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국제 무대 돌아온 북한 어땠나
3년여 만에 국제 무대로 돌아온 북한은 항저우에서 두 얼굴을 보였다.
냉혹한 전사처럼 성적만 몰두하는 면모가 먼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북한이 지난 8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남긴 성적표는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로 총 39개의 메달을 따냈다.
대회 초반에는 믿었던 남자 사격이 다소 부진했지만 여자 사격과 기계체조 그리고 역도 등에서 금맥을 캤다.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해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자격 정지를 받아 오랜만에 대회를 참가했다고는 믿기지 않았다. 5년 전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금 12개·은 12개·동 13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은 이 성적을 위해 여러 가지를 포기했다. 외부와 교류를 끊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동지’로 칭하는 중국을 제외하면 그 어떤 나라의 선수와도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같은 핏줄에 같은 말을 쓰는 한국 선수는 오히려 경계 대상이었다.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에서 단일팀으로 참가했던 여자 농구 선수들이 두 차례나 경기를 치르고도 별 다른 대화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단일팀으로 참가했던 여자 농구 강이슬(KB)은 “선수들의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아서 조금 속상했다”며 “그래도 (2018년에) 같은 팀으로 뛴 선수들이 몇 명 있었는데 의도적으로 눈을 안 마주치거나, 마지막에 하이파이브를 안 하는 부분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길 가다 몇 번 마주쳤는데 불러도 안 쳐다보고, 감독님도 눈을 피하시길래 ‘인사를 안 하실 건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언론과 접촉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들 뿐만 아니라 금메달을 따낸 복싱의 방철미도 기자회견에 불참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그저 “북한의 결정”이라고만 반복해 설명했을 따름이다.
남녀 축구에선 과도한 승부욕으로 집단 몸싸움을 벌이거나 상대팀 스태프를 위협하는 촌극이 벌아지기도 했다. 특히 피해자인 일본축구협회는 이 부분을 문제삼아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서한을 보냈는데, 또 다시 국제 무대에서 징계를 받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북한 선수들의 이런 모습이 모두 본심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만한 행동이 대회 후반부에 나왔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다. 탁구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이 걸린 남북대결의 시작과 끝이 그랬다. 21년 만의 금메달을 따낸 신유빈(대한항공)과 전지희(미래에셋증권)는 북한의 차수영과 박수경과 먼저 손을 잡으며 공정한 승부를 약속했고, 승자와 패자가 가려진 뒤에는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신유빈은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스포츠의 의미를 되새길 만한 장면이었다.
북한 선수들의 미소까지 되살린 역도도 빼놓을 수 없다. 비디오 판독 끝에 동메달을 따낸 김수현(부산시체육회)이 북한의 전설적인 선수 “림정심 언니를 좋아하는데 그보다 더 잘하는 두 명(금메달 송국향, 은메달 정춘희)과 경기해서 영광”이라고 찬사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엔 놀란 표정을 짓던 북한 선수들은 김수현이 “나는 3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고 말한 대목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웃어버렸다.
북한 선수들과 친분이 깊은 한 관계자는 “남북의 냉랭해진 관계, 복잡한 북한의 내부 사정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나고 더 친분을 쌓으면서 사이를 좁혀가야 한다”고 전했다.
항저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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