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서 최악의 참사 겪은 한국 농구·배구, 이대론 안된다[아시안게임 결산]

이석무 2023. 10.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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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한국 남자배구. 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 구기종목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야구와 남자 축구는 4연패와 3연패라는 대위업을 달성했지만 겨울스포츠의 대명사인 농구와 배구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여자 농구만 동메달을 획득했을 뿐 남자 농구와 남녀 배구는 노메달에 그쳤다.

가장 먼저 대회를 시작한 남자 배구는 대회 공식 개회식도 열리기 전에 12강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대표팀에 포함된 선수 12명 연봉 총액은 6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 중국, 이란 등 아시아 정상급 팀과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인도, 파키스탄 등 배구 변방에 허무하게 패했다. 남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에 그친 것은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무려 61년 만이었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깊은 수렁에 빠진 여자배구도 또다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여자 배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2전 전패, 아시아선수권대회 6위, 파리 올림픽 예선 7전 전패 등 부진이 계속 이어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울한 상황은 반복됐다. 예전 같으면 상대도 되지 않았을 베트남에 덜미를 잡히면서 5위로 마무리했다. 여자 배구가 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06년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이다.

아시안게임 이후 후폭풍은 매서웠다. 대한배구협회는 오한남 회장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세사르 곤살레스 여자대표팀 감독과 임도헌 남자대표팀 감독 모두 사령탑에서 물러닜다. 남녀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이끄는 최천식·김철용 위원장 역시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농구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우승을 목표로 했던 남자 농구는 핵심 선수들이 모두 빠진 일본 2진에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최종 성적 7위로 마감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농구가 기록한 최악의 성적이었다. 그나마 여자 농구가 북한을 두 차례나 이기고 동메달을 딴 것이 위안이었다.

농구계에서도 곧바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선수들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전 가드 허훈(수원KT)은 “우리가 자초한 결과인 만큼 우리가 잘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서 발전해야 한다”고 자책했다. 13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종규(원주DB)는 SNS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며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협회가)조금 더 신경 써 주시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여자농구 김단비(우리은행)도 “나는 일본에 앞섰지만 마지막에 역전당한 선수”라며 “후배들이 다시 일본을 따라잡아 주기를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농구·배구의 실패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키워드는 ‘우물 안 개구리’다. 국제무대의 기술과 피지컬 수준은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국내리그의 인기와 과거에 거둔 영광에 취해 있었다. 장기적인 투자나 육성, 기술 발전 등은 뒷전이었다.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국제대회를 준비하다 맨땅에 헤딩하기 일쑤였다.

대한배구협회나 대한민구농구협회가 대표팀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대회-파리올림픽 예선-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대한 협회의 세심한 대책이나 계획은 어디에도 없었다. 남녀 대표팀 감독의 능력 부족 논란 역시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남녀 농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코칭스태프가 감독과 코치, 단 2명뿐이었다. 여러 명의 코치가 역할 분담을 하는 다른 팀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코칭스태프 보강에 대한 요구가 계속 나왔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 농구와 배구는 아시아에서도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다.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개혁과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길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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