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언론 진출 시사한 문현진 GPF 의장 “미국처럼 다양한 성향 방송이 경쟁해야”
통일교 관련 질문에 “30번 이상 소송 걸렸고 모두 이겨”
한국 언론산업에 관심··· 진출 의지 비춰
“한국도 다양한 성향의 방송 채널이 경쟁하는 시대 돼야”
“‘한국인 통일 원치 않는다’는 건 잘못된 통념”
한국 언론 산업에는 다양성이 부족하다. 다들 같은 소릴 한다. TV 뉴스 채널을 10분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오늘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있는데 대부분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다. 모든 채널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보수 성향 언론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 언론과 같은 지형이 한국 언론에 필요하다.
지난 5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창시자인 고(故) 문선명 총재의 3남 문현진(54) 글로벌피스재단(GPF·Global Peace Foundation) 세계의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기반,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언론과 금융의 역할이라고 꼽는 그는 언론 관련 질문을 받자 눈을 빛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의장은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쳤다. 그는 문선명 총재의 생존 자녀 중 첫째로, 일찌감치 통일교의 후계자로 낙점됐으나 10여 년 전 파문됐다. 통일교로부터 수십차례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지금은 통일교로부터 떨어져 나와 1980년대 문 총재가 미국에서 설립한 수산물 유통업체 ‘트루 월드 푸드(True World Foods)’를 경영하고 있다. 트루 월드 푸드는 미국 내 고급 초밥집의 70~80%에 식자재를 납품하며, 연 매출 5억달러(약 6000억원)에 달해 미국에서 스시 대중화를 이룬 기업으로 꼽힌다. 문 의장은 이밖에 음료, 부동산 기업과 더불어 UPI통신이라는 언론사도 소유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 사는 그는 지난 2일 GPF가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원코리아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문 의장이 통일교 문제 등을 포함한 본격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의장은 문선명 총재에 의해 1998년 무렵 일찌감치 후계자로 정해졌지만 4남 문국진 전 통일재단 이사장, 7남 문형진 씨가 통일교(Unification Church)를 강조한 반면, 문 의장은 종교를 넘어선 통일운동(Unification Movement)이 ‘아버지의 뜻’이라고 설파하면서 통일교에서 멀어지게 됐다. 문 총재의 부인인 한학자 총재와 교권 지도자들이 4남, 7남의 손을 들어줬고, 문 의장은 모든 요직에서 물러났다. 2012년 문 총재 별세 후 통일교와의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11년 7남 문형진씨는 “문선명 총재께서 통일교의 상속자, 대신자로 문형진 세계회장을 결정해주셨다”며 “형(3남 문현진)은 창시자 뜻을 거스른 사탄이자 타락한 천사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통일교와 문 의장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무척 크다. 그 질문부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부터 짚어야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다. 통일교와는 지금 어떤 관계인가.
“(난감해 하며)이 질문을 대체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모르겠다. ‘통일교’라고 하는 세력이 내게 세계 곳곳에서 30번 이상 소송을 걸었다는 사실이 그들과 나의 관계 모든 걸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그 30번 이상의 소송에서 모두 이겼고, 소송을 건 측이 엄청난 법적 책임을 졌다. 현재의 통일교는 선친(문선명)이 원했던 세계평화운동, 한반도 통일운동과는 상관이 없어졌다. 선친의 유지(遗旨)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은 나다.”
문 의장은 이날 인터뷰를 한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 주변 마천루를 둘러보며 “이 건물은 선친께서 50년 간 이루려고 했던 사업이었으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미국에서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한국 언론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문 의장은 미국 언론 지형도를 설명하며 한국에 필요한 언론 모델을 제시했다. 한국 언론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췄다.
─한국 언론 산업을 진단해본다면.
“한국 언론 산업에는 다양성이 부족하다. TV 뉴스 채널들을 10분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오늘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있는데 대부분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다. 모든 채널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보수 성향 언론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 언론과 같은 지형이 한국 언론에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주류 언론의 관점에 불만을 가진 소외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낸 뉴스 채널이 주류 언론과 당당히 시청률 경쟁을 하고 좋은 경영 성적표를 내고 있다. 한국에도 그런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
─한국 언론사 인수 등을 통한 한국 언론 진출은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나.
“아직은 분명히 정해진 게 없다. 지금 얘기를 하는 건 시기상조다. 하하.”
─평소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하는 걸로 안다.
“‘내가 주도하는 풀뿌리 통일 운동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통념을 깨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통일만큼 좋은 미래와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대안이 어디 있나. 인구 구조가 한국은 고령층이 많은 역피라미드이고, 경제가 성숙했다. 하지만 북한은 젊은층이 많은 피라미드 형태인데다, 아직 경제 발전이 이뤄지지 않은 기회의 땅이다.”
문 의장은 통일을 반드시 이루고, 이상 국가를 세우는 방법이 ‘홍익인간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었지만, 무척 열정적으로 얘기했다.
─통일을 화두로 제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일을 이루고 이상 국가를 세우는 건 우리 집안의 유산이다. 종증조부인 문윤국 목사는 3·1운동의 주도자이자 독립선언문 작성을 도왔고 재산을 기부했다. 또 선친(문선명)께서는 남북 분단 이후 통일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는 1990년대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고, 한민족을 하나 되게 하는 걸 평생의 사명으로 생각했다. 가문의 정신을 물려받은 아들 입장에서 어렸을 때부터 통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통일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윤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3국 동맹을 강화시키고,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한다는 걸 재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역사적인 일이다. 해외 지도자들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통일을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상원과 하원 의회에서 모두 연설했는데, 다른 외국 정상들이 와도 그런 기회를 갖기 정말 어렵다. 미국 지도자들이 윤 대통령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통일을 원치 않는 젊은이들도 많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목소리를 높이며) 국내·외 정치인들과 학자들, 그리고 언론인들까지 ‘한국 사람들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통념을 믿고 있다. 통일이 되면 북한은 독일의 모습이 아닌, 1980~1990년대 서방 자본이 기업에 투자돼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던 중국과 유사한 모습이 될 것이다.
중국이 문호를 열었을 때 서양 금융 자본과 기업들이 쏟아져 들어왔듯 북한에 쏟아져 들어올 것이고, 그때 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금융 민영화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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