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T 공룡’ 한국오라클, 국방부 발주사업에서 갑질 논란

송응철 기자 2023. 10. 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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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부당한 거래 거절로 중소기업 계약 무산 위기…특정 기업 밀어주기 의혹도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IT 공룡' 한국오라클이 정부 발주사업 수주 과정에서 횡포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사 소프트웨어를 국방부에 납품하는 사업을 수주한 중소기업에 부당한 이유를 들며 견적서 등 서류 제공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사는 사업권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오라클의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국오라클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시사저널 박정훈

내부 규정에도 없는 방침 내세워 견적서 거절

논란은 국방부 산하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가 4월8일 발주한 약 110억원 규모의 '차세대 지능형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 기반 DIDC 구축사업 관련 데이터 관리용 SW 직접구매 및 설치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한국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소프트웨어를 국방부에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설치하는 사업이었다. 한국오라클은 세계 2위 소프트웨어 기업인 미국 오라클의 한국 법인으로 매년 국내에서 9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당시 경쟁 입찰을 거쳐 5월30일 기술평가(90%)와 가격평가(10%)에서 1순위에 오른 A사 컨소시엄이 사업을 낙찰받았다. A사 컨소시엄은 계약에 필요한 물품공급 및 기술지원확약서(이하 확약서)를 받기 위해 한국오라클에 문의했다. 그러자 한국오라클은 DIDC 발주사업을 전담하기로 했다는 총판 G사를 소개했다. 그러나 G사는 확약서 발급을 거절했다. A사 컨소시엄에 오라클 파트너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A사 컨소시엄에 소속된 한 업체는 오라클파트너네트워크(OPN·Oracle Partner Network)와 공공판매자격(PSAdd·Public Sector Addendum)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G사는 '컨소시엄 내 모든 기업이 PSAdd를 갖춰야 한다'는 한국오라클의 방침을 내세우며 견적서 제공을 거절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한국오라클 내부 규정에는 컨소시엄 참여 사업자 모두가 PSAdd를 가지고 있어야만 공공 분야에 오라클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한 기업의 경우 PSAdd 자격이 없음에도 지난해 4월부터 4차례에 걸쳐 오라클 소프트웨어를 공공 분야에 공급하기도 했다.

A사 컨소시엄은 한국오라클의 또 다른 총판사를 통해 한국오라클로부터 계약에 필요한 견적서와 확약서를 발급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7월17일 발주처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그 직후 계약은 해지 위기에 놓였다. 한국오라클 측이 발주처 사업 담당자에게 'A사에 전달한 확약서는 유효하지 않다'며 효력을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상황을 요약하면, 한국오라클은 DIDC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총판을 단독 지정하고 해당 총판의 확약서 발급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상 유통 경로를 차단한 셈이다. 그 결과, 이 사업에서는 한국오라클이 지정 내지는 승인한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법조계에서는 한국오라클의 이런 행위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당한 이유로 견적서 제공을 거절하고 이미 제공된 물품공급 및 기술확약지원서 등의 효력을 부인해 A사의 사업권 확보를 방해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거래 거절과 거래상 지위 남용, 사업활동 방해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오라클이 이처럼 무리하게 국방부 발주사업에 관여한 배경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해 한국오라클이 확약서를 제공한 입찰자는 L사 컨소시엄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특히 L사 컨소시엄이 전체 사업금액의 99.9%를 입찰가로 써냈다는 점을 두고 업계에서는 사전에 한국오라클과 총판, L사 컨소시엄 간 모종의 교감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오라클의 특정 업체 밀어주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은 의혹에 한층 무게를 싣는다. 2019년 '국회도서관 통합정보시스템 장비 도입 사업(분리발주 DB 엔진 증설)' 수주 과정에서도 이번과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한국오라클은 입찰 공고가 올라오기도 전에 자사의 한 총판사에만 물품공급 및 기술지원협약서를 제공했다. 그 결과 해당 총판사는 사실상 단독으로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오라클이 국방부 발주사업 수주 과정에서 갑질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오라클 측 "소송 중인 사안이라 대응 곤란"

A사 컨소시엄은 이번 사업 수주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오랜 기간 동안 전담 인원을 투입해 수주 활동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 사업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공공 분야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업 등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국오라클의 확약서 등 서류 제공 거절로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A사의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일정 기간 동안 정부 발주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 관련 행위를 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A사는 현재 법원에 계약자 지위를 보전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경찰에도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A사의 계약이 해지될 경우 국방부도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오라클로부터 유일하게 확약서를 제공받은 L사의 투찰금액은 110억8790만원이다. A사 투찰금액이 94억4900만원(투찰률 85%)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16억원 이상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개별적인 사업과 관련해서는 대응하지 않는 것이 내부 원칙"이라며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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