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의 ‘완벽한’ 시나리오는 없다[김학범의 눈]

‘학범슨’ 김학범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합니다. 김 감독은 U-23 대표팀을 이끌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또 U-24 대표팀을 이끌고 2020 도쿄올림픽 본선에서는 8강을 지휘했습니다. 김 감독은 본지를 통해 한국 및 상대국 분석, 냉철한 조언 등 다채로운 내용의 칼럼을 기고할 예정입니다. K리그 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 사령탑으로도 굵직한 경험을 지닌 김 감독만의 소신 있는 칼럼은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염원하는 축구 팬에게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편집자주>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한국남자축구대표팀을 요약할 수 있는 한 문장이다. 대표팀은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1차전 때부터 마지막 일본과의 결승전까지, 그야말로 ‘퍼펙트’했다. 경기력과 경기 내용, 흐름, 구성 등이 완벽했기 때문에 더이상의 할 말은 없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먼저 헌납했지만, 오히려 ‘약’으로 작용했다. 킥오프 후 선제 실점하기 전까지 선수들의 움직임은 다소 무거워보였다. 제2 동작도 어색했고, 반응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선제골을 내준 후 선수들이 ‘중압감’에서 벗어났다.

경기 종료 10~15분을 남기고 실점했다면 성급해지고, 서두르게 되기 마련인데 전반 4분 만에 이르게 실점한 것 또한 우리를 도왔다. 결승전이라는 압박감과 부담감에 움츠려졌던 선수들이 골을 먹히고 난 후 플레이가 매끄러웠다.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줬고, ‘자극제’로 다가왔다.

선제 실점 후 선수들의 움직임은 한결 가벼워졌다. 결승전을 치르기 전 내가 강조했던 ‘가볍게’,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하게’ 임해야 한다는 부분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잘 드러났다고 본다.

사실 아시안게임 직전까지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따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대팀은 우리보다 기량이나 전력에서 두 단계 밑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보다는 내년 4월에 있을 2024 파리올림픽 예선에 더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이 또한 우리에게 행운으로 작용했다.

이유가 어떻든, 어떤 대회든 간에 ‘우승’은 정말 힘든 것이다. 대회 3연패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대표팀이 우승을 확정 짓고 울고, 포효하는 걸 지켜보는데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가 생각났다. 그땐 매 경기가 빡빡하게 돌아갔다. 조금은 울컥했던 것 같다.

이제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된다. 축구선수로 중요한 시기에 입대하지 않는 건 ‘선수’로서 굉장히 큰 이점이다. 대다수가 유럽 무대에 도전할 발판이 마련됐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요소다.

대회 기간 수고한 황선홍 감독과 코치진, 선수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