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3년] 지배구조 개편, 신사업 성과는 과제

박진우 기자 2023. 10.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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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가 오는 14일 3주년을 맞지만, 정 회장은 여전히 미완의 총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모비스, 현대차 등 핵심 계열사 지분율이 낮아 그룹 지배력이 온전치 못한 탓이다. 주주 평등을 저해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점도 과제로 남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로 대표되는 로봇 사업은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법(IRA) 대응과 중국 시장 재공략도 정 회장의 과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 회장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 10대 대기업 중 유일한 순환출자 구조

정 회장은 2018년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 올랐고, 2년 뒤인 2020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재계는 이 시점부터 정몽구 명예회장의 시대가 저물고 정의선의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3월 정 회장을 그룹 총수(동일인)로 지정했다.

그러나 정몽구 명예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정 명예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개인 최대주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7.19%,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그래픽=정서희

현대차도 지분 5.39%를 가진 정몽구 명예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지분 2.65%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제철 지분 11.81%도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64%를,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38%를 갖고 있다. 기아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7.42%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그룹 계열사 간 지분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런 순환출자 구조는 정의선 회장 체제를 완성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됐다.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앞서 2018년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사실상 지주사인 현대모비스의 사업을 투자·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애프터서비스) 사업으로 분리하고, 모듈·AS 사업을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20%)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그러나 이 개편안은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력을 더욱 높이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로봇 사업을 전개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2500억원을 투자했다. 사진은 정 회장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폿.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지배력을 더 키우기 위해선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지난 6일 기준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21조8740억원이다. 지분 30%를 가지려면 6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의선 회장이 지분 11.72%를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여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나 정 회장이 사재 2500억원을 투입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 UAM·로봇 등 신사업 성과 더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는 26만6000대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반면 시장 점유율은 4.3%로 전년에 비해 1.5%포인트(p) 축소됐다. 시장 순위도 지난해 5위에서 7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중국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보다 전기차 판매가 적었던 중국 지리자동차(吉利汽車), 창청자동차(长城汽车) 등이 중국 시장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 등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업체의 부상은 현대차·기아가 목표로 하는 ‘중국 외 톱3′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업체는 생산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현대차·기아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가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 기공식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에서 IRA 규제를 완전하게 피하지 못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내년 하반기 미국 조지아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양산이 시작돼 IRA 조건을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전기차 판매를 최대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큰 전기차 시장이다. 현대차·기아는 프로모션 확대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리스 판매 등에 주력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테슬라, 폭스바겐 등이 중국을 기반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선두를 지키는 것과 달리, 현대차·기아는 중국 사업이 원활하지 않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견제가 심해졌고, 중국차와의 경쟁에서 밀려 현지 사업이 크게 위축됐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중국에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고, 영업망을 강화하는 등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 관심이 높아 지난 3년간 이 분야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 2030년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 목표는 자동차 50%, UAM 30%, 로봇 20%다. 그러나 아직 신사업 분야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기업 앱티브가 설립한 모셔널은 지난 3년간 영업손실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로봇 분야를 주도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상반기 1969억원, UAM 법인 슈퍼널은 8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각 사업에 대한 전략을 발표했으나 청사진 제시에 그쳤다는 평가다. 신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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