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에 증권사 3분기 실적 전망도 '먹구름'
채권운용손실 확대…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
국내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다수 증권사가 금리 상승 여파로 시장 전망에 못 미치는 아쉬운 성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주요 수익원인 채권 트레이딩 수익을 크게 압박하면서다.
여기에 부동산 투자 관련 이슈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보유자산의 평가가치가 손실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부동산 위기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에 채권 평가손실 확대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대 대형 증권사 3분기 당기순이익은 8097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52.5% 증가한 수치지만 올 2분기와 비교해서는 2.3% 뒷걸음친 것이다.
전분기 대비 순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시장이 추정하는 NH투자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1275억원. 전기 대비 30.2% 급감한 것이다. 한국금융지주는 13% 감소한 1915억원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은 1.1% 증가해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15.6%, 31.0%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의 기존 예상보다 저조한 수치다. KB증권은 5사의 지배주주 기준 순이익이 컨센서스를 12.8%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증권업계는 7~8월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차액결제거래(CFD)발 반대매매 관련 충당금 부담이 사라지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금리가 이런 기대를 무너뜨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8월 말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나타내면서 채권 운용 평가손실이 커졌다. 2분기 말 3.8% 수준이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7월 말 4%선을 돌파했다. 이후 4.2%선에 머무르다 8월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 9월 말에는 4.6%선까지 뛰었다. 3개월 새 1.2%포인트나 오른 셈이다. 견조한 미국 고용지표가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부추겼고 7월 말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특히 국채보다 금융채 금리가 뛰면서 채권평가 손실을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KB증권에 따르면 2분기 대비 국채 1년물, 3년물은 각각 10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포인트), 22bp씩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3년만기 카드채(AA+등급)와 기타금융채(AA-등급)는 37bp, 41bp씩 뛰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보유하한 금융채와 국채와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5개사 합산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은 481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0.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충당금 리스크 여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리스크도 실적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특히 해외부동산을 중심으로 만만찮은 평가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8~2019년 당시 해외부동산 투자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미국, 유럽 등 대도시 공실률 상승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더욱이 변제순위가 낮은 후순위(메자닌) 형태로 들어간 경우가 많아 손실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의 6월 말 기준 해외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요주의 이하 비율은 23.6%로 보험 18.2%, 여신전문 16.6%, 상호금융 9.0% 등 다른 금융업종과 비교해 훨씬 높다. 요주의 이하 등급은 연체기간이 3개월 미만인 자산을 가리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요주의 이하 등급이라는 것은 이미 연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해외부동산 투자를 크게 집행했던 일부 증권사들에는 자본이 대폭 감소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해외부동산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노출이 적은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이 컨센서스 대비 실적 하회폭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해외부동산 관련 이슈로 컨센서스를 가장 크게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이번에도 부동산 관련 추가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권사 실적 순위를 가르는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채권 만기 미스매칭 운용, 사모펀드와 관련한 충당금도 증권사 이익을 제한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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