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삼성·현대차 '전장 동맹'···1차 협력사로 지위 '격상' [biz-플러스]

유창욱 기자 2023. 10.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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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전장동맹' 확대
삼성, 신뢰 기반으로 첫 직접 공급
전장용 부품 비중도 갈수록 증가
기아 K8에 적용된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 작동 화면.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서울경제]

삼성전기(009150)가 현대자동차·기아(000270)의 1차 협력사로 선정되면서 두 그룹의 ‘전장 동맹’ 영토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 계열사가 현대차(005380)·기아와 1차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은 삼성전자(005930) 자회사 하만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기아에 카메라 2종 직접 공급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현대차·기아 차량에 서라운드뷰모니터(SVM)용 카메라와 후방 모니터용 카메라 등 2종을 공급하며 1차 협력사에 선정됐다. 삼성은 그동안 현대차·기아에 디스플레이, 이미지센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납품해왔으며 이번 카메라 공급으로 전장 분야의 협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가 공급하는 SVM용과 후방 모니터용 카메라는 차량의 주변 상황을 영상으로 표시하는 주차 지원 시스템에 적용된다. 삼성전기는 자동차용 카메라 렌즈 접합 부분에 특수 공법을 적용해 불필요한 빛의 유입을 차단해 시인성과 안전성을 확보했다. 특히 이번 제품의 발수 성능 유지 시간은 기존에 출시된 제품보다 약 1.5배 긴 2000시간 이상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는 2022년 43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에서 2027년 89억 달러(약 12조 원)로 연평균 16%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차별화된 고성능 제품을 공급하고 거래선 다변화로 전장용 카메라 모듈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 선정을 통해 전장용 시장에서의 제품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렌즈 설계 기술과 제조 내재화 등 정보기술(IT)용 카메라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첨단 전장용 카메라 제품군 구축과 생산능력을 강화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2차→1차 협력사 지위 ‘격상’···품질·기술 인정받아

삼성전기가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 선정된 것은 양측의 관계가 단순한 제조사와 부품사를 넘어 ‘전장 동맹’ 수준으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거치지 않고 현대차·기아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려면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그룹 차원의 신뢰 역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디스플레이·이미지센서·AP 등 삼성 계열사의 다양한 부품이 현대차·기아에 적용되기는 했지만 직접적인 공급 관계는 아니었다. 현대모비스(012330)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삼성의 부품을 활용해 제품을 만든 뒤 이를 납품하는 구조였다. 삼성 계열사는 사실상 2차 협력사에 머물렀다.

그런데 삼성전기는 이번에 SVM용 카메라와 후방 모니터용 카메라 등 2종을 현대차·기아에 직접 납품하며 1차 협력사(Tier 1)로 올라서게 됐다. 현대차에 오디오를 납품하던 하만을 삼성전자가 인수하며 1차 협력사로 지위가 바뀐 적은 있지만 기존 삼성 계열사가 협력 단계를 스스로 높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현대차·기아가 그룹 계열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부품 수급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삼성전기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양 사는 최고 수준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년 전부터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까다로운 품질 인증 제도를 가동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전장 사업 집중 효과···삼성·현대차 협력 속도

업계에서는 IT 부품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장 부품 개발에 주력한 삼성전기의 전략이 빛을 봤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에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생산 증가로 기존 10% 수준에 머물던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비중은 올해 2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삼성과 현대차 두 그룹의 전장 동맹 역시 한층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현대차 아이오닉 5에 공급한 데 이어 제네시스 GV60에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센서가 탑재되며 두 그룹의 협력에 속도가 붙었다. 이후 삼성전자가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를 현대차에 공급하기로 하며 협업 범위가 넓어졌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부품 시장 규모는 올해 1810억 달러(약 244조 원)로 2029년까지 연평균 14% 이상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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