국세청도 모두채움의 세액 계산 오류를 인지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국세청은 해당 안내금액에 대해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 각종 공제에 대한 내역은 제외돼있고, 국세청이 파악한 총수입금액에 단순경비율을 적용해 계산한 금액으로 당연히 확정이 아닌 추정 세액일 뿐"이라며 "당연히 납세자가 확정신고 시에 본인의 소득금액을 재확인하고, 수정사항과 공제사항을 반영해 신고 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의 입장과는 달리, 서면 및 모바일 안내문을 살펴보면 모두채움 안내문 상 그 어디에도 국세청의 안내 세액이 확정이 아닌 추정 금액임을 알 수 없다는게 문제다.

국세청을 신뢰하는 일반적인 납세자라면, 고지서처럼 구체적으로 찍혀온 금액을 보고 확정된 세액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신고 및 납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세 납세자는 세무사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국세청이 이 부분을 모를리 없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모두채움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 영세사업자,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인데, 오히려 이들에게 더 피해를 주는 서비스로 전락한 것이다.

김주영 의원은 "모두채움 계산 오류로 납세자가 세금을 과오납하는 경우, 나중에 추가로 발생되는 세금이나 그에 대한 가산세에 대한 책임소지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납세자가 과오납 경정청구를 해야만 환급받을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며 "경정청구가 인용됐을 때 국세청이 환급가산금을 지급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최소한 모두채움 안내 시 '이 금액은 확정된 세액이 아니니, 귀하의 총수입금액 내역을 잘 확인하고, 개인별 공제사항을 반영해서 확정신고 하십시오.' 같은 문구라도 명시해놓아야 한다"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납세자에 대한 모두채움 안내금액에 대한 정확한 인식 제고와 안내금액 정확도 개선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gut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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