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화의 장

최다인 기자 2023. 10.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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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에서 수술을 마친 친척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의료사고에 대비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 법안은 현실을 외면한 채 급하게 꺼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이 둘이 서로 전화를 한다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대전의 2차 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과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은 수술 녹화 건수 1건씩이 각각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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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인 디지털뉴스3팀 기자

얼마 전 서울에서 수술을 마친 친척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걱정했던 터라 몸 상태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 뒤에야 담소를 나눴다. 병원 환경은 좋은지, 밥은 맛있는지 등. 그러다 수술실에 설치된 CCTV가 언급됐다.

친척은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 CCTV 녹화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큰 병원이라 믿기도 했지만, 마음 한켠에선 CCTV가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품었다고 고백했다.

같은 날 오후 알고 지내는 지역병원 외과 전문의에게도 전화가 왔다. 우연의 일치인지, 마찬가지로 CCTV 의무화 법안을 언급하며 다소 우려되는 부분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의료진의 위축', '녹화 거부 기준의 모호성' 등 문제를 제기하며 의사와 환자 간의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사고에 대비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 법안은 현실을 외면한 채 급하게 꺼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이들의 전화를 각각 받고 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이 서로 전화를 한다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의료계와 환자간의 의견차는 어쩌면 서로가 처한 입장과,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 데에서도 오는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실제 극심한 의견차는 정책 정착을 더디게 만들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대전의 2차 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과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은 수술 녹화 건수 1건씩이 각각 진행됐다. 다른 병원은 늦게 집계를 시작했거나, 공개하지 않았다. 2차 종합병원 기준 1일 평균 수술이 약 30건 이상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타시도보다 설치도 느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받은 자료를 보면, 다른 지역들에 비해 대전의 설치완료율은 83.5%(230개 중 192개)로 상대적으로 타지역의 설치율보다 낮았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우려하는 이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당사자들의 소통이 단절된 상태에서 신설된 법안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젠 정부가 팔을 걷어붙일 차례다. 의료진과 환자간의 대화의 장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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