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수원·전북 팬 눈물 젖은 그 ACL 트로피, 알 사드가 고이 모셔놓은 보물이 되다

김태석 기자 2023. 10.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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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도하/카타르)

아마도 다가오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도 한국 축구팬들이 상당히 많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도 2023년 1월 15일 밤 8시 30분(한국 시각)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질 클린스만호의 대회 첫 경기 바레인전을 현장에서 직접 살필 이들도 있을 것이다. 카타르 최고 명문 클럽 알 사드의 안방이다. 이곳에서 한국 축구는 여러 번 경기를 치른 바 있어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을 것이다.

그 낯익은 공간에 알 사드가 자랑하는 트로피가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이다. 흔하게 볼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뽐내는 K리그 클럽 중 제법 여러 팀이 가지고 있는 트로피이기에 무엇이 특별하냐고 되물을 이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트로피에 담긴 사연을 알고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질 것이다.

알 사드가 가지고 있는 이 트로피는 K리그, 특히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 팬들에게는 꽤 사연 많은 물건이다. 당시 2011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알 사드는 준결승서 만난 수원 삼성을 홈 앤드 어웨이 종합 스코어 2-1로 꺾고 결승에 오른 후 전북 현대와 2-2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안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며 기록지에는 숫자만 남기에 무난하게 알 사드가 K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가를 잡고 우승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알 사드는 수원 원정 1차전서 매너볼을 마다하고 골을 넣는 비매너 플레이를 하는가 하면 급기야 화가 난 나머지 피치에 난입한 수원 팬과 멱살잡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알 사드와 수원 선수들은 초유의 난투극을 벌였고, 이 난투극은 AFC 챔피언스리그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전북과 대결에서도 승기를 잡은 후 '침대축구'라 불리는 지독한 시간 지연 행위를 거듭해 전북 팬들의 혈압도 올렸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종료 직전 이승현의 극적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가는 데 성공한 전북이지만, 결국 승부차기에서 졌다. 당시 두 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때 우리 팬들이 받았던 스트레스와 터지는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생생히 기억한다.

어찌 됐든 알 사드는 그때 승리로 카타르 클럽 최초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이후 아시아 정상 근처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승컵은 남는 법, 한국 팬들이 어찌 생각하든 알 사드는 전주성에서 가져온 AFC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그들의 오피셜 스토어에 고이 모셔다 자국 팬들에게 전시하고 있다.

이 오피셜 스토어에서 만난 한 젊어보이는 직원에게 이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봤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카타르에서 가장 많이 우승컵을 가진 알 사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트로피라고 소개하며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봤다는 기자의 말에 놀라움과 부러움의 시선을 던졌다.

아무래도 그때는 어려 그 경기를 잘 기억하지 못한 청년으로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그때 수원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전주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차마 얘기할 수가 없었다. 벌써 12년이 지난 일이고,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 나름대로 기념하고 추억하는 그 우승에 재를 뿌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한국-가나전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한국을 응원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그렇다면 내년 아시안컵 때 손흥민이 우리 구장에 오는 것이냐"라며 반가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웃으며 반기는 그 표정에 차마 그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어쨌든 내년 아시안컵 첫 경기 바레인전이 벌어지는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을 찾을 한국 축구팬 중 혹 수원이나 전북의 팬이 있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알 사드의 오피셜 스토어를 방문해 이 트로피를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길 바란다. 물론 그리 좋은 추억이라 할 수 없겠으나, 시간이 지나니 그때의 안타까움과 새삼 그때가 그리운 감정이 떠오를 것이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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