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신월곡1구역 이주 본궤도… 공사비 상승·생숙 사태 등 난관

김노향 기자 2023. 10. 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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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곡1구역 조합원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대통령실 앞에서 조합 비리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노향 기자
2004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전까지 서울의 3대 윤락가로 성업했던 '미아리 텍사스'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불법 영업을 근근이 이어가며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집창촌의 재개발은 영업보상 문제를 둘러싼 대립으로 사업 절차가 순조롭지 않았지만 사업 수익성이 매우 높아 투기자금이 몰리곤 했다. 저층 상업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조합원 수가 적고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이 높아 천문학적인 개발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서 재개발을 완료한 용산역, 청량리 등도 높은 사업수익과 보상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현재는 초고가 주상복합이 들어서 있다.

미아리 텍사스 일대를 재개발하는 '신월곡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대지 5만5112㎡에 최고 47층 2244가구 아파트와 오피스텔 498실, 생활숙박시설(생숙) 198실 등의 주상복합을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사업 단계는 10월16일 이주가 시작돼 내년 2월 완료된다. 조합의 계획대로 내년 이주와 철거를, 2025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공사비 문제와 조합원 분양 비리 의혹 제기, 생숙의 주거 금지 사태로 인한 난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신월곡1구역 조감도 /자료=서울시


정비구역 지정 14년 만의 이주


신월곡1구역은 서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를 나오면 시작된다. 인근 길음뉴타운 개발로 래미안,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등 유명 아파트 브랜드가 밀집한 이면에는 이질감이 드는 건물이 하나 있다. 건물이라고 보기에도 약간 이상한 이곳을 세간에선 미아리 텍사스라고 부른다.

'미성년자 출입금지'를 알리는 문구와 알록달록한 가림막, 그리고 성매매 특별법 내용을 고지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미아리 텍사스는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2009년 재개발구역 지정 이후 대부분 영업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성매매 업소가 신월곡1구역 사업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신월곡1구역 조합 관계자는 50곳 정도가 영업 중이라고 귀띔했다.

해당 구역은 2009년 1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같은 해 8월 조합이 설립됐지만 조합원간 대립으로 사업이 지연되다가 11년 만인 2020년 8월 사업시행계획, 2022년 11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취득해 굵직한 고비를 넘었다. 정비구역 지정 14년 만인 올해 10월 이주 절차를 개시한다.

현재 조합원 수는 404명이다. 680%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사업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역 북동쪽 4호선 미아사거리역으로는 2025년 준공 예정인 동북선 경전철이 공사 중이다.


생숙 사태, 분양 성패에 부담


재개발사업의 특성상 여러 난관을 넘었음에도 아직 남은 숙제는 적지 않다. 성매매 업소 세입자 대부분이 이주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사비 문제도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과 넘어야 할 산이다.

성매매 업소 대부분은 사업자 등록이 안 돼 손실보상금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조합은 영업보상과 이주를 지원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공사비로 3.3㎡(평)당 700만원대를 요구했으나 조합은 협의를 통해 688만원에 본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착공 시점에 이르러 공사비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조합 측은 설명했다.

조합은 당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사업비 대출 보증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규정에 따라 전체 공급금액 대비 비주거시설인 생숙 비율이 20%를 초과해 보증 심사가 거절됐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계획 변경시 절차 지연으로 인한 사업지 증가 문제가 클 것을 우려해 시공사 보증 대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21년 생숙의 주거 사용을 금지한 '건축법 시행령'을 시행해 분양이 쉽지 않은 문제도 난관이다.

올 3월에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절차에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공익성 의제 협의가 누락돼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으나 조합 측이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을 법원이 인용함에 따라 사업은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공익성 의제 협의는 무분별한 토지수용을 막기 위해 토지수용 이전에 정부의 검토와 동의를 받는 과정이다.



착공 2년 앞두고 조합원간 소송 난무


일부 조합원은 법원으로부터 현금청산 명령을 받게 돼 소송이 진행 중인 점도 부담이다. 조합설립인가 후 투기 행위를 막기 위해 여러 채의 주택에 대한 조합원 지분 양도를 금지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규정에 따라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없는 소위 '물딱지'가 된 것이다. 해당 조합원들은 분양권 인정 여부를 놓고 법적 분쟁을 지속할 것으로 보다.

조합은 지난 9월25일 총회를 열어 전체 조합원 404명 가운데 6명의 현금청산 대상자에 대한 조합원 지위 인정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해 가결시켰다. 당초 29명의 조합원 지위 여부가 상정될 계획이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이 중 23명에 대해 배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조정안을 권고했다. 이들 23명 중 조합 임원과 가족 등이 포함돼 조합원 일부는 분양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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