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무조건 우승을…" 금메달로 자극받은 AG 3총사, 사직벌서 재현을 꿈꾼다

윤욱재 기자 2023. 10. 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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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나균안, 박세웅, 윤동희(왼쪽부터).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잠실, 윤욱재 기자] "롯데에서 무조건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한번 찾아오기 힘든 짜릿한 순간에 적잖은 자극도 받았다. 이제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우승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로 향하는 과정에는 롯데 3총사의 지분이 상당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지 3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광을 안은 나균안은 태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인상적인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와일드카드로 합류, 대표팀의 맏형이 된 박세웅은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한국이 결승전으로 향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 소집 하루 전날 극적으로 대표팀에 승선한 윤동희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일약 대표팀의 3번타자로 자리매김한 윤동희는 타율 .435(23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을 폭발하면서 당당히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 '28세 최고참' 박세웅은 왜 덕아웃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나

올해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연령과 연차에 제한을 두고 선발했다. 한마디로 세대교체를 알리는 대회였다. 여기에 와일드카드는 3명까지 뽑을 수 있도록 했다.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한 박세웅은 20대의 나이(28세)임에도 팀에서 최고참이 됐다.

박세웅은 '최고참'이라고 해서 덕아웃에서 무게만 잡고 있지 않았다.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덕아웃에서도 앞장 서서 '파이팅'을 외쳤던 것.

박세웅은 "아무래도 단기전이기도 하고 일본전 이후 등판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라면서 "어린 선수들이라 플레이 하나에 분위기가 올라가고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분위기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신경을 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2020 도쿄 올림픽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박세웅은 "올림픽과 WBC에서는 선배 형들과 같이 나간 대회였다. WBC에서는 (김)현수 형이 주장을 했고 투수조에서는 (양)현종이 형, (김)광현이 형, (이)용찬이 형이 맏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임감과 부담이 컸을텐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구나'라고 느꼈다"라며 아시안게임을 통해 선배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음을 말했다.

박세웅은 오는 11일 사직 두산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할 예정이다. 이 경기는 롯데의 올 시즌 홈 최종전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홈 최종전에서 던지는 것 같다"는 박세웅은 "사실 올초에 선수들도, 팬들도 큰 기대를 했을텐데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를 하게 됐다. 이제 내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일본과 슈퍼라운드 경기에서 승리를 이끈 박세웅. ⓒ 연합뉴스
▲ 나균안 ⓒ곽혜미 기자
▲ 윤동희 ⓒ 연합뉴스

◆ "약체 평가 뒤집어버리자" 나균안이 밝힌 '최강 팀워크'의 사연

나균안은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기 위해 선수들과 똘똘 뭉친 사연을 공개했다. "대회 전부터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이라 약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라는 나균안은 "오히려 우리 선수들끼리 똘똘 뭉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결승전을 앞두고도 '보여주자', '한국에 고개 빳빳이 들고 들어가자'고 서로 이야기를 했다"라고 밝혔다.

동갑내기 친구인 키움 이정후와 영상통화를 나눈 사연도 전했다. 나균안은 "시상식을 마치고 (이)정후와 영상통화를 했다. 국내에서 대회를 준비할 떄도 '잘 하고 오라'고 덕담을 해줬고 결승전을 치르기 전에도 먼저 연락을 줘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줬다"라고 이정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정후의 승리 기원 메시지에 나균안은 "우리가 유니폼 준비할테니 빨리 중국으로 오라"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이정후는 당초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발목 부상으로 인해 하차해야 했다.

나균안 개인적으로는 국가대표 투수들의 투구를 직접 보면서 배움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KBO 리그에서 잘 던지는 투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던지는지 궁금했다. 내가 그 선수들보다 부족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나균안은 "나도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같이 있는 시간 동안 어떤 구종을 어떤 방식으로 던지는지 많이 물어봤다"고 전했다.

항저우에서도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롯데 경기를 챙겨봤다. "중국에 있으면서도 롯데 경기를 계속 챙겨봤다"는 나균안은 "아직 경기가 남아 있고 남은 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내년 준비를 잘 할 수 있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 선수가 좋은 기운을 갖고 왔기 때문에 좋은 기운으로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유종의 미'를 바랐다.

◆ '아시안게임 깜짝 스타' 윤동희의 인생역전

정말 이런 극적인 스토리가 또 있을까 싶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 하루 전날에 극적으로 선발된 것도 모자라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주인공'으로 떠올랐으니 말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와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윤동희는 "오랜만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는데 어색하더라. 그만큼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선수들이 잘 뭉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제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으니까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2003년생인 윤동희는 동갑내기 친구인 한화 문동주, KIA 최지민, KT 박영현 등과 함께 '03즈'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주 만났던 또래 친구들이 있어서 더 더 으쌰으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윤동희의 말.

그야말로 아시안게임의 '깜짝 스타'로 떠오른 윤동희는 "잘 하는 형들과 야구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았다"라면서 "아마 올해보다 내년에는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임을 말했다.

▲ 아시안게임 우승 주역 3인방 ⓒ롯데 자이언츠
▲ 박세웅 ⓒ 연합뉴스
▲ 박세웅 ⓒ 연합뉴스

◆ 이제는 롯데에서도 우승을 꿈꾼다

롯데의 금메달 트리오는 결승전에서 우승의 순간을 직접 경험하면서 소속팀인 롯데에서도 그 순간을 재현하고 싶은 바람이 더욱 커졌다.

"야구하면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 동생(KT 박세진)만 금메달(경북고 시절 우승)을 갖고 있었다"는 박세웅은 "이제 내가 가장 큰 금메달을 가져와서 정말 기뻤던 대회"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승의 맛을 알았으니 롯데에서도 반드시 우승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박세웅은 "우승이라는 것을 해보니까 왜 사람들이 우승하면 그렇게 좋아하는지 체감했다. 팀에서도 꼭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균안도 마찬가지. "우승하고 덕아웃에서 왜 빨리 뛰어나가는지 몰랐는데 그 기분을 알겠더라"는 나균안은 "롯데에서 그 기분을 또 느끼고 싶다. 올해는 어렵지만 내년에는 잘 준비해서 우리 팀에서 다같이 그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윤동희 또한 "나도 우승하면서 많이 느낀 것 같다. 물론 아시안게임 우승도 기분이 좋고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롯데에서 무조건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분을 동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라면서 "앞으로 우승을 향해서 더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할 것 같다"고 내년 시즌 우승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올해 롯데는 포스트시즌 탈락 트래직넘버 1만 남기고 있다. 사실상 가을야구는 물 건너간 것과 다름 없다. 시즌 초반만 해도 돌풍을 일으켰던 롯데로서는 아쉬움을 가득 안고 2023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그렇다고 주저 앉을 수는 없다. 롯데의 우승 시계는 여전히 1992년에 멈춰 있다. 올해는 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롯데의 안방인 사직구장에서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롯데에게도 '내일'이라는 시간이 분명 존재한다. 금메달 트리오가 항저우에서 받은 우승의 기운을 롯데에서도 이어간다면 머지 않아 롯데도 영광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선발 투수로 호투를 펼친 나균안. ⓒ연합뉴스
▲ 윤동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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