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그레이 MV인가요[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찬란한 ‘눈뽕’ 뒤엔, 아무것도
세련된 MV(뮤직비디오)인 줄 알았더니, 러닝타임만 93분이다. 이른바 ‘눈뽕’은 찬란한데, 지나고 나면 기억에 남는 건 없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영화 ‘발레리나’(감독 이충현)다.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김지훈)를 쫓으며 펼치는 액션 복수물이다. ‘몸값’ ‘콜’ 등으로 호평을 받은 이충현 감독의 신작으로 그의 연인이기도 한 전종서와 ‘콜’ 이후 또 한 번 뭉쳤다.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 아래 각종 앵글로 눈을 홀리는데, 정작 이야기의 흡인력이 약해 아쉽다. 개연성이 문제다. ‘옥주’가 ‘민희’를 위해 복수에 나서는 과정까진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갈 수 있으나, 그 이후에도 ‘옥주’가 ‘최프로’의 신상을 경찰보다 더 쉽게 파악하거나 ‘최프로’가 ‘옥주’의 동선을 꿰뚫는 과정에서도 우연이 남발된다. ‘그럴 수도 있지’가 쌓이다보니, 서사가 얇아져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다음 장면을 쉽게 유추할 수 있어 보는 이의 흥도 떨어진다.
서사의 빈약함을 현란한 액션으로 채워줬다면 좋았으련만, 그 균형감도 좋지 못하다. 액션 디자인이 단조롭다. 강렬했던 오프닝 액션 시퀀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러닝타임에서는 총기액션의 한계마저 보인다. 공간이 달라져도 ‘쏘고, 피하고, 장전하고’만 단조롭게 이어지는 인상을 피하지 못한다. 긴장감을 줄 수 있는 거라곤 총알이 비었거나 총을 떨어뜨렸을 때 뿐인데, 그 이후 액션도 시원하게 갈음하진 못한다.
묵직한 주제의식은 시의성 타당하나, 작품 전체 톤에 세련되게 녹아들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다보니 귀를 울리는 그레이 음악감독의 BGM들에 더 신경이 쏠린다. 마치 그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돌리고 또 돌려보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강점도 분명하다. 전종서의 ‘돌아버린 눈’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총기 액션보다 효과적으로 극에 긴장감을 준다. ‘민희’의 죽음을 목도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특히 그의 ‘새로운 눈’을 발견하게 된다.
미술도 보는 맛이 있다. 이충현 감독과 미술팀이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이국적인 공간 속에 적절하게 배치된 네온사인들이 시너지 효과를 빚어 몽환적인 그림체를 만들어낸다. 넷플릭스서 스트리밍 가능.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2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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