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저신용 기업대출 연체 2배 증가… 건전성 ‘비상등’
국책은행으로서 中企 지원 확대
연체 확대 부담…건전성 관리해야
IBK기업은행이 신용리스크가 큰 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확대하며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들어 7개월 만에 저(低)신용등급 기업대출에서만 연체 규모가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국책은행인 만큼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도 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기업은행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10일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기업은행의 내부 신용등급별 기업대출 취급 현황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7월 말 기준 내부 신용등급 CCC+등급 이하 기업대출 잔액은 15조3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19.83%(2조5388억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신용리스크가 적은 AAA~B등급의 기업대출은 216조3468억원에서 224조1029억원으로 3.58%(7조7561억원) 늘었다.
기업대출을 실행한 이후 연체가 발생해 신용등급이 낮아진 기업이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업은행의 저신용 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세는 가파르다. 현재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등급을 받을 수조차 없는 기업들은 은행의 대출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신용리스크가 있더라도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대출을 보수적으로 내주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저신용 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6개월 만에 0.15% 감소했다.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저신용 기업에도 대출을 늘린 경우가 있었지만, 그 폭은 몇천억원 수준에 그쳤다.
기업은행의 연체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CCC+등급 이하 기업대출의 연체 규모는 지난해 말 7400억원에서 올해 7월 말 1조5673억원으로 111.79%(8272억원) 증가했다. 불과 7개월 사이 연체 규모가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우량등급의 채권에서도 연체규모가 확대됐지만, 액수는 10억원에 불과하다.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되는 기업대출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0.96%에서 올해 7월 말 1.16%로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3%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할 때 기업은행의 부실채권 부담은 상당히 큰 수준이다.
특히 기업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은 기업은행의 기업대출 부실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5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업황 경기 전망지수(SBHI) 조사에 따르면 10월 SBHI가 82.7로 집계됐다. SBHI가 100 이하라는 것은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또,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대출채권의 부실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 설립 목적인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부실 관리 수단에 대한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시중은행은 신용리스크가 큰 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의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업까지 지원을 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을 통해 대출 부실의 현재화에 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중은행에 비해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47.31%로 200%를 상회하는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다. 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부실은 곧 정부의 재정 투입을 의미하는 만큼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의 손실흡수능력 확대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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