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갓난 강아지 애타게 우는데…어미에서 떼어내 사흘 굶겨 죽여"

윤근영 2023. 10. 10.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호자가 팔아넘겨 도살장에 끌려가는 반려견들, 공포에 덜덜 떤다"
"끓는 물에 문어ㆍ낙지ㆍ게 넣고, 기어 나오면 깔깔깔 웃는 사람들"
"살아있는 동물 가죽 벗겨 만든 것이 모피 코트"…전진경 카라 대표

[※편집자 주= 전진경 '동물권 행동 카라' 대표의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 기사는 지난 5일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세 번째 기사는 조만간 송고할 예정입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전진경 대표 [촬영 이다빈]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펄펄 끓는 물에 들어가야 하는 문어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문어는 지능이 높아 자기가 처한 운명을 알지만 속수무책이다. 마침내 뜨거운 물에 빠진 문어는 혼비백산하여 냄비 밖으로 나오려고 애를 쓴다. 필사적으로 기어오르지만, 사람들은 다시 집어넣고는 재미있다면서 깔깔깔 웃는다. 일부 해물탕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전진경(59) 동물권 행동 카라 대표는 지난달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사들의 프로그램에는 이런 장면의 먹방이 많다"면서 "이런 잔인한 방송 행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피의 생산자들은 동물을 좁고 더러운 장소에서 사육하고, 도살할 때도 산채로 가죽을 벗겨내기도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동물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밍크코트 하나를 만드는데 살아있는 밍크 30마리 이상이 죽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강아지 공장에서는 작고 예쁜 애완견을 생산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교배를 반복한다"면서 "언청이를 비롯한 장애 강아지가 나오면 어미로부터 떼어내 굶어 죽게 만드는 일도 일어난다"고 했다.

전 대표는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다국적 제약회사와 대기업을 거쳐 약국을 운영하면서 동물 보호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에 동물권 행동 카라의 전신인 '아름품'의 창립 멤버였다. 2014년에는 카라의 상임이사로 상근을 시작했고, 2021년부터는 이 단체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갓 쓴 반려견 2023년 9월15일 열린 '서울 펫숍'에서 갓 쓴 반려견이 등장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동물들은 절망, 기쁨, 심술, 혐오, 죄책감 등 인간처럼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 개들은 거짓말도 한다. 엉뚱한 일에 잘못 짖어 놓고는 다른 데를 기웃기웃한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어서 짖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민망한 나머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개들은 위생을 위해 털을 모두 깎는 '빡빡이 미용'을 해주면 민망해하고 수줍어한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개들은 자부심도 느낀다. 예쁜 옷을 입혀주면 본인이 주목받는 것을 안다. 함께 산책하러 나가면 "나는 엄마와 나왔다"면서 으스댄다. 그런 자부심이 발걸음이나 표정에서 드러난다.

-- 한국에 반려동물은 어느 정도 있나.

▲ 개와 고양이가 800만 마리 정도 된다. 이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모두 1천500만명 정도다. 한국 사람 3명 중 1명은 반려동물 가족인 셈이다.

--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왜 좋아하나.

▲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사람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이 없다. 귀여운데 속 안 썩이는 자식 같은 존재가 반려동물이다.

새끼 치타 3남매 [에버랜드 제공]

-- 반려동물은 개와 고양이만 있는 것이 아닌 듯한데.

▲ 애완동물로 호랑이, 사자, 치타를 키우기도 한다. 악어와 함께 자는 사람도 있다. 이런 동물에게 물려 죽을 수 있는데도 데리고 산다. 전갈, 지네, 거미를 애완동물로 삼는 사람도 있다.

-- 지네가 애완동물이 될 수 있나.

▲ 지네도 자세히 보면 기하학적이고 멋지다. 발이 많은데, 뚜렷한 대칭구조를 갖고 있다.

--- 위 동영상의 반려견들은 공포에 질린 듯하다. 어떤 장면인가.

▲ 개장수가 반려견을 도살장에 끌고 가는 모습이다. 이들 반려견은 보호자가 팔아넘긴 것이다. 이 개들은 여름 용돈벌이용으로 키워졌는데, 얼마의 돈과 교환되어 도살될 처지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을 버리거나 팔아넘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반려동물과의 삶에서 정서적 풍요와 행복을 느낀다. 반려동물로부터 배우는 것도 많다.

-- 반려동물로부터 무엇을 배우나.

