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역사를 바꾼 케냐 목동…‘2시간35초’ 세계 최고기록

키프텀, 시카고 마라톤 우승

케냐의 켈빈 키프텀이 8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 최고기록인 2시간00분35초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케냐 국기를 펼쳐 들고 기뻐하고 있다. 시카고 | AP연합뉴스

2시간 벽 깨지기까지 36초 남아
키프텀 “먹고, 자고, 뛰고 또 뛰어”

일주일에 300㎞ ‘극한 훈련’ 계속
코치의 ‘선수생명 위험’ 조언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대기록’

염소와 양을 키우던 아프리카의 10대 소년이 엄청난 훈련량으로 자신을 단련한 뒤 세계 마라톤 역사를 다시 썼다. 케냐의 켈빈 키프텀(23)이 마라톤 풀코스(42.195㎞) 3번째 도전에서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며 2시간 벽의 문턱까지 갔다. 대기록 비결은 극한 훈련에 있었다.

키프텀은 8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2시간00분35초에 완주했다. 엘리우드 킵초게(38·케냐)가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운 종전 세계 최고기록 2시간01분09초를 34초 당겼다.

2018년 하프마라톤으로 장거리에 입문한 키프텀은 2022년 12월에 풀코스에 도전해 3번째 출전에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다. 마라톤 꿈의 기록 ‘서브 2’(2시간 이내 완주)를 36초 남겨둔 것이다.

키프텀을 지도한 제르베 하키지마나 코치(36)는 인류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1분 안에 달린 키프텀의 하루 일과를 “먹고, 자고, 뛰는 것뿐”이라고 소개했다.

하키지마나 코치에 따르면 키프텀은 일주일에 300㎞를 뛰는 극한 훈련을 펼쳤다. 하키지마나 코치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키프텀은 훈련량이 너무 많다. 그에게 ‘이러다가 5년 안에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다. 남은 선수 생활을 위해서라도 훈련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키프텀은 훈련을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하루 종일 키프텀이 하는 건 먹고, 자고, 뛰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창 훈련량을 늘려야 하는 시점에 (종전 세계 기록 보유자) 킵초게는 일주일에 180~220㎞를 달린다. 키프텀은 주당 250~280㎞를 뛰고, 때로는 주당 300㎞ 이상 주파한다”며 “지난 4월 런던 마라톤을 준비하면서는 3주 동안 매주 300㎞ 이상 달렸다. 그는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르완다 출신의 하키지마나 코치는 10년 전 케냐 체프코리오에서 키프텀을 처음 만났다. 당시 키프텀은 양과 염소를 키우는 소년이었다.

하키지마나 코치에게 발탁돼 육상 수업을 받은 그는 2018년부터 하프마라톤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2021년 하키지마나 코치가 케냐에 상주하게 되면서 키프텀은 숲을 누비며 본격적인 풀코스 훈련을 했다. 2022년 12월 처음 풀코스 경기를 치른 키프텀은 약 10개월 만에 마라톤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키지마나 코치는 키프텀이 “이제는 정말 한 달은 쉬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에는 그가 내 말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