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0% ‘김탁구’ 신화는 옛말! ‘돈 먹는 하마 된’ 주중 미니시리즈, 주1회→파트제 편성이 대안? [SS연예프리즘]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SBS가 야심 차게 내놓은 목요드라마 ‘국민사형투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첫 회 방송은 4.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했지만,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다 지난달 21일 방송된 7회 방송분은 3.1%까지 떨어졌다.
엄세윤 작가의 동명 카카오 웹툰이 원작인 ‘국민사형투표’는 악질범들을 대상으로 국민 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까지 집행하는 정체 미상의 가면남 ‘개탈’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방송가에 따르면 당초 주2회 방송을 목적으로 기획됐지만 최근 경기침체 및 광고불황으로 방송가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주 1회 편성으로 결정됐다는 전언이다.
처음부터 주 2회로 기획된 작품의 절반을 뚝 자르다보니 빠른 전개로 몰입도를 높이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방송가에서는 오히려 드라마 완결 뒤 OTT로 시청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결국 SBS는 ‘국민사형투표’를 끝으로 목요극도 폐지한다.
지상파 3사의 주중 미니시리즈는 각 방송사의 자존심을 건 작품들의 경쟁장이었다. 과거 한류 열풍을 지핀 KBS2 드라마 ‘가을동화’(2000), 톱스타 이민호를 발굴한 KBS2 ‘꽃보다 남자’(2009), 시청률 50%를 넘어선 KBS2 ‘제빵왕 김탁구’(2010), 고현정을 재발견한 MBC ‘선덕여왕’(2009), 배우 송중기를 톱스타덤에 올린 KBS2 ‘태양의 후예’ (2016), 김은숙 작가의 직전작이자 톱스타 이민호와 박신혜가 주연으로 나선 SBS ‘상속자들’(2013) 등 숱한 작품들이 월화수목 주중에 편성돼 각축전을 벌였다.
이보다 앞선 90년대~2000년대 초에도 MBC ‘여명의 눈동자’ (1992), ‘허준’(2000), ‘대장금’(2004), ‘질투’(1992) 등 숱한 작품들이 전파를 타며 안방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미니시리즈의 성패에 따라 그 해 방송사 직원들의 연말상여금 규모가 달라진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이역시 옛말이 됐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경쟁이 과열돼 주요 배우와 작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면서 미니시리즈는 방송사 입장에서 ‘돈을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OTT들이 좋은 작가와 배우를 선점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제작비 및 기타 제반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면서 방송사들은 ‘시청률 안 나오는 시나리오’ 와 ‘스타성 없는 배우’를 택하기보다 아예 드라마를 폐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지상파 3사와 tvN의 수목드라마는 폐지됐다. 현재 JTBC와 ENA만이 각각 ‘이연애는 불가항력’과 ‘유괴의 날’로 수목극의 명맥을 잇고 있다. 월화드라마도 KBS2 ‘순정복서’,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두 편뿐이다. ‘남남’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ENA는 ‘신병2’이후 월화극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1회 편성, 파트제 편성이 또다르 대안이 될지도 관심사다. SBS ‘국민사형투표’에 이어 MBC도 차은우, 박규영 주연 ‘오늘도 사랑스럽게’를 주1회 편성했다. 비교적 젊은층이 많이 보는 로맨틱코미디물이며 톱스타 차은우가 주연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주1회 편성 자체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주 1회 편성을 시도한 작품 중 성공한 작품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뿐이다. 과거 MBC가 ‘안녕 프란체스카’(2005)나 ‘소울메이트’(2006)같은 시트콤을 주 1회 편성하는 실험을 했지만 시청률은 미미했다. 당시보다 지상파 채널 자체의 힘이 약해진 상황에서 검증된 편성방법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 가운데 MBC는 20부작 ‘연인’을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방송하는 모험을 택하기도 했다. 지난 8월 파트1이 방송됐고 13일부터 파트2가 전파를 탄다. MBC는 “변화하는 시청자 콘텐츠 소비행태에 맞춰 이러한 방식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연인’ 파트1이 12.2%로 흥행에 성공한 편이지만, 아직 파트제 형식을 택해 효과를 봤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첫 방송을 시작으로 뚜껑을 열어봐야 파트제의 효용성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정이 어려워진 방송사들이 피해를 고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주1회 편성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며 “방식의 변화보단 결국 중요한 건 재미와 완성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방송사가 나이브한 기획을 하는 것 같다. 힘든 상황인 건 알겠지만, 그럴수록 더 꼼꼼하게 기획해야 한다. ‘국민사형투표’가 작품성에 비해 반응이 좋지 않은 건 편성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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