▲ 사람은 순간적 필요에 따라 반려동물에 대한 태도가 돌변한다. 반려동물들은 그렇지 않다. 개는 평생 사람을 따르고 배신이라고는 모른다. 삶에 대해 낙천적인 점도 배울만하다.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만, 반려동물들은 이미 행복한 존재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거나 과거의 일을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돌려보듯이 하지 않는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쏟는 어머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반려동물은 노화와 죽음을 맞으면서도 변함이 없나.

▲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아파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하루하루 충실한 삶을 산다.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보호자가 들어오면 많이 반가워한다. 그 순간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보호자들은 그들로부터 삶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배운다.

-- 반려동물은 자기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아나.

▲ 내가 경험한 바로는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은 어느 순간 자기 죽음을 미리 알고 떠날 준비를 한다. 그들은 질환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고마움을 표시한다. 눈빛과 몸짓으로 그동안 행복했고 고마웠다는 인사를 한다. 어느 날 그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이제는 떠나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키웠던 개는 나의 품에 뛰어들면서 절명했다.

-- 위의 동영상에서는 절룩거리는 개가 나오는데, 어떤 상황인가.

▲ 강아지 공장에서 새끼 생산에 착취당한 어미 개의 모습이다. 성대 수술과 무릎뼈 탈골의 고통을 겪고 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다.

-- 전국에 강아지 공장은 어느 정도 있나.

▲ 허가된 번식장이 2천곳, 불법 번식장은 1천곳 정도 된다.

-- 강아지 공장 자체가 동물 학대인가.

▲ 번식장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상당수는 자연 출산을 못 한다. 품종 개량을 통해 너무 작게 만들어놔서 제왕절개를 해야만 새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제왕절개를 할 때는 어미 개로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내부 유착이 일어나서 절개 자체가 위험하기에 그렇다. 사람들이 인형처럼 작고 예쁜 강아지를 원해서 이런 일이 생긴다.

-- 품종 개량된 개들은 눈이 멀거나 간질, 고관절이형성증, 혈우병, 면역결핍증 등 여러 질환을 앓는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인위적이고 비정상적인 교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않지만 작고 이쁘장하게 생긴 강아지들을 교배시킨다. 유전 질환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태어난 강아지들은 여러 가지 질병을 앓을 수밖에 없다.

-- 위의 동영상은 태어난 지 얼마 안된 강아지로 보이는데, 어떤 상태인가.

▲ 펫숍에 진열된 것을 우리가 촬영했다. 이 강아지는 태어난 지 1개월밖에 안 됐고, 이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젖을 완전히 떼지 않았으며,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이렇게 미성숙한 강아지를 펫숍에 진열해놓다니 잔인한 일이다.

-- 펫숍은 강아지들을 어디서 데려오나.

▲ 강아지를 물건처럼 팔고 사는 경매장이 있다. 강아지 공장 주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면 펫숍 업자들이 경매사를 통해 가격대를 제시한다. 이런 곳에서 팔릴 수 없는 강아지들은 살아남기 어렵다. 종합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거나 근친 교배로 언청이 등 장애를 가진 강아지들이기 때문이다.

-- 태어난 지 얼마 안된 강아지를 죽인다는 말인가.

▲ 어미로부터 떼어내 굶겨 죽이기도 한다. 장애가 있는 한 강아지를 어미로부터 떼어놨는데, 울면서 사흘 정도 버티다 죽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젖을 먹을 수 없으니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 강아지들이 모여있는 위의 동영상은 어디에서 찍은 것인가.

▲ 강아지 공장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수많은 강아지가 보인다. 이들 가운데 예쁘고 건강한 강아지들은 경매장을 거쳐 펫숍으로 넘겨질 것이다.

-- 본인은 경매장과 펫숍을 폐쇄해야 한다고 했는데.

▲ 반려동물 경매장에서는 "5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이 강아지는 잘생겼네요"라면서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경매에서 공급자는 강아지 공장, 구매자는 펫숍이다. 이런 판매 루트가 있기에 비인도적인 강아지 공장이 많은 것이다. 경매장과 펫숍은 없애는 것이 맞다고 본다.

-- 시민들의 수요가 없어야 펫숍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 반려동물을 사는 것보다는 입양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동물들을 위한 길이다.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은 많다. 가족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안락사되는 동물들이 보호소에서 매년 수만 마리나 된다. 나는 유명인들이 펫숍에서 매입한 반려동물을 자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전진경 대표 [촬영 이다빈]

-- 반려동물 키우는 것 자체가 학대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 자연 상태로 놔두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것은 학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의 경우 짧게는 1만5천년 전에 사람이 사는 집으로 왔다. 소나 돼지처럼 사람들이 일부러 데리고 와서 가축화한 것이 아니다.

-- 개들이 원해서 사람의 주거지로 왔다는 것인가.

▲ 개는 자기 발로 사람의 주거지에 들어와서는 사람과 함께 사는 쪽으로 진화했다. 개가 사람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생활하는 것 자체는 개의 입장에서 좋은 일이다. 개는 회색 늑대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야생 동물이 아니기에 사람을 떠나면 생존하기 어렵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기 위해 사람의 집에 왔다가 반려동물이 됐다. 이런 점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가 학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과도한 품종개량과 대량생산, 매매는 학대에 해당한다.

중국 농장의 아기 밍크 밍크 한 마리가 촬영자를 쳐다보고 있다[EPA]

-- 모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원래 모피는 동물 사냥의 부산물이었다. 사람들이 사냥해서 고기를 먹고 부산물로 모피를 얻었는데, 지금은 모피 생산을 목적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착취한다. 대규모 공장식 농장을 만들어서 그런 짓을 한다.

-- 사람들이 죽은 동물의 가죽을 입고 다니는 이유는.

▲ 과거에는 모피가 부(富)의 상징이었다. 요즘에도 날씨가 춥지도 않은 날인데도 모피로 만든 롱코트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언짢은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는데, 본인은 옷이 예뻐서 부러워하는 걸로 오해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바다표범 사냥하는 모습 [EPA]

-- 외국에서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것도 모피 때문인가.

▲ 하프 실(바다표범)은 1년의 임신기간 후 한 마리의 새끼만을 낳는다. 집중 수유 기간에 어미는 하루에 3㎏씩 체중이 줄어든다고 한다. 이렇게 젖을 먹은 새끼 바다표범들은 생후 12일 정도 지나면 어미 품을 떠난다. 그때는 수영도 못하고, 얼음 위에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니 가장 위험한 시기다. 이때 사냥꾼들이 몰려와 도살한다. 하얀 털로 이뤄진 모피를 얻기 위한 것이다.

--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긴다고 하는데.

▲ 모피에 손상을 가하지 않기 위해 그런 짓을 한다. 살아있을 때 가죽이 쉽게 벗겨진다는 점도 그런 잔인한 행위의 이유라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동물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모피를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도 많은가.

▲ 예를 들어, 농장에서 여우들은 평생 갇혀 지낸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최악의 삶을 살다 가죽이 벗겨지는 일을 당한다. 그걸로 만든 옷이 홈쇼핑에서 팔린다.

-- 한국은 모피를 많이 수입하나.

▲ 중국 허베이는 모피를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모피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허베이 업자들은 유럽 등으로 수출이 안 되니 한국에 집중한다고 한다. 한국의 모피 수입 물량은 연간 수천억원대다. 부끄러운 일이다.

아프간 투견 모습 [EPA]

-- 투견은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인가.

▲ 상대방이 물러서면 싸움이 끝난다. 한쪽이 죽기도 한다. 싸움에서 지는 개는 주인에 의해 살해돼 보신탕집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 개들은 싸우기 싫어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싸움을 붙이나.

▲ 격렬히 싸우도록 여러 가지 방식으로 훈련을 시킨다. 사람이 하는 권투처럼 투견에서도 스파링(연습게임)이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고양이 등과 싸움을 붙이는 방식이다. 약한 동물을 물어뜯도록 하고는 적절히 보상하는 방식으로 싸움 본능을 자극한다.

한국 소싸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소싸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과거 농경사회에서 소싸움은 강인한 소를 골라 교배토록 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자연에서는 싸움에서 승리한 개체가 더 많은 후손을 남긴다는 점에서 과거의 소싸움에서도 정당성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소싸움에서는 그런 의미가 없다. 소들은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데도 사람의 오락을 위해 싸워야 한다. 다쳐서 피를 흘리기도 하는데, 주인은 상처에 소주를 붓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하기도 한다. 우리는 소싸움을 동물보호법상 학대에 포함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 사람들은 왜 싸움 구경을 좋아할까

▲ 사람 간에 싸움이 일어나면 길 가다 모여서 재미있게 구경하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 싸움을 보기 어려우니 동물싸움을 일부러 만든다. 권투나 격투기 관람을 즐기는 것도 싸움을 좋아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속성이 아닌가 싶다.

-- 위의 동영상 내용을 설명해 주기 바란다.

▲ 사람이 전기 탭으로 새끼 고양이를 후려쳤다. 새끼고양이는 그걸 맞고는 고통스러워 발버둥 치다 사망했다. 놀란 어미 고양이가 달려오는 장면도 보인다. 사람이 이런 잔인한 짓을 한다.

-- 본인은 사람의 잔인성에 대해 경험을 직접 한 적이 있나.

▲ 2007년 서울 용산에서 '새끼돼지 능지처참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천시 주민들이 자신들의 지역 내로 군부대가 이전해 오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중이었다. 일부 주민들이 아무런 죄가 없는 새끼돼지의 사지를 묶고는 세게 당겨서 죽이고 말았다. 처음에는 능지처참이 잘되지 않자 사지와 몸통 연결 부위에 칼집을 내고는 다시 시도했다. 결국 새끼돼지가 잔혹하게 죽었다. 많은 사람이 그걸 말리지 않고 지켜만 봤다. 군부대 이전과 돼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사람들은 이런 짓을 했다.

산천어축제 인파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산천어 축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산천어를 양어장에서 인공적으로 키운 뒤 호수에 풀어놓고는 잡으라 한다. 잡은 고기를 현장에서 먹기도 한다. 1백만명 이상의 사람이 모인다고 하는데, 동물보호와 환경보호 차원에서는 엽기적인 행위로 보인다. 해외토픽에 나올만한 일이다. 축제 기간 전에는 산천어한테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배고픈 산천어를 쉽게 잡기 위한 것이다.

-- 산천어 축제는 주민들의 생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어서 멈추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 산천어 축제는 동물을 집단으로 죽이는 인간 중심의 이기적 행위다. 우리나라에서는 5대 대표 축제로 선정됐는데,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본다. 생명 존중, 환경보호 등 여러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태어난 지 4개월 된 새끼 문어[EPA]

-- 낚시도 동물 학대로 보는가.

▲ 어부들이 생계를 위해 낚시를 한다면 이해할 수 있으나 취미나 놀이로 어류를 잡는 것은 학대라고 본다. 소설 '노인과 바다'와 같은 생(生)과 사(死)의 드라마도 아닌데,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내용이 방송 프로그램으로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 살아있는 문어로 해물탕을 만드는 먹방도 많은데.

▲ 문어는 통증을 느끼는 통각(痛覺)이 발달해 있다. 인지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도 척추동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물보호법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문어는 자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안다. 이런 문어를 끓는 물에 집어넣고는 살겠다고 필사적으로 기어 나오면 깔깔깔 웃는다. 살아있는 바닷가재나 게 등을 싱싱하게 유지한다는 이유로 얼음에 재워 오랫동안 운송하는 것도 심각한 학대다. 해외에서는 이런 것을 금지하는 나라가 많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전진경 카라 대표 [촬영 이다빈]

-- 동물원도 동물 학대에 해당하나.

▲ 동물원은 제국주의시대의 산물이다. 처음에는 귀족이나 부호들이 식민지에서 잡아 온 동물들을 자랑하듯이 집 정원에 뒀다. 그러다 동물들을 일정 기간 공공에 개방하게 됐는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동물원이다. 현대 동물원은 종(種) 보전, 연구, 교육과 건강한 위락이 존재 이유다. 사람들의 구경거리를 위해 동물원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동물들에게 자연 생태와 동떨어진 삶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돌고래 쇼를 비롯해 동물을 이용하는 쇼는 물론, 교육을 명목으로 진행하는 체험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동물들을 자연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인가.

▲ 그렇게 바로 보내면 생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환경 파괴로 돌아갈 곳이 없는 경우도 많다. 최대한 자연 서식과 비슷한 생태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동물들에게는 노아의 방주와 같은 것이다. 이를 생츄어리라고 한다.

-- 본인의 꿈은.

▲ 단기적으로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법률이 마련됐으면 한다. 그것이 이뤄지면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그날이 오면 동료들과 끌어안고 한바탕 울고 싶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동물 생츄어리를 만들고자 한다. 고통받는 동물들에게 피난처를 만들어주고 사람들에게는 잃어버린 유대의 본능을 일깨워주고 싶다.

keunyoung@